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일반명사가 된 IT 브랜드, 이런 것까지?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특정 기업의 제품명, 혹은 브랜드명이 거의 일반명사화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대일밴드', '봉고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그만큼 해당 제품이나 브랜드가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에게는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IT 및 가전업계에도 유사한 경우가 몇가지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해당 제품이나 브랜드가 정말로 높은 평가를 받았거나 기업의 마케팅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PC'

IBM Personal Computer 5150
(출처=IBM)
IBM Personal Computer 5150 (출처=IBM)

컴퓨터 대중화의 여명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사이에는 정말로 다양한 업체에서 독자 규격의 컴퓨터를 내놓았다. 켄백(Kenbak)의 ‘켄백-1’, 애플(Apple)의 ‘애플 II’, MITS의 ‘알테어(Altair) 8800’ 등이 대표적이었는데, 어느 것 하나 시장 전체의 표준이 되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1981년, IBM에서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 5150’이라는 컴퓨터를 출시했다. IBM PC는 이미 세간에 널리 쓰이는 범용적인 부품으로 구성되었으며, 기본적인 회로도나 바이오스(데이터 입출력용 기본 프로그램) 역시 공개되어 있었다. 덕분에 IBM 외의 다른 제조사에서도 호환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그리고 주변기기를 자유롭게 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었고,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IBM PC 및 IBM 호환 PC가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IBM은 2004년 이후 PC 시장에서 물러났지만, PC라는 용어는 IBM을 벗어나 범용 컴퓨터 전반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자리잡았다.

'노트북'

도시바 T1100
(출처=도시바)
도시바 T1100 (출처=도시바)

우리가 휴대가 가능한 컴퓨터를 흔히들 ‘노트북’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본래 일본 도시바(Toshiba)의 등록상표였다. 1985년에 도시바에서 출시한 ‘T1100’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의 기본적인 개념을 확립했다. 이후, IBM이나 후지쯔, HP 등에서 이와 유사한 제품을 다수 내놓기 시작했고 이들 모두 노트북으로 불리면서 노트북은 자연스럽게 휴대용 컴퓨터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자리잡았다. 서구권에선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쓴다고 하여 ‘랩탑(Laptop)’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PS/2 단자'

PS/2 포트
PS/2 포트

키보드나 마우스를 PC에 연결할 때 쓰는 단자(포트 및 커넥터)를 ‘PS/2’ 규격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건 단자 규격의 이름이 아니었다. 1987년에 IBM에서 출시한 데스크탑 컴퓨터 제품군의 이름이 PS/2 였는데, 이 단자가 처음으로 탑재되었다. IBM PS/2 컴퓨터 자체는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이 컴퓨터에 처음 적용된 키보드와 마우스 단자 규격은 호평을 받아 다른 업체의 컴퓨터에도 대거 탑재되기에 이른다. 특정 업체의 컴퓨터 브랜드였다가 범용적인 단자 규격의 이름으로 자리잡은 특이한 경우다. 다만, 2010년 즈음부터는 PS/2 규격 보다는 USB 규격의 키보드나 마우스가 더 많이 쓰인다.

'LED TV'

LED TV
(출처=삼성전자)
LED TV (출처=삼성전자)

평판 디스플레이의 대명사인 LCD는 액정 패널, 그리고 여기에 빛을 가하는 백라이트가 핵심 부품이다. LCD TV는 2000년대 들어 부피와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CRT(브라운관) TV를 밀어내고 TV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았다. 그런데, 2007년, 삼성전자에서 ‘LED TV’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는 LCD TV에서 백라이트의 종류를 기존의 CCFL(냉음극형광랭프)에서 LED(발광다이오드)로 바꿔 화질과 수명을 향상시킨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이것이 기존의 LCD TV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규격이라고 인식했으며 삼성전자 역시 이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했다. 이후, 다른 업체들도 LED 백라이트를 갖춘 LCD TV를 LED TV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이 일반화된다. 마케팅의 승리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백신'

DOS용 V3
(출처=안랩)
DOS용 V3 (출처=안랩)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프로그램을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종류에 구분없이 모두 바이러스 ‘백신(vaccine)’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이는 1988년에 안철수(안랩 창업자)가 개발한 최초의 국산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의 이름이 백신(vaccine, 일명 V1)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이 소프트웨어가 V2, V3로 업그레이드 되고 큰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 ‘백신’은 모든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를 일컫는 일반명사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디스켓'

크기에 따른 3가지 플로피 디스크
(출처=위키피디아)
크기에 따른 3가지 플로피 디스크 (출처=위키피디아)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나 CD-ROM 드라이브를 탑재한 컴퓨터가 드물었고, 대부분의 데이터를 손바닥 만한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에 저장하곤 했다. 이는 팔랑거리는(Floppy) 원반(Disk)라는 의미인데, 1971년에 IBM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IBM은 이를 디스켓(Diskette)이라는 상품명으로 팔았다. IBM 플로피 디스크의 시장 영향력이 막강했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서 제조하는 플로피 디스크 역시 디스켓으로 불리게 되었다. 참고로 ‘플로피 디스켓’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다.

'제록스'

Xerox 914 (출처=제록스)
Xerox 914 (출처=제록스)

미국의 발명가인 체스터 칼슨(Chester Carlson)은 1938년, 일반용지를 이용해 복사가 가능한 건식 복사기의 개념을 처음 정립했다. 그리고 1959년에는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건식 복사기인 ‘제록스 914(Xerox 914)’를 출시한다. 이후, 제록스 복사기는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지금도 북미에서는 제조사와 상관 없이 모든 복사기를 ‘제록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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