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영어'해 #1] "저희는 영어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코리아폴리스쿨
편집자주]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그대로 일상이다. 교육에는 그 이상이다. 영어교육에 있어 독서, 특히 영어원서 독서는 초등/중등/고등 12년 교육 과정의 중요한 기틀이 된다. 이에 독서 빅데이터 기반의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교육기관 사례를 살펴보며, 영어원서 독서와 영어교육 효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본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자녀 교육, 특히 영어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폴리어학원'. 폴리어학원의 모기업 ㈜코리아폴리스쿨은 1999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17년이 된 영어교육 기업이다. 교육 방식과 수업 내용/수준, 학습 만족도 등이 높아 외국계 교육기업으로 알고 있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1997년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귀국학생 교육연구소로 시작한 코리아폴리스쿨은 1999년 일산 주엽동에 첫 번째 폴리어학원 캠퍼스를 설립했다(현재는 일산 정발산동으로 이전). 2016년 현재, 전국 44개의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에는 베트남에도 캠퍼스를 설립했으며, 베트남 호치민 교육청 산하 유치부 대상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코리아폴리스쿨 일산캠퍼스 입구>
국내 교육시장 전반에 걸친 성장 침체기에도 폴리는 이른 바 '명문 어학원'으로 입지를 굳히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각 지역 캠퍼스마다 입학을 원하는 대기자도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저희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제공할 뿐이죠. 본사 직원의 60% 정도가 교육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새로운 교육방식과 효율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학원이 천편일률의 영어교육 커리큘럼과 획일적인 교재로 강의를 진행하는데요. 단지 시험 대비를 위한 교수법으로는 여전히 효과가 있겠지만, 영어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달성할 수 없을 거예요. 저희는 '시험 잘 보는 기술만 익힌 학생'이 아니라 '영어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코리아폴리스쿨 교육사업본부 김희수 이사의 말이다.
<코리아폴리스쿨 교육사업본부 김희수 이사>
폴리는 자사가 직접 개발한 영어능력 진단평가 프로그램인 'PLAT(POLY Language Aptitude Test)'를 통해 입학생의 영어 수준을 측정하고 그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본 교육교재 역시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교재가 아닌, 특정 외국 출판사와 폴리가 제휴하여 제작한 독창적인 교재를 사용하고 있다. 폴리의 교육철학과 커리큘럼, 지도방향 등에 맞춰 편찬한 교재로 서점 등 외부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필자가 폴리를 방문해(일산캠퍼스) 크게 놀란 것은 다름 아닌 '도서관' 때문이다. 영어학원에 이런 규모의 도서관, 이런 수량의 원서가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 학부모로서 마냥 부럽기만 하다. 웬만한 사립 중고등학교 못지 않은 도서관이다. 더불어 아이들의 나이와 키에 맞춘 책장 설계 및 원서 배치, 앉든 눕든 엎드리든 자유롭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게 한 시설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책은 도서관 외에 원내 곳곳에도 비치돼 있다.
"폴리 영어교육의 심장은 독서입니다.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고, 그 독서가 영어 학습에 필요한 영양분을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책을 읽어라,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책이 그냥 일상의 일부가 되게끔 합니다. 현재 이 곳에만 30,000권 이상의 원서가 있고, 각 지역 캠퍼스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을 별도 운영합니다. 캠퍼스에 따라 적게는 10,000여 권, 많게는 30,000권 정도되며, 전국 44개 캠퍼스를 합하면 무려 50만 권이 넘습니다."
일산캠퍼스에 비치된 30,000여 권의 원서는 모두 깨끗하고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다. 한권한권 비닐 커버까지 씌어 있고, 르네상스러닝 GE지수(영어읽기 능력 레벨)별로 체계적으로 구분돼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책은 여러 권/세트를 마련해 뒀다. 이것만 봐도 폴리가 책과 독서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투자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의 독서 수준이 다 달라서 GE지수 별로 나눠 뒀어요. 아이들은 언제든 도서관에 와서 자기 GE지수에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됩니다. 6살 유치부 어린이가 도서관에 와서 혼자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이유도, 아이가 자기 독서 레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읽는 습관, 책 고르는 방법만 지도하면 아이들이 알아서 책을 읽고, 그 내용을 토대로 집에서 AR퀴즈를 푸는 거죠. 매주 금요일에는 주말 내 읽으려 10권 정도씩 빌려갑니다."
폴리는 르네상스러닝 한국지사가 생기기 이전인 12년 전부터 SR(STAR Reading, 리딩레벨 진단 프로그램)과 AR(Accelerated Reader, 독서학습관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SR/AR 프로그램은 미국 내 교육기관의 절반 이상에 적용된 영어독서교육의 표준이다. 르네상스러닝이 지난 20여 년 동안 축적한 미국 학생들의 독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GE지수가 산출된다. 아이의 GE지수가 2.5라면 미국 학령 기준 2학년 5개월 차 학생이 무난히 읽을 수 있는 독서 수준임을 말하며, 이 지수 대의 원서를 골라 읽으면 된다.
"영어든 한글이든 독서 습관이 아이들 교육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독서 관련 프로그램이나 솔루션을 이리저리 찾아 보다, 르네상스러닝 AR/SR 프로그램을 보고 '이거다!'라고 판단하고 2004년부터 도입했습니다. 12년 동안 변함 없이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역시 '독서 습관 정립'입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학습 태도나 스타일이 남다르더라고요. 집중력, 이해력, 독해력도 높고 단어/어휘력도 확실히 좋습니다. 영어 교육에 이만한 게 없죠."
남녀노소를 떠나 독서의 중요함이야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원서 독서가 국내 입시제도 하의 영어교육에 얼마나 효율적인 결과를 나타내느냐가 학부모에게는 큰 관심사다. 독서도 좋지만 여느 학원의 시험 위주의 영어교육을 선호하는 학부모도 분명 있을 테니까. 어쨌든 우리 아이들에게는 수능 영어시험을 잘 치러야 한다는 중차대한 임무(?)가 있다.
"독서는 배경지식을 쌓기에 가장 좋은 습관입니다. 물론 그저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학업성적이 모두 좋아지진 않겠죠. 다만 책을 읽은 아이들은 그만큼 배경지식이 있으니 (영어)토론이나 토의를 할 때 적극성과 자신감을 보입니다. 교육 과정 중 'Debate(토론)'나 'Essay Writing(에세이 글쓰기)'에서는 그 차이가 명백히 드러나기도 하고요. 독서는 영어 분야를 넘어 모든 학습 범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합니다."
<폴리 아이들이 자기 읽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리포터'나 '퍼시잭슨', '반지의제왕' 같은 장편 판타지 소설을 영어 원서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아이라면, 수능영어 문제의 지문 정도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입시 대비형 영어 학습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얼마든지 받을 수도 있을 테고.
"모든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책 읽기를 즐기는 건 당연히 아니에요.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일수록 독서 습관을 갖게끔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5세 때부터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려 합니다. 그때는 책과 함께 하는 일상이 그대로 습관이 될 수 있으니까요. 도서관을 비롯해 곳곳에 책을 비치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독서가 일상적 습관이 된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논리적 사고면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폴리어학원 일산캠퍼스에는 '훌륭한' 도서관 외에, 영어학원으로는 특이하게 체육실 등의 특별활동실도 있다(규모는 도서관보다 작다). 교실보다 훨씬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공간이다. 폴리에는 어떤 교육 과정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폴리어학원 내에서 책은 어디서든 발견된다>
"독서가 심장이지만 독서 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따로 없어요. 독서는 그냥 아이들이 일상으로 하는 거고, 저희 교사는 그에 대한 지도만 합니다. 어학원이니 폴리 만의 교재를 통해 읽기, 쓰기, 말하기 수업을 하고, 단어/어휘 학습도 합니다. 모든 수업은 원어민 교사가 담당하고, 한국 교사는 보조 지도 역할을 담당합니다. 영어 교과 외 체육시간 등 다양한 수업이 있어요. 물론 영어를 기본으로 진행합니다. 아까 말씀 드린 대로, 폴리는 '영어를' 가르치기 보다는 '영어로'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에요."
자녀를 폴리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이래저래 높을 수 밖에 없다. 입학 대기자가 나날이 늘어가는 이유도 이내 수긍할 수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영어로 가르친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실제로 폴리에 다니는 아이들의 영어독서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5세~6세 아이들은 책을 읽고 완전히 이해한 다음 AR 퀴즈를 풀기에는 아직 버겁지만, 5세 때부터 다닌 7세 아이들은 GE지수 2.0~2.5 정도 되는 듯합니다. 미국 초등학생 2학년의 읽기 수준인 셈이죠. 한국 나이 일곱살은 미국 나이로 하면 여섯살이잖아요. 여섯살 아이가 2.0대 레벨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죠. 이런 아이들은 책이 그냥 밥 같은 거예요. 때 되면 일상으로 챙겨 먹는 밥처럼, 때 되면 일상으로 책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5~6학년) 및 중등(1~3학년) 과정인 '엠폴리(MPOLY)' 아이들은 GE지수 10 내외를 상회합니다. 10레벨이면 미국 고등학생(9~12학년)에 해당됩니다. 어떨 때는 저희 교사들도 아이들의 독서 능력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엠폴리'는 5~7세 때부터 폴리를 다닌 아이들을 위한 초등 고학년 및 중등 과정이다. 원서 독서로 기반을 든든히 다진 아이들에게 좀더 체계적, 전문적, 집중적인 영어교육을 제공한다. 초등 영어보다 난이도가 확 높아지는 중학 영어 교과에 맞추기 위함이다. 즉 일반 영어학원처럼 내신 대비 교육도 진행된다.
"폴리를 오래 다닌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가끔 이런 말씀을 하세요. '책 읽는 학원을 오래 다니다 보니 아이가 좀 지루해 하는 듯하고, 중학교에 올라가면 학교 성적도 대비해야 하니 학원을 옮겨야 되는 거 아니냐'고요. 당연히 천년만년 폴리에 다닐 순 없겠죠. 그럴 필요도 없고요. 여기서는 독서 습관에 따른 영어 사용의 가장 중요한 토대를 만드는 거라, 고등학생이면 일반 입시학원을 가야 할 거예요. 어쨌든 폴리를 수료하면 국내 교육 환경에서 치러지는 대부분의 영어시험은 무난히 대응할 수 있는 기본기는 완벽히 마련되는 셈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영어의 주춧돌은 독서입니다."
김희수 이사는 '폴리 출신 아이들은 상위 5%의 수준의 영어 기본기를 갖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 그 기본기 위에 시험 정답을 맞히는 '스킬'을 쌓을 뿐이라고. 영어를 이해하고 영어로 말하는 것과, 영어시험의 정답을 맞히는 건 엄연히 다른 교육 영역이라 강조한다.
"영어교육 분야에 오래 종사하면서 독서에 관한 신뢰를 다시 한번 다지게 되는 요즘입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하면, 영어 실력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월등한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영어 토론이 그런데요. 주변에 관한 배경지식은 책이 아니면 얻을 수가 없으니까요. 자기 생각과 주장이 분명한 아이들은 하나 같이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독서가 폴리의 '심장'이라면, 르네상스러닝 SR+AR 프로그램은 '대동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만들어진 지적 영양분을 두뇌와 몸 전체에 공급하는 역할인 거죠. 아이들이 자기의 독서 수준을 알고 그 수준에 맞춰 책을 고르고 읽고 이해하고 평가하는 그 모든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니까요."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