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가상 현실이 된다 '프로젝트 앨리스'

김태우 tk@gamedonga.co.kr

[IT동아 김태우 기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VR 기기의 보급으로 누구나 가상 현실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아직 VR은 초기 단계라 할 수 있으며, 사람이 VR에 개입해 무엇을 하는 행위 자체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HTC에서 내놓은 바이브는 2개의 컨트롤러를 통해 가상의 물건을 손으로 잡을 수 있긴 하지만, 컨트롤러가 진짜 손처럼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VR 안에서 유연하게 도구와 상호 작용을 하고, 사람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노이텀이 내놓은 '프로젝트 앨리스'가 그것이다.

지난 5월 11일 코엑스 컨퍼런스홀 B201호에서는 '실감미디어 해외기술교류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행사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꾸려졌으며, 연사로 해외 VR 분야 권위자가 초청됐다. SVVR의 공동창립자인 칼 크란츠(Karl Krantz), 노이텀(Noitom)의 하오양 리우(Haoyang Liu) CEO, 모구라 VR(Mogura VR)의 공동창립자인 쿠보타 슌(Kubota Shun). 알트스페이스(Altspace)의 존 프란시스 쇼네시(John Francis Shaunessy) 헤드 프로그래머 등이다.

이날 직접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표를 들었다. VR 산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 가장 눈이 갔던 내용이 두 번째 섹션의 노이텀 하오양 리우 CEO가 직접 발표한 프로젝트 앨리스였다.

노이텀
노이텀
▲ 노이텀 하오양 리우 CEO

노이텀(noitom)은 motion을 거꾸로 쓴 단어다. 이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모션 캡처. 모션 캡처는 초기 기계적 장치를 입어야 했지만, 데이터의 정확도는 떨어졌다. 이후 사용된 기술이 카메라 기반의 모션 캡처다. 넓은 공간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용자는 마커가 부착된 검은색 옷을 입고 움직이면, 컴퓨터가 마커의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나쁘진 않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카메라 기반의 모션 캡처는 15년 정도 이용되고 있는데, 노이텀은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한 관성 기반의 모션 캡처 기술을 개발했다. 모션 데이터는 무선으로 PC에 전송되며, 실시간으로 동작을 감지한다. 휴대할 수 있으며, 노트북만 펼쳐 놓고 센서만 몸에 장착하면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콘퍼런스 현장에서도 모션 캡처 시연을 직접 보이기도 했다. 손가락에 센서를 부착하면 미묘한 움직임까지 감지된다고 하오양 리우 CEO는 설명했다.

장비만 경량화한 것이 아니다. 가격도 2000달러가량으로 저렴하다. 이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모션 캡처 데이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노이텀
노이텀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이 앞에서 언급한 프로젝트 앨리스다. 앨리스는 VR에 노이텀의 모션 캡처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노이텀 장비를 착용하고 손을 움직이면, VR에서 가상의 손이 움직이게 된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손은 현실과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로봇 손처럼 만들 수 있다.

재밌는 부분은 VR 안에서 직접 물체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실과 VR을 교묘히 섞어서 구현했다. 예를 들어 현실에서 플라스틱 꽃병이 있다면, VR에선 이 꽃병을 유리 꽃병으로 보이게끔 한다. 그래서 사람이 직접 플라스틱 꽃병을 잡는 것이지만, VR에서는 유리 꽃병을 잡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앨리스에서는 공간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물체에 마커를 부착해 이를 구현하고 있다.

▲ 프로젝트 앨리스, 위 동영상에는 모션 캡쳐가 접목되어 있지는 않다

하오양 리우 CEO는 앨리스에 대해 “가상 현실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며 “정확한 위치 감지와 낮은 레이턴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VR의 부작용 중의 하나인 어지럼증이 전혀 없다고 한다. 앨리스를 직접 체험해 본 이들은 어떤 게 내 손인지 모를 정도로 진짜 같이 느껴진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노이텀측은 밝혔다.

앨리스의 구현은 일정한 규모의 공간뿐만 아니라 책상 크기도 문제없다. 게다가 여러 사람이 같이 즐길 수도 있다. 노이텀은 앨리스를 B2B 솔루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앨리스는 어떤 분야에 적용될까? 서바이벌 게임은 페인트 볼 총을 이용한 레저 스포트다. 하지만 앨리스를 사용하면, 모형 총을 멋진 레이저 총으로 탈바꿈하고, 현장을 우주선으로 만들어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군대의 모의 전투에서도 활용할 수 있으며, 교실 한 쪽에 앨리스를 적용해 교육에 활용할 수도 있다.

VR에 존재하는 물체는 진짜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 물체를 손에 쥔다면, 만져지지 않는다. 실물을 직접 쥐었을 때 전해지는 느낌을 가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오양 리우 CEO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실물을 사용해 가상 현실에서 이를 직접 쥐었을 때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겨 앨리스를 만들게 됐다.

가상 현실을 눈으로만 체험한다면 현실감은 떨어진다. 오감을 건드릴 수 있을 때 가상 현실은 더욱 현실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앨리스는 현실을 가상 현실로 만들어 버리기에 가상 현실을 더더욱 실감 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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