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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슬림 게이밍 노트북 위한 엔비디아 맥스-큐 디자인, 장점과 한계

강형석

맥스-큐 디자인 노트북을 공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IT동아 강형석 기자]

"우주에 인간을 보내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임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맥스-큐(Max-Q)는 대기권 비행 시 로켓의 공기 역학적 압박이 최대로 가해지는 부분을 말한다. 따라서 로켓의 디자인은 맥스-큐를 중심으로 정밀하게 설계된다. 엔비디아는 비슷한 개념을 게이밍 노트북 디자인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제조사들은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두께는 3배 얇고 성능은 3배 더 강력한 랩탑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위드 맥스-큐 디자인(GEFORCE GTX WITH MAX-Q DESIGN, 이하 맥스-큐)'을 공개했다. 게이밍 노트북의 두께를 크게 줄이면서도 지포스 10 시리즈 특유의 빠릿한 성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엔비디아 측 설명이다. 지난 5월 30일, 대만 컴퓨텍스 2017에서는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가 직접 관련 기술과 제품을 언급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실제로 맥스-큐 디자인이 적용됐다며 공개한 노트북들은 매력적이었다. 젠슨 황 CEO가 공개한 에이수스 제피루스만 해도 그렇다. 이 노트북은 지포스 GTX 1080이 적용됐으면서도 두께가 18mm 정도로 얇아졌다. 이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도 말 그대로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말 '맥스-큐'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정도로 혁신적인 것일까?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다

맥스-큐는 기술이 아니다. 엔비디아도 맥스-큐 '디자인'이라고 했다. 특별한 신기술이 적용된 것이 아니라 내외적 요소를 개선한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공개된 자료만 하더라도 맥스-큐는 특별한 기술을 적용해 두께를 줄이고 그에 따른 성능을 확보한 것이 아니다.

엔비디아 맥스-큐 디자인 노트북은 효율을 앞세웠다.

엔비디아의 핵심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3가지는 하드웨어에 대한 개선이고 1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제어다. 이를 모두 통틀어 맥스-큐 디자인이라고 부르는 셈이다.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우선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GPU)의 최대 효율(Peak Efficiency)라고 설명되어 있다. 말 그대로 최적의 효율을 내는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용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료를 봐도 그렇다. 최고의 성능이 곧 최고의 효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Peak performance is not peak efficiency)라며, 전력 소모와 성능이 최적인 구간에서 그래픽 프로세서가 구동되도록 제한했다. 맥스-큐는 최고의 성능이 아니라 최적의 효율을 구현하는 지점에서 구동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맥스-큐는 그래픽 프로세서의 전력과 성능 사이의 효율을 강조한다.

좋게 말하면 최적의 효율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냥 '작동 속도를 낮췄습니다'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손해를 통해 얻은 것은 있다. 바로 '휴대성'이다. 성능은 손해봤지만 이를 통해 발열과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게 됐고, 자연스레 그에 따른 냉각 솔루션 채택이 자유로워졌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8월, 노트북용 지포스 10 시리즈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GTX 1060을 시작으로 GTX 1070, GTX 1080 등 최고 사양 라인업이 전부 소개됐다. 사양도 데스크탑 그래픽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우위인 부분도 있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이들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도 다수 존재한다. 이후 하위 라인업도 추가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모바일 지포스 GTX 10 시리즈의 사양은 데스크탑 제품군과 동일하다.

그러나 맥스-큐 디자인은 이 같은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작동 속도를 제한해 발열과 전력소모라는 이점을 얻게 된다. 마치 과거 모바일 그래픽 프로세서가 다시 부활한 듯한 인상을 준다. 과거 엔비디아는 노트북용 지포스 GTX 980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M은 없다고 발표했다.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들은 전력 소모가 낮으니 굳이 모바일을 위한 설계(성능저하)가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맥스-큐는 무엇이란 말인가?

성능은 해당 그래픽 프로세서 본연의 향기를 제공한다. 속도와 그에 따른 부가적인 요소가 개선된 것이지 제원 자체를 변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에 발표했던 그래픽 프로세서 대비 100% 성능은 경험하지 못한 것이 다를 뿐이다. 이 정도로도 충분한 게이밍 몰입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성능과 휴대성에 초점을 둔 게이머라면 맥스-큐 디자인 노트북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엔비디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제어'

맥스-큐의 또 다른 핵심은 하드웨어적인 개선이다. 그래픽 프로세서 외에 새로운 설계의 냉각 솔루션과 차세대 전압 안정기로 효율성을 높였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부품을 썼고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맥스-큐 디자인에 엔비디아 기준점(레퍼런스)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트북 제조사들과 협력해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엔비디아가 100%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노트북 제조사들은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택하면서도 두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비록 한계는 있었지만 의미 있는 시도와 함께 제품들은 꾸준히 출시되고 있었다. 자체 설계 기준 없이 노트북 제조사들과 협력해 제품을 선보이는데 거창하게 '맥스-큐'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성능과 소음을 조율하는 위스퍼 모드.

엔비디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지포스 익스피리언스와 같은 드라이버 제어 뿐이다. 실제로 맥스-큐 디자인과 함께 저소음 모드인 위스퍼 모드(Whisper Mode)가 공개됐다. 게임에 따라 최적의 움직임을 설정하고 그에 맞춘 성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발열과 전력소모 등에 초점을 맞췄기에 자연스레 냉각팬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능은 맥스-큐 디자인 노트북의 전유물이 아니다. 말 그대로 드라이버에서 제어하기 때문에 모든 노트북에서 저소음 모드를 쓸 수 있다. 엔비디아는 곧 업데이트에 저소음 모드를 포함할 예정이다.

고성능 노트북의 휴대성 강화는 장점

맥스-큐 디자인의 장점은 의외로 많다. 당장 소비자들은 고성능 노트북을 비교적 가볍게 휴대하며 다닐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무리 전력 소모와 발열을 억제하기 위해 속도를 낮춰도 기본적인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은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엔비디아도 지포스 GTX 1080 맥스-큐 디자인 노트북이 지포스 GTX 1060 기반 노트북 대비 1.6~1.7배 가량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음과 발열에도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기존 게이밍 노트북의 아쉬운 점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은 프로세서(CPU)의 근본적인 개선도 필요하기 때문에 노트북 제조사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맥스-큐 디자인이 적용된 에이수스 제피루스.

맥스-큐가 곧 기존 게이밍 노트북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 많은 선택의 폭이 주어지는 것이다. 기존 고성능 노트북을 추구하는 소비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맥스-큐 디자인 노트북은 3종. 클레보 P950과 에이수스 제피루스, MSI GS63 등이다. 모두 두께가 18~19mm일 정도로 얇다. 아직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일부 만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외에도 여러 브랜드의 맥스-큐 디자인 노트북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새로운 제안이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지 여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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