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vs일반인, 엔비디아와 AMD의 엇갈리는 2016 전략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PC 게임 마니아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연례행사, '그래픽카드 전쟁'이 2016년에도 치열하게 열릴 예정이다. 그 주역은 이번에도 역시 엔비디아와 AMD다. 일단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엔비디아의 분위기가 좀더 좋았다. 2012년 즈음에 엔비디아의 지포스 600 시리즈가 라데온 HD7000 시리즈 대비 우위를 점한 이후, 지포스 900 시리즈와 라데온 300 시리즈가 경쟁하고 있는 현재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중반, 양사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신제품을 내놓으며 엔비디아는 수성을, AMD는 역전을 다짐하고 있다.

5월 초부터 엔비디아가 지포스 1000 시리즈(파스칼)의 판매를 시작했으며 AMD는 이달 말부터 라데온 400 시리즈(폴라리스)를 출시한다. 출시 시기는 비슷하지만 양사의 전략은 자못 다르다. 엔비디아가 제품군 전체의 이미지를 이끌 고가 제품을 우선 내놓아 이른바 하이엔드 시장부터 집중 공략하는 반면, AMD는 이른바 '가성비(가격대 성능비)' 제품을 우선 출시해 일반인 시장부터 노린다.

마니아 겨냥한 엔비디아, 일반인 유혹하는 AMD

지포스 1000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지포스 GTX 1070(8GB)과 지포스 GTX 1080(8GB)의 가격은 각각 379달러와 599달러다. 6월 10일 현재, 국내 시장에는 지포스 GTX 1080만 팔리고 있으며 인터넷 최저가는 90~100만원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 150만원을 훌쩍 넘기던 이전 세대의 최상위급 제품인 지포스 GTX 타이탄X보다 나은 성능을 내면서 가격은 좀 더 싸다. 무조건 성능만 중시하는 마니아 기준에선 이것도 '가성비'가 좋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반인이 선뜻 사기엔 분명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라데온 RX 480을 소개하는 AMD 라자 쿠드리
부사장
라데온 RX 480을 소개하는 AMD 라자 쿠드리 부사장

반면, 라데온 400 시리즈의 첫 제품이자 대표작인 라데온 RX 480은 4GB 메모리 제품 기준, 199달러에 출시될 것이라고 이달 초 AMD는 밝혔다. 지포스 GTX 1070에 비하면 거의 절반, 지포스 GTX 1080에 비하면 1/3 수준이다. 국내에 출시되면 20만원대 중후반 정도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라데온 RX 480의 성능은 이전 세대의 상위급 제품인 지포스 GTX 980 및 라데온 R9 퓨리와 비슷하며, 지포스 GTX 1080의 60~7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소비자 입장에서 충분한 고성능이며, 무엇보다 가격 면에서 부담없이 구매 목록에 올릴 만 하다. 게다가 AMD는 라데온 RX 480 2대를 달면 지포스 GTX 1080 1대를 다는 것보다 저렴하면서 성능은 더 좋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수성? AMD의 역전?

사실 그래픽카드 시장은 현재의 엔비디아처럼 상급형 제품을 위주로 우선 출시해서 마니아들을 상대로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한 후, 입소문을 타고 이보다 성능을 낮춘 하위 제품을 순차적으로 내놓아 파급 효과를 노리는 것이 전통적인 전략이다.

반면, 2016년의 AMD는 중급 내지 중상급형부터 대표 제품으로 출시해 처음부터 철저히 실수요자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펴고있다. 이는 2008년 즈음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AMD는 라데온 HD4000 시리즈를 출시하며 중상급 제품인 라데온 HD 4850(199달러) / 4870(299달러)을 우선 투입,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한동안 엔비디아로부터 상당한 점유율을 빼앗는데 성공한 적이 있다.

2016년 그래픽카드 시장이 특별한 이유

어느 쪽의 전략이 성공할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비자 입장에서 2016년은 그래픽카드를 사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는 점이다. 지포스 1000 시리즈 및 라데온 400 시리즈를 비롯한 양사의 2016년형 제품은 이전 제품에 비해 단순히 클럭(동작속도)을 높이거나 아키텍처(설계방식)을 개선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공정 수준까지 4년여만에 향상시킨 제품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80

2012년부터 지금까지 엔비디아와 AMD는 28nm 수준의 공정으로 GPU(그래픽카드의 핵심칩)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2016년부터 엔비디아 지포스 1000 시리즈는 16nm, AMD 라데온 400 시리즈는 14nm 공정으로 생산된다. 제조 공정이 미세해 질수록 한층 적은 소비전력과 발열, 그리고 향상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양사의 신형 그래픽카드는 최근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4K UHD급(풀HD급 대비 4배의 정밀도) 콘텐츠 및 VR(가상현실) 콘텐츠를 구동하기에도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6년 그래픽카드 시장이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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