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맥이 윈도우를 감싸 안을 때 '패러렐즈 데스크톱 11'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맥북이나 아이맥을 산 지인에게 으레 하는 말이 있다. 절대 윈도우 설치는 하지 말라는 것. 맥에는 '맥OS'라는 좋은 운영체제가 무료로 제공된다. 맥에 더 최적화된 전용 운영체제가 있는데, 굳이 윈도우를 쓸 필요가 없는 셈이다. 물론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할 수 있지만.

다만 국내에서는 윈도우를 완전히 버릴 수 없다. 대부분 작업을 맥에서 해결하는 나로서도 가끔 윈도우의 힘을 빌린다. 국내의 인터넷 환경이 맥만 쓰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맥에서 윈도우를 쓰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부트캠프와 가상화. 내 맥북프로에는 가상화 방식인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을 사용해 윈도우를 사용하고 있다.

필요할 때만 윈도우 호출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원할 때 잠깐씩 윈도우를 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윈도우는 PC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부팅을 해야 하는데, 잠깐씩 호출할 수 있다는 말에 의아해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앞서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은 가상화 방식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IT 분야에서는 가상화가 다양하게 쓰이는데,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에 쓰이는 가상화는 간단하다. 운영체제안에 또 다른 운영체제를 구동할 수 있게 해준다. 맥북프로를 맥OS로 부팅을 한 상태에서 윈도우를 부팅해 쓸 수 있다는 말이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11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맥OS로 부팅한 상태에서 윈도우가 하나 더 로딩이 되어 윈도우의 기능을 고스란히 쓸 수 있다. 그러므로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을 설치한 후 실행하면, 윈도우 인스톨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윈도우뿐만 아니라 리눅스, 구글 크롬도 사용할 수 있다.

패러렐즈
패러렐즈
▲ 윈도우 설치를 해야한다

모든 설치과정이 끝나면 이후부터는 패러렐즈 데스크톱 11만 실행하면 마치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윈도우가 실행된다. 필요할 때마다 윈도우를 호출할 수 있는 것.

빨라진 속도

그런데 여기서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 바로 속도다. 맥OS로 부팅한 상태에서 윈도우을 가상으로 부팅해 사용한다면 구동 속도가 다소 느리진 않을까? 사실 이 부분은 패러렐즈가 매년 새로운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개선하고 있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11 또한 이전보다 상당히 속도가 빨라졌다.

패러렐즈가 밝히기를 이전 버전 대비 실행 속도는 윈도우 8/10 시작 및 종료 속도 최대 50% 향상, 윈도우 내 파일 작업 최대 20% 향상, 가상 컴퓨터의 대기 모드 전환 속도 최대 20% 향상, 여행 모드로 배터리 사용 시간 최대 25% 향상, 네트워크 성능 개선 등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사실 이전 버전을 사용해 보지는 못했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8을 쓴 적은 있지만, 이후 한동안 패러렐즈 데스크톱을 쓰지 않다가 이번 11 버전을 다시 설치했다. 이전 버전보다 얼마나 빨라졌는지 이야기할 수 없지만, 페러레즈 데스크톱 8을 쓰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확실히 11 버전을 그사이 많은 속도 향상이 이루어졌다.

패러렐즈
패러렐즈
▲ 맥안에 창 형태로 윈도우가 실행된다

일단 윈도우에서 마우스가 밀리는 느낌 없이 매끄럽게 움직인다. 사실 이 점은 그동안 패러렐즈의 고질적인 문제였기도 하다. 맥OS 안에 윈도우를 하나 더 띄우다 보니 하드웨어 자원 활용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전반적으로 100%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에서 윈도우 10을 설치해 사용해 보니 더는 그런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서를 열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하는 등 모든 윈도우 작업도 쾌적하다. 네크워크도 확실히 개선되었다.

맥과 윈도우가 하나처럼

맥에서 윈도우를 쓰는 것은 꽤 이질적이다. 맥에는 윈도우에 없는 command 라는 키가 있으며, 자판의 배열이 다르고, 단축키가 다르다.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을 깔고 윈도우를 불러오면, 맥OS를 기반으로 사용한다는 걸 전제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많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패러렐즈는 이를 영리하게 대처한다. 맥OS의 사용자 경험을 윈도우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에서 이를 도입해 두 운영체제의 간격을 좁히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것이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에 적용된 '윈도우 개요 보기(Quick Look for Windows)' 기능이다. 맥에는 스페이스 바를 누르면 팝업창을 통해 파일을 미리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를 '훑어보기(Quick Look)'이라고 하는데, 엄청 자주 쓰는 기능 중의 하나다. 이를 윈도우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윈도우 탐색기는 맥OS의 폴더 구조를 그대로 쓴다. 즉 윈도우의 다운로드는 폴더는 맥OS의 다운로드 폴더와 경로가 같다. 윈도우에서 다운로드에 파일을 저장하면, 별도의 파일 이동을 하지 않아도 맥OS에서 해당 파일을 사용할 수 있다.

패러렐즈
패러렐즈
▲ 오른쪽이 패러렐즈 데스크톱 윈도우 탐색기, 왼쪽이 맥 파인더

특히 '동시실행 모드'는 맥과 윈도우의 경계를 제대로 허문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을 실행하면, 여타의 애플리케이션처럼 하나의 창이 뜨면서 윈도우가 작동한다. 하지만 동시실행 모드로 이런 창이 사라지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마치 맥OS에 설치된 애플이케이션처럼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윈도우뿐만 아니라 메모장 등 다양한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맥OS용 애플리케이션처럼 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동시실행 모드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맥OS를 쓰기를 원하지만, 윈도우 프로그램 활용도가 높을 경우 동시실행 모드는 꽤 유용하다. 맥 사용자 경험을 해치지 않고 윈도우를 쓸 수 있다.

패러렐즈
패러렐즈
▲ 맥안에서 IE, 윈도우 알림이 개별 작동하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영 전환이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8때 다국어 키보드 동기화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맥 한영 전환 단축키를 패러렐즈 데스크톱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 사실 이 기능은 패러렐즈 데스크톱 8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데,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에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표면상으로는 맥 한영 전환 단축키를 입력하면, 언어 전환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영어에서 한글로 바꾸어도 직접 입력하면 한글 입력이 되지 않는다. 한국어 입력기 자체에 한영 입력이 있으므로 언어 전환을 또 해주어야 한다. 한국어 입력기에서 우측 옵션(option) 키로 한영 전환을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제어판을 살펴봤지만, 기본 기능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형태다.

동시에 2개의 운영체제를 구동하기에

맥OS를 쓰면서 윈도우를 함께 쓸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편하며,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구석도 많다. 그런데도 역시나 2개의 운영체제를 동시에 운영하기 때문에 한계도 보인다.

일단 하드웨어 자원을 더 많이 운용한다. 그러다 보니 발열이 생기게 되고, 쿨링팬이 엄청나게 돌아간다. 에너지 사용도 엄청나다. 당연히 배터리 사용 시간을 줄어든다.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을 켜둔 채 서너 시간 작업 해보니 확연하게 배터리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패러렐즈는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여행 모드를 별도로 만들었다.

패러렐즈
패러렐즈
▲ 맥에서 모니터링 해보니 패러렐즈의 에너지 사용량은 무척 높다

맥으로만 불편하지 않은 날 올까?

패러렐즈 데스크톱 8을 사용하면서 리뷰를 했던 기억이 나서 예전 기사를 뒤적여 봤다. 2012년에 작성한 그 글에는 '국내 인터넷 환경이 느리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2016년 현재 그때랑 비교하면 정말 조금, 아주 조금 좋아진 거 같기는 하다. 하지만 체감상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여전히 맥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 몇 번이고 윈도우에 의존하게 된다.

10년 후에도 이런 점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맥만 쓰고 싶어도 윈도우를 멀리한다는 건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국내 맥 사용자는 여기에 대한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할 터.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은 바로 그런 해결책 중의 하나다.

대부분 작업을 맥에서 해결하는 나로서는 패러렐즈 데스크톱 11이 최적의 선택이다. 항상 맥OS로 부팅한 상태에서 필요할 때만 윈도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맥의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사용성을 적용한 점도 만족도를 높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맥 진영에서 윈도우의 동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