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지 않는 배터리가 스마트폰의 경쟁력인 시대
[IT동아 강일용 기자]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에서 배터리 폭발(발화) 사고가 일어나면서 배터리 폭발 이슈가 사용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경우 배터리 폭발 이슈탓에 발매 초기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약 한 달 동안 제품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터지지 않는 배터리를 갖추는 것이 스마트폰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발의 원인은 배터리 분리막 결함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는 왜 폭발한 것일까. 원인은 리튬 이온 배터리의 분리막 결함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 내부는 액체(전해질)로 가득 차 있다. 이를 플라스틱으로 된 얇은 분리막이 나누고 있다. 한쪽 액체는 양극을, 다른 쪽 액체는 음극을 위해 사용된다. 만약 얇은 분리막에 구멍이 생겨 양쪽의 액체가 섞이게 되면 합선이 된 것처럼 높은 열이 발생한다. 배터리에 사용된 액체는 열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자체 발화하게 되며, 때문에 배터리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500mAh의 대용량을 최대한 얇은 공간에 구현하기 위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를 무리하게 얇게 만들었고, 때문에 분리막에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원래 갤럭시노트7에는 삼성SDI와 중국 ATL이 제작한 배터리가 혼용되었다. 삼성SDI가 70%, ATL이 30% 정도를 공급했다. 하지만 폭발 사고를 일으킨 배터리는 대부분 삼성SDI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때문에 리콜을 통해 교환된 갤럭시노트7에는 ATL의 배터리만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ATL로부터 배터리 400만 대를 추가 공급받아 갤럭시노트7 교환 제품에 우선 탑재한 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삼성전자가 모든 갤럭시노트7을 리콜해 문제가 있는 배터리를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갤럭시노트7의 발화 이슈는 가라앉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리콜받은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이슈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휴대폰 커뮤니티 '뽐뿌'에 1일 '교환받은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습니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친구가 지난 주 교환받은 갤럭시노트7이 오늘 아침 8시경 폭발했다며 서비스센터에 연락이 안 돼 난감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시물 속 사진과 영상은 기존 배터리 폭발 신고 사례와 유사했다. 스마트폰 케이스는 검게 그을렸고 기기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제품을 회수해 국제 조사기관 SGS에게 의뢰해 엑스레이와 CT 촬영을 실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케이스가 손상될 정도로 강한 수준의 외부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내부 배터리가 발화한 것"이라며, "리콜을 통해 120만 대의 갤럭시노트7을 교환했으나 단 한 건의 배터리 발화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해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충격 때문에 분리막에 구멍이 생기면 액체가 섞여서 발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부분의 스마트폰 폭발 사고는 이러한 이유에서 일어난다.
리콜 제품의 폭발 논란은 일단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하지만 만약 새롭게 교체한 갤럭시노트7에서도 배터리 폭발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삼성전자와 갤럭시 브랜드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7도 폭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도 폭발 이슈에 휘말렸다. 지난 9월 30일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kroopthesnoop'이라는 이용자가 아이폰7 플러스가 배송받는 도중 폭발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 이용자는 폭발 때문에 검게 그을리고 액정이 돌출된 아이폰7 플러스 사진을 올린 후 "다행히 제품 패키지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배송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애플 역시 이를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고 조사단을 급파해 해당 제품을 수거한 후 정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사이익 누린 LG전자
삼성전자와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이 잇따라 배터리 폭발 이슈에 휘말림에 따라 LG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V20은 배터리 폭발 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V20은 LG화학이 제조한 3,200mA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배터리를 만들 때에는 최우선적으로 안정성부터 고려해야 한다. 무턱대고 용량을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또, 리튬 이온 배터리 자체가 외부 충격에 취약한 만큼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한 스마트폰보다 충격을 받은 배터리를 제품과 빠르게 분리할 수 있는 탈착식 배터리를 채택한 스마트폰이 더 안전한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