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영어'해 #3] "사교육비 걱정 더는 원서독서 특성 중학교입니다", 인천 양촌중학교
편집자주]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그대로 일상이다. 교육에는 그 이상이다. 영어교육에 있어 독서, 특히 영어원서 독서는 초등/중등/고등 12년 교육 과정의 중요한 기틀이 된다. 이에 독서 빅데이터 기반의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교육기관 사례를 살펴보며, 영어원서 독서와 영어교육 효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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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이문규 기자]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양촌중학교에는 유명 사립중학교 부럽지 않은, 오히려 양촌중학교를 부러워할 만한 독보적 공간이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편하게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대형 도서관이다. 일반 공립중학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탄탄한 규모와 시설이다. 특히 웬만한 공립도서관 못지 않은 수량의 영어원서 서적도 보유하고 있다. 영어원서 독서가 학생들의 영어교육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학교장 이하 전 교직원이 인정한 결과다.
양촌중학교 도서관에는 현재 1,500여 권의 영어원서가 정갈하게 꽂혀 있다. 일선 중학교 도서관이라 하기엔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평소에 접하기 쉽지 않은 영어원서를 학교 도서관에서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든든한 교육지원이 된다. 그 어떤 영어 사교육보다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영어교수법이 바로 원서독서다.
양촌중학교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영어원서를 읽고 학습하나?
“전교생 500여 명의 학생들이 영어독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영어 교과 수업에서 교과 진도 외에 영어독서를 함께 접목하여 교육하고 실제 수행평가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어독서 활성화를 위해 주간영어 수업 시간 중 한 차시는 수업을 영어독서에 할당하여 함께 도서관에 가서 직접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합니다. 이 외에도 특별활동 시간이나 동아리 활동에서도 영어원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기 초에 모든 학생들은 일괄적으로, 르네상스러닝 'SR(STAR Reading, 리딩레벨진단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자신의 수준을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한 학기 동안 영어독서를 합니다. 원서 읽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읽고, 르네상스러닝 AR(Accelerated Reader, 독서학습관리 프로그램)'로 독서 내용을 복습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원서독서가 미흡한 아이들은 지도 교사가 독서지도를 하고 있고요. 책을 읽고 퀴즈를 푼 다음, 책 내용을 토대로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문장을 기록하게끔 지도하고 있습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원서독서 프로그램을 확립하기까지 시행착오가 있었을 텐데...
"원서독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몇몇 학생들을 모아 동아리 형식의 '북클럽'과 '원서읽기반'을 운영해 보기도 했고요. 저희 교사들이 직접 독서퀴즈를 만들어 독서퀴즈 대회를 진행해 봤는데, 문제는 역시 학생들 각각의 독서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책마다 독서퀴즈를 만드는 것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고요. 교사들도 학생들도 의지가 점점 사그라질 무렵에 르네상스러닝 AR/SR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르네상스러닝 AR/SR 프로그램은 언제, 어떻게 도입하게 됐나?
"효과적인 독서지도 프로그램이 없을까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했어요. 다른 기관, 학교, 학원 등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참고하려 이곳저곳을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AR/SR 프로그램을 딱 보고 나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정말 저희가 필요로 했던 것, 찾고자 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체 없이 작년 하반기에 시범 도입한 후 올해 초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본격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장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AR/SR 프로그램 도입 전과 도입 후는 어떻게 달라졌나?
"이 프로그램이 반가웠던 건 학생 별로 읽기 수준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는 점, 그 수준에 맞는 원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그 책의 내용을 포함한 퀴즈가 제공된다는 점, 그 퀴즈를 통해 읽기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학생들의 독서활동 이력을 수행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어 좋습니다. 저희의 니즈(needs)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도입 전과 도입 후의 차이는 아이들의 반응과 독서 결과에서 분명히 나타나더라고요. 몇몇 아이들이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독서 프로그램을 적용하게 된 것도 도입 후의 큰 효과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신 레벨에 맞는 책을, 교사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고를 수 있게 됐습니다. 성취 의욕이 있는 아이들은 틈만 나면 도서관에 내려와 책을 읽고 퀴즈를 풀며 독서레벨을 높이려 합니다. 학생들이 원서 읽기에 흥미를 갖게 됐다는 점이 교사로서 체감하는 가장 고무적인 변화입니다."
올해부터 중학교는 연중 한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하게 되는데, 양촌중학교는 어떤 교육 계획을 적용했나?
"우리 학교는 가장 먼저, 영어교육이 평생교육으로 이어지도록 원서독서 프로그램을 강화했습니다. 학생이 중/고교/대학교를 졸업한 이후라도 영어 공부에 익숙할 수 있도록, 입시대비용 주입식 영어교육이 아닌 원서독서를 통한 이해력, 논리력 강화 교육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도 그에 맞춰 새로운 원서를 많이 구비했고요. 물론 오전에는 주요 교과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지만 별도의 시험은 없습니다. 독서 등의 활동 중심, 참여 중심의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 평가는 수치나 등급이 아닌, 교사의 주관적 평가로 이뤄집니다."
자유학기제 동안의 영어수업은 원서독서만 진행하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독서가 물론 대단히 중요한 학습법이긴 하지만, 한 학기 내내 독서만 할 순 없으니, 기존 영어 교과 수업의 방식을 재구성한 우리 학교만의 영어 수업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의 '진로'를 중심으로 하며, 저희 영어 교사가 자유학기 한 학기의 전체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원서독서도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해당 책이 영화로 제작된 경우 영화 장면도 시청하면서 책 내용을 좀더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해리포터'가 좋은 사례입니다. 관심이 많은 아이는 책 내용과 영화 내용 중 다른 부분도 정확히 짚어냅니다. 교사 입장에서는 일반 학기보다 교육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손도 많이 가긴 하는데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 긍정적인 정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르네상스러닝 AR과 SR 프로그램은 자유학기제 정책에 가장 적합한 교수법이 아닌가 합니다."
원서독서 프로그램을 교내에 도입하려면 한두 교사의 의지로는 쉽지 않을 텐데, 교사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어떠한가?
"우선 교장, 교감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교장선생님도 국문학 전공으로 평소에 책을 참 많이 읽으시는데, 누구보다 영어원서 독서 교육에 의지를 보이셨어요. 작년에 르네상스러닝 AR/SR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을 때도 가장 반가워하셨어요. 영어 교사 외에 수학, 과학 등 일반 교과 교사들도 원서독서 교육에 관해서는 만장일치로 동의했습니다. 희망 학생 몇몇 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교생이 모두 혜택을 누리고, 공교육을 통해 전교생의 영어실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 반응이 좋습니다."
그럼 일반 학기 중 영어수업과 원서독서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
"중3 학생의 경우 일주일에 영어 수업이 4시간인데, 교과 수업 3시간, 원서독서 1시간으로 진행합니다. 원서독서 시간에는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도서관으로 이동하는 데요. 자신에 맞는 책을 골라 수업 시작 전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도서관에 배치된 PC로 AR 퀴즈를 풀거나 영상 자료를 참고하기도 하고요. AR 퀴즈 풀기를 좋아하며 즐기는 아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참고로 도서관은 아침에도 개방되어 등교하자마자 바로 도서관으로 가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의 독서 활동 결과를 토대로 교내 시상도 함께 진행합니다."
양촌중학교는 최근 '국제화교육지정학교'로 지정됐다. 그 배경과 효과에 대해 알려달라.
"인천의 지역적 특징으로 여러 국제화학교가 들어섰는데, 우리 학교는 그런 의미의 국제화학교가 아닙니다. 즉 국내거주외국인 학생이나 상류층 가정 학생을 위한 고급 교육기관이 아닌, 가장 평범하고 가장 일반적인 학생을 위한 이른 바 '서민형 국제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고가의 사교육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국제화학교의 교과 과정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저희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추진, 신청해 지난 해 국제화교육지정학교로 지정됐습니다."
"교육 일환으로 '지구촌과 세계인'이라는 교과를 신설하고, 글로벌 시민 교육을 목표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국제문제에 관한 인식과 생각, 글로벌 인권 및 인성 관련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국제화학교에 맞춘 영어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모의UN대회'도 개최해서 현재의 국제 이슈를 놓고 각국 대표의 역할을 맡아 서로 토론하는 기회도 갖습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이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평가 되어, 최근에는 일본이나 몽골 등의 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해 견학하고, 교육 시스템을 참관하기도 합니다."
"국제화교육지정학교로 선정되는 데는 물론, 전교생 대상의 원서독서 교육과 원서도서관 운영이 큰 역할을 했다고 믿습니다."
원서독서 프로그램 도입 후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가 있었나?
"평소에 영어원서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학생도 분명 있습니다. 이를 테면, 한부모가정 학생이나 조손가정 학생이 그러한데요. 이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기도 현실적으로 힘든 아이들이다 보니, 학교에서 영어원서 독서를 하고 AR 퀴즈를 푸는 학습에 큰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며 다른 학생보다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선생님, 저 점심시간에도 AR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그날 점심을 먹지 않았는 데도 뿌듯한 포만감을 느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환경의 어려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학교에서 제때에' 전해 주는 것이 교사의 진정한 책임과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계기였습니다."
중3 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어쩔 수 없이 '입시형 주입식 영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영어원서 독서가 수능 영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나?
"제가 담당하고 있는 학급 학생들과 얼마 전에 'Holes'라는 원서를 읽은 적이 있어요. 때마침 캐나다 유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한 적 있었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Holes'를 읽느냐고 묻더라고요. 캐나다 중고등학생의 필독서인 만큼, 우리 학생들이 읽기에는 만만치 않은 원서라서요. 처음에는 읽고 AR퀴즈 풀기를 어려워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사전 없이 문맥을 이해하고 AR 퀴즈를 풀어내더라고요. 문맥 전체를 이해하니 모르는 단어 한두 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는 거예요. 수능 영어 문제의 대부분은 이렇게 긴 지문을 읽고 내용을 이해해야 정답을 맞힐 수 있는 형식이라, 그런 면에서 원서독서는 결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 기대합니다."
"르네상스러닝 AR/SR 프로그램은 일부 유명 사립 영어유치원이나 사립학교, 국제학교 등이 이용하는 독서 시스템이라는 걸 아시는 학부모님의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그런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정착 정작 학부모 자신들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영어원서를 자녀들이 즐겨 읽는 모습을 보며 만족해 하고 계십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