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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소프트웨어 통해 VR 콘텐츠 시장에 도전한다, 네비웍스 원준희 대표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개발해온 VR/AR 게임 시장에 조금 다른 분야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기체계소프트웨어를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방위산업업체 네비웍스(Naviworks)가 그 주인공이다. 네비웍스 원준희 대표는 창업 후 GIS(지리정보시스템)과 관련한 개발을 하면서 방위산업과 연을 맺었고, 이후 무기체계소프트웨어, 가상현실 시뮬레이터, 전술훈련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했다. 이 분야에서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기반을 만들고, VR/AR 등 다양한 분야에 대응하고 있다. 원준희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잘 가꿔진 밭이 있으니 시장에 필요한 작물을 심기만 하면 되는 셈이다.

네비웍스 원준희 대표

원준희 대표는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게 됐고, IT 분야 대기업에서 근무하게 됐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내가 하고싶은 개발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때마침 벤처 붐도 일어나면서 창업을 선택했다. 테헤란로에서 5평 규모의 사무실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 때 개발하던 GIS 관련 기술로 방위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 분야에서 여러 사업을 수주하면서 성장했고, 7~8년 전부터 VR과 관련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VR과 관련한 연구개발에 투자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당시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이 웹 애플리케이션이나 보안과 관련한 소프트웨어 산업에 집중했지만, 그는 이미 남들도 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없으리라 생각해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했다고 한다.

네비웍스 원준희 대표

무기체계소프트웨어란 군에서 사용하는 무기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하고 운용하는 등 무기 조작과 관련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최신 구축함에는 소나 등의 센서 장비, 통신 장비는 물론, 함포, 어뢰 발사기, 근접방어무기체계가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장비를 함교에서 제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무기 사이의 미드웨어가 필요하고, 사용자가 이를 조작하기 위한 UI도 필요하다. 무기체게소프트웨어란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다.

원준희 대표는 "방산 소프트웨어의 설계 공학은 일반 소프트웨어 개발과 달리, 철저하게 기획하고,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을 적용해 완성하고, 이를 검증한 다음 유지보수까지 완벽하게 해야 한다. 이는 기존 IT 업계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나 게임 개발사가 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비웍스에는 방산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게임 개발자가 혼재해 있다. 처음에는 이 두 그룹이 서로 융합하기 어려웠지만, 계속된 공동 작업으로 새로운 채질의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준희 대표는 "이런 역량과 함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VR과 AR을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고, VR을 이용한 훈련, 게임 등과 관련한 기술도 얻었다. 이런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는 드물 것이다"고 설명했다.

네비웍스의 회전익 시뮬레이터

군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전술훈련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실제 장비를 기동하는 것보다 비용 효율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함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함교는 마치 컴퓨터실 같은 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곳과 같은 구성으로 땅 위에 함교를 만들고, 가상의 훈련 상황을 제공하면 실제 전함을 바다에 띄우지 않고도 충분한 훈련이 가능하다.

육군의 전술 훈련도 마찬가지다. 네비웍스는 최근 FPS 게임 형태의 전술훈련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지휘관의 전술과 전략, 각 병사의 임무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K1A1 전차나 K200 장갑차 등도 실제 제원을 바탕으로 구현했고, T-62 같은 적성전차도 대항군으로 넣을 수 있다. 대항군은 인공지능은 물론,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네비웍스의 전술 훈련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실제 데이터를 각 부대에 맞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분대 분대장의 실거리 사격에서 20발 중 18발 명중시켰다면 이 데이터를 반영해 시뮬레이션 내에서 분대장의 사격 명중률을 설정할 수 있다.

지휘관은 모든 병력 배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각 병력의 활동 내용 역시 기록으로 남아 사후강평에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모니터를 이용해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HMD를 이용한 VR 기술로 대체할 계획이다.

네비웍스의 전술 훈련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오는 3월에는 이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실제 VR FPS 게임을 스팀 플랫폼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원준희 대표는 "훈련, 게임, 공공서비스 등 기반이 되는 IT 기술은 큰 차이가 없다. 우리는 연구개발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고, VR 게임 등 시장과 소비자가 원하는 VR 콘텐츠를 그때 그때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네비웍스는 VR 플랫폼을 견고하게 만들고, 시장이 커지면 많은 개발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공개할 계획이다. 단순히 독자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술은 구매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개발사와 협력해 플랫폼을 완성해갈 계획이다.

네비웍스가 개발한 VR FPS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심인 회사인 만큼, 네비웍스는 개발자 비율도 높다. 약 120여 명의 직원 중 80%가 개발자일 정도다. 최근 IT 업계에서는 지나친 야근 등 개발자의 근무환경과 관련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네비웍스는 이를 위해 근무환경도 개선했다.

"철야를 하면 다음날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날 중요한 발표나 제안이 있지 않는 한 정시 퇴근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주말에 회사에 출근하려면 대표의 결재가 필요하다. 주말에 출근하는 경우는 대부분 일 때문이다. 결재가 필요한 이유는 누가 주말까지 고생했는지 내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의 자녀와 부모에 관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복리후생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가족의 환갑, 칠순, 팔순 등의 비용도 지원하고 있고, 나중에는 사옥에 어린이집도 만들 계획이다. 더 공부를 하고 싶다면 입사 후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네비웍스의 개발자

원준희 대표는 "매스컴, 경제학자, 기업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이다. 우리는 이미 이 물결안에 있다. 이 안에서 여러 가지를 준비해야 하는데, VR은 4차 산업혁명의 UI/UX가 되는 핵심이다. 농업이든 공업이든 서비스든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도약할 시기다. VR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한국은 물론 세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룰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네비웍스의 비전이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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