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과 4K 시대, 고성능 PC가 필요한 이유
[IT동아 권명관 기자] 최근 몇 가지 재미있는 시장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있다. 가트너는 2015년 가상현실(VR) 전세계 시장 규모를 3,700만 달러로 분석하며, 수익모델 증가에 따라 활발한 투자가 진행되는 단계라고 예상했다. 이어서 딜로이트는 2016년 VR 산업 규모는 10억 달러(약 1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디지캐피탈(DigiCapital)은 오는 2020년 300억 달러 시장 규모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VR 시장은 연평균 14.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하드웨어(HMD, VR PC 등)와 게임, 동영상, 기타 앱 등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 밝혔다.
슈퍼데이터(SuperData)는 VR 게임에 대한 의미있는 전망을 분석했다. 2016년 VR 게임 전세계 시장은 51억 달러(약 6조 1,200억 원)으로, VR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 수는 5,500만 명으로 예상했으며, 전체 사용자 중 71%는 모바일 기기로 VR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것이라 전망했다.
케이제로는 전세계 VR 단말기(HMD) 판매량 전망을 발표했다. 2014년 20만 대에서 2018년 2,38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하드웨어 시장 규모는 2018년 23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밝혔다. 소프트웨어(게임 등 콘텐츠) 시장 규모의 경우 2014년 3,000만 달러에서 2018년 28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VR 시장에 대한 전망도 등장했다. 한국VR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9,636억 원 규모에서 2016년 전년대비 42.4% 성장한 1조 3,735억 원을 기록하며, 이어서 향후 2020년에 이르면 5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VR HMD 및 360도 카메라 등을 선보여 하드웨어 시장은 확산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국내 VR 관련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시장은 아직 부족한 실정으로 VR 기기 대중화 이후 콘텐츠 시장이 확대할 것이라 발표했다.
국내외 다양한 시장조사기관의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향후 VR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며, 이를 즐기는 사용자도 꾸준하게 늘어난다는 것. 또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장 이후 다소 정체되어 있던 PC 시장과 VR HMD와 같은 디스플레이 제품 등 관련 시장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측한다. 즉, VR 시대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근 미래 우리네 일상 속으로 들어올 차세대 콘텐츠인 셈이다.
가상현실과 4K 시대, 고성능 PC가 필요한 이유
VR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다. 현재 VR 기술은 '현실과 똑 같은 가상현실을 사람이 체험하기 위해' 시각적인 부분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때문에 4K, 8K급 화질의 디스플레이 역시 필수 요건 중 하나다. 좌우 2개의 디스플레이에 VR 콘텐츠를 구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고화질의 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기기 즉, PC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과 같은 VR 콘텐츠를 원활하게 재생하기 위해서는 GPU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CPU도 밑바탕되어야 한다. VR 시장 확대를 논하며, 정체된 PC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는 이유다.
지난 5월 31일부터 6월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계 최대 ICT 전시회 가운데 하나인 '컴퓨텍스 타이베이 2016'에서 인텔이 발표한 10코어(데카 코어) 프로세서 '인텔 코어 i7 익스트림 에디션'은 그래서 주목 받는다. 인텔은 지속적으로 컴퓨팅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했다. 하이엔드 게이밍, 초고화질 해상도 지원, VR 시대 개막 등 고성능 PC를 요하는 콘텐츠 제작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의 프로세서는 필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8코어(옥타코어)에 머물러 있던 i7 프로세서를 10코어 프로세서로 확장한 것.
이번에 발표한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EE)은 현존하는 PC용 프로세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브로드웰-E 기반으로 제작한 익스트림 프로세서는 각 모델 별로 6개에서 최대 10개의 코어를 갖추고 있고, 코어 클럭은 모델 별로 3.0~3.6GHz. 단일 코어의 성능을 최대 25%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터보 부스트 맥스(3.0)와 쿼드(4) 채널 DDR4-2400 메모리를 지원한다. 프로세서 성능 기준 중 하나인 캐시 메모리도 최소 15MB에서 최대 25MB까지 늘렸다.
또한, 40개의 PCI 익스프레스 레인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최상위 그래픽 카드(GPU)를 4개 연결하고도, 고성능 SSD를 연결할 수 있는 8개의 레인이 남는다. 이외에도 프로세서 성능을 사용자가 (임의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오버클럭 제한도 풀었다.
이번에 인텔이 발표한 모델은 최상위 모델 '코어 i7-6950X'와 '코어 i7-6900K', '코어 i7-6850K', '코어 i7-6800K' 등 총 4종이다. 순서대로 10코어, 8코어이며 나머지 2종은 6코어를 지원한다. 최상위 모델 코어 i7-6950X의 기본 동작속도는 3GHz이지만, 터보 부스트 적용 시 3.5GHz까지 늘어난다.
코어 i7 프로세서 익스트림 에디션은 기존 인텔 최상급 프로세서와 비교해 4K 동영상 인코딩 성능은 25%, 3D 그래픽 처리 성능은 35% 더 뛰어나다. 특히, 이 기준은 터보 부스트 즉, 오버클럭을 적용하지 않은 수치. 때문에 4K 해상도 게임 및 VR 콘텐츠를 경험하는데 있어 더욱 향상된 사용자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강력한 성능만큼 소모하는 전력과 가격도 무시무시하다. 전력소모는 140W에 이르며, 가격은 412(6코어)~1,569(10코어) 달러에 이른다. 참고로 이미 시장에 판매 중인 X99 칩셋 기반 LGA2011-v3 소켓 메인보드에 바이오스 업데이트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사용자라면 웬만한 PC 1대 가격과 비슷한 프로세서에 놀랄지 모르겠다. 하지만, 코어 i7 익스트림 프로세서는 결코 문서 작성이나 인터넷 검색, 간단 동영상 재생 등으로 이용하기 위한 프로세서가 아니다. 용도가 명확한 프로세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4K 이상 해상도의 게임이나 동영상을 즐기거나, 해당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가에게는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제품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글쎄.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까. 우리는 연비 효율 높은 경차와 누구보다 빨리 트랙을 달려야 하는 F1 머신을 비교하지 않는 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