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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현의 신간산책] 동서고금 음식에 관한 예술적 이야기 <미식의 역사>

이문규

[IT동아]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의 전성시대다. TV는 물론이고 다양한 미디어에서 음식과 요리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먹는다(食)'는 것, 이게 비단 최근의 이슈일까? 생각해보자.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종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인간은 먹기 위해 살고, 또 살기 위해 먹는다. 그만큼 먹는 행위는 생(生)의 본질이자 행복이다. 그럼 우리는 언제부터, 아니 무엇을 먹어왔으며 또 어떻게 먹어왔을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풀어 줄 신간이 나왔다. 음식문화사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질리언 라일리(Gillian Riley)의 <미식의 역사/푸른지식>다.

질리언 라일리 <미식의 역사>

고대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유럽의 음식문화사를 예술작품을 통해 설명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생각보다 큰 판형(A4 크기)에 400페이지가 넘는 두께감에 펼쳐보기가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일단 펼쳐 읽기 시작하면 큰 판형은 예술작품을 좀더 시원하게 보도록 한 배려였음을 알 수 있다. 400페이지는 정말 쉽고 빨리 넘어간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품으로부터 식 재료, 부엌, 연회, 소박한 식사 등에 이르기까지 음식에 관한 생생한 역사적 증거를 찾아 보여주고 있다. 고대시대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180점이 넘는 미술 작품 속 온갖 종류의 식사 모습을 살펴보며 인간이 지나 온 삶의 풍경도 함께 살핀다. 이들 그림만 잘 봐도 충분히 많은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책 속으로 잠깐 들어가보자.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는 대부분 동물그림이다. 그 시대에는 동물의 움직임에 인간의 삶이 달려있었다. 수렵인으로서 동물에 대한 관심과 숭배는 당연했다. 그러다 농작을 시작하면서 식 재료의 풍요는 정착생활을 불러왔다. 고대로 넘어오며 비로소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음식을 즐기게 됐다. 지금도 여전히 즐겨 마시는 맥주나 포도주 등의 주류가 등장했고 파티(연회)문화도 생겨났다. 물론 고기도 빠질 수 없다. 나아가 화려한 향신료와 가공음식의 등장으로 '미식'의 세계는 새 시대를 맞이했다. 

물론 예술작품을 아무리 자세히 분석한다 해도 실제로 그림 속 음식이 어땠는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당시에 기록된 작품과 성분을 지금의 우리가 잘못 해석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추적과 추측을 통해 적어도 인간이 음식을 다루고 대해온 큰 흐름은 알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즐기는, 평범하지만 꼭 필요한 음식들이 어떤 사연과 역사를 거쳐 지금의 식탁에 오르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인간에게는 음식을 나누고 함께 먹는 관습이 있다. 즉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食)'의 행위가 아니다. 그 차제로 관계이자 상징이다. 

15세기 상류 층의 식사(출처=푸른지식)

15세기 상류층의 식사 <출처=푸른지식>

저자는 책 속 작품들을 보며 식 문화뿐 아니라 당시 일상의 단면을 엿보는 즐거움이 크리라 말하고 있다. 정물화와 풍속화 속의 성적, 도덕적, 정치적 상징은 오늘날 역사가를 비롯한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책이나 다른 동시대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정보를 그림 속 식 재료나 음식을 통해 의외로 간단하게 찾아낼 수 있다. 저자는 또한 고고학, 인류학적 발전과 찬란한 문화를 여러 문명의 예술 작품을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그것을 놓치고 있을 뿐. 특히 예술작품 속 음식역사 탐구는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연다. 음식을 아름답고 생생하게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통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럽의 문화와 미술, 그리고 그 당시의 시대상과 그 시대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까지, 폭넓은 지적 탐험 속으로 인도한다. 읽고 나면 그동안 알고 있던 미술작품들도 새롭게 보는 재미가 생길 것이다. 늘 우리 주변에 있지만 간과했던 생생한 역사 자료를 다시 보고 싶어질 것이다.

글 / 오서현 (oh-koob@naver.com)

ohs국내 대형서점 최연소 점장 출신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책과 독자를 직접 만났다. 예리한 시선과 안목으로 책을 통한 다양한 기획과 진열로 주목 받아 이젠 자타공인 서적 전문가가 됐다. 북마스터로서 책으로 표출된 저자의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오쿱[Oh!kooB]'이라는 개인 브랜드를 내걸고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관계를 연결하려 한다(www.ohkoob.com). 새로운 형태의 '북네트워크'를 꿈꾸며 북TV, 팟캐스트, 서평, 북콘서트MC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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