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 독립의 꿈, 티맥스OS
[IT동아 강일용 기자] 티맥스오에스가 자체 개발한 PC용 운영체제 '티맥스OS(Tmax OS)', 문서작성도구 '티맥스오피스', 웹 브라우저 '투게이트'를 20일 공개했다. 셋이 당장 출시되는 것은 아니다. 5~6월 내부 직원 및 관계사를 대상으로한 클로즈 베타 테스트, 7~8월 일반 사용자 대상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거쳐 10월 1일 정식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운영체제의 큰 틀은 완성된 상태다. 5개월 동안 제품을 다듬고 시장에 선보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티맥스오에스는 DBMS(데이터베이스관계소프트웨어), 미들웨어, WAS(웹 애플리케이션 서버)를 개발하는 중견SW 기업 티맥스소프트의 자매회사다. 대주주가 동일하지만 상호 지분관계는 없다.
티맥스OS의 등장 배경은 얼마 전 작성한 '운영체제를 향한 티맥스의 두 번째 도전' 기사(http://it.donga.com/24104/)를 참고하자.
티맥스OS는 어떤 운영체제?
중요한 것은 티맥스OS가 '어떤 기술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와, '어떤 기술적 성과를 보여주었는지'다. 이를 알기위해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티맥스OS 발표회장에 참석해 티맥스OS가 어떤 운영체제인지 직접 확인했다.
티맥스OS는 프리BSD 기반의 UNIX-LIKE 운영체제다. 프리BSD 위에 독자적인 기술과 사용자 환경을 더해 완성했다. 프리BSD 가운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버전은 안정성을 검증받은 10.1과 가장 최신 버전인 10.3이다. 터미널을 통해 티맥스OS를 분석해본 결과 프리BSD 10.1을 기반으로 운영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BSD는 서버나 컴퓨터에 널리 사용되는 운영체제다. 프리BSD의 기술 또는 프리BSD를 변형해 만든 운영체제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플 OS X이 프리BSD의 기술을 활용한 운영체제고(프리BSD를 변형한 것은 아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용 운영체제가 프리BSD를 변형해서 만든 것이다.
티맥스OS에 투입된 티맥스오에스만의 독자적인 기술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X윈도우'와 별개의 사용자환경(그래픽 커널)이고, 다른 하나는 윈도우용으로 개발된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앱 호환성이다.
X윈도우는 MS 윈도우 운영체제와 유사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는 유닉스(리눅스 포함)용 GUI다. 유닉스는 원래 서버용으로 만든 운영체제라 텍스트 기반의 명령어만 입력할 수 있게 최소한의 사용자 환경만 갖춘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유닉스를 MS 윈도우와 비슷한 감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X윈도우다.
티맥스OS는 이러한 X윈도우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체 그래픽 커널과 사용자 환경을 구축했다. 사용자 환경은 윈도우와 OS X을 반반씩 섞은 느낌이다. 굳이 따지자면 OS X에 더 가깝다. 전작 티맥스 윈도우9의 사용자 환경이 윈도우7과 흡사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 사용자 환경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시연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티맥스OS 시연 동영상을 첨부했다.
티맥스OS는 사용자 환경의 가장 큰 특징으로 바탕화면을 여러 개로 분리해(시연에선 4개로 분리했으나, 추후 4개 이상의 분리환경을 지원할 계획) 각각의 바탕화면에 다른 작업을 띄워놓고 이를 빠르게 오가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워크스페이스' 기능을 꼽았다. 다만 윈도우에선 가상 데스크탑, OS X에선 미션 컨트롤이란 이름으로 이와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티맥스OS는 윈도우용 앱을 설치해서 실행할 수 있다. 실제로 MS 오피스 2010과 블리자드의 RTS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제대로 실행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윈도우용 앱은 티맥스OS가 있는 C드라이브에 설치되지 않고, 윈도우 앱만 모아둔 W드라이브에 설치된다. W드라이브는 윈도우용 앱을 실행하기 위한 각종 바이너리와 관련 파일들이 모여있는 장소다.
여러 정황을 볼 때 티맥스OS는 윈도우용 앱을 실행하기 위해 '와인(Wine)'의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와인은 오픈소스가 아닌 윈도우를 분석해 윈도우용 앱을 유닉스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와인은 과거 티맥스 윈도우9에도 도입된 바 있으나, 당시에는 티맥스오에스의 기술력 부족과 와인 자체의 완성도 미흡으로 윈도우용 앱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반면 티맥스OS는 한정된 앱이나마 제대로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이 호환성 부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다이렉트X 같이 MS의 기술과 라이선스가 관련되어 있는 윈도우용 앱은 아예 실행하지 못한다. 게다가 일반 윈도우용 앱의 호환성도 미완성이다. 기자가 다이렉트X와 관계없는 윈도우용 파이어폭스를 내려받아 설치를 시도해봤는데, 제대로 실행조차 되지 않았다. 티맥스오에스의 지속적인 최적화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티맥스오에스는 티맥스OS의 가장 큰 장점으로 보안성을 꼽았다. 기술적인 설명을 배제하고, 사용자가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샌드박스(모래상자)' 시스템이다. 티맥스OS는 확인되지 않은, 또는 허가받지 않은 앱이 유입되면 해당 앱을 일반 시스템에서 실행하지 않고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샌드박스 위에서 실행한다. 샌드박스는 해당 앱 실행 후 자동 폐기된다. 때문에 악성코드가 유입되더라도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샌드박스 위에서 실행된 앱은 외부 테두리에 노란색 표시를 해서 사용자에게 알린다.
티맥스OS에는 자체 앱장터 '티맥스앱장터'가 포함된다. 사용자, 기업, 관공서는 티맥스앱장터를 통해 원하는 앱을 찾아서 설치할 수 있다.
티맥스OS는 아직 미완성이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일단 현재 티맥스OS는 32비트로 구동된다. 4GB 이상의 메모리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뜻. 64비트 전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텍스트의 표시가 매우 거칠다. 작은 글씨를 읽기 매우 힘들다. MS 윈도우는 클리어타입이라는 고유의 기술을 활용해 텍스트를 부드럽고 읽기 쉽게 표시한다. 티맥스OS 역시 클리어타입에 대응되는 기술을 개발해 투입해야만 한다. 동영상 재생도 완벽하지 않다. 티맥스오에스는 티맥스OS로 풀HD 영상을 재생하며 부드럽게 재생된다고 강조했으나, 실제로 확인해보니 동영상의 프레임이 뚝뚝 끊기는 현상이 관측되었다. GPU최적화 또는 동영상 코덱 지원이 미흡해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문제는 '커널패닉'이 종종 나타난다는 것. 커널패닉이란 운영체제의 시스템의 근간인 커널에 에러가 발생해 운영체제가 멈추거나 재부팅되는 현상이다. 기자단 시연 도중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일반 사용자와 관계사에게 티맥스OS를 시연하던 도중 시연 10분 만에 커널패닉이 발생해 운영체제가 부팅되지 않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티맥스OS는 베타버전인 만큼 커널패닉이 발생해도 웃어넘길 수 있다. MS 윈도우, 애플 OS X도 베타 버전 시연도중 커널패닉이 발생해 운영체제가 멈추거나 다운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났다. 하지만 정식 버전에서 커널패닉이 발생하는 것은 곤란하다. 커널패닉이 자주 발생하면 사용자는 운영체제에 대한 신뢰감을 잃게된다. 티맥스오에스의 지속적인 최적화가 필요하다.
티맥스오에스는 일반 사용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홈 에디션, 일반 사용자와 기업을 위한 프로페셔널 에디션, 기업만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등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홈 에디션은 티맥스OS의 기본 기능을 제공하고, 프로페셔널 에디션은 기업을 위한 고급 보안 기능을 추가 제공한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티맥스OS의 모든 기능을 품고 있다.
웹 브라우저 '투게이트'와 오피스 '티맥스 오피스'
티맥스OS와 함게 웹 브라우저 ‘투게이트(ToGate)’와 문서작성도구 ‘티맥스오피스(TmaxOffice)’를 함께 공개했다.
투게이트는 크로미움 43 버전을 활용한 오픈소스 웹 브라우저다.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의 형제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엔진이나 브라우저 밑단에 크롬과 동일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때문에 투게이트는 HTML5를 비롯한 웹 표준을 완벽히 지원한다. 많은 기업이 크로미움 프로젝트를 활용해 자체 웹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스윙 브라우저 역시 크로미움 프로젝트 활용한 웹 브라우저다.
투게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액티브X 설치를 지원하는 것이다. 아직 액티브X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웹 환경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투게이트는 아직 액티브X 설치를 지원하지 않는다. 기자가 투게이트로 액티브X를 요구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없다고 표시되었다. 스윙 브라우저의 경우 윈도우에 내장된 IE탭을 불러와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티맥스OS에선 이것이 불가능하니 액티브X를 지원하기 위해 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티맥스오에스는 제품이 정식 출시되는 10월에는 투게이트에서 액티브X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티맥스오피스는 MS 오피스, 한컴오피스 등 다양한 문서 포맷을 지원하는 문서작성도구다. 워드프로세서 ‘투워드(ToWord)’, 프리젠테이션 도구 ‘투포인트(ToPoint)’ 스프레드시트 ‘투셀(ToCell)’ 등 3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맥스오에스는 티맥스오피스가 한컴오피스, 폴라리스오피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기술로 제작한 문서작성도구이며, 오픈소스 오피스의 기술은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것은 오히려 자랑할 일... 떳떳하게 공개해야
현재 여론은 티맥스OS에 호의적이지 않다. 비관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전작 티맥스 윈도우9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에 티맥스OS 시연 도중 발생한 트러블이 더해져 티맥스OS에 의심 섞인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자가 실제로 체험해본 티맥스OS는 제법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운영체제였다. 부팅, 앱 실행, 웹 서핑, 문서작성 등 다양한 작업을 부드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자잘한 곳에서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이는 베타버전인 만큼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티맥스OS는 이렇게 무참히 폄하될 제품이 아니다. 최신 윈도우나 OS X만은 못해도 구형 윈도우나 OS X보다 나은 점이 많다. 두 번만에 이런 결과물을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운영체제를 향한 티맥스의 도전은 오히려 격려받아야 한다.
비판받아야 할 것은 티맥스의 태도다. 운영체제 곳곳에서 오픈소스를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는데 티맥스는 줄곧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기술로 운영체제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픈소스를 사용한 것이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구글 안드로이드도 처음엔 오픈소스를 얼기설기 조립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오픈소스를 사용한 것을 공개하고, LGPL, MIT 등 관련 라이선스만 제대로 준수한다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오히려 운영체제 개발을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할 수는 없다. 운영체제 시장에서 30년 동안 노하우를 쌓아온 MS도 자사의 클라우드에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허울뿐인 자체 개발이라는 표어 대신 오픈소스 생태계와 운영체제 표준 확립에 기여한다는 실리를 취할 때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용자들에게 티맥스OS에 관한 모든 정보를 꺼리낌없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티맥스와 티맥스OS가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사용자의 신뢰 없이 전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의 90%를 장악한 MS 윈도우와 맞서 싸워서 10%의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