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또 한 번의 진화, 니콘 D5
[IT동아 강형석 기자] 니콘 창립 90주년인 2007년에 공개된 D3와 D300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캐논의 풀프레임(35mm 필름 판형) 이미지 센서 카메라, EOS-1D 라인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컸다. 이후 고화소인 D3X, 연사에 최적화된 D3S를 선보이며 EOS-1D와 경쟁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D4에 와서는 그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화소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속도와 조작감, 최종 결과물의 품질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캐논도 EOS-1D X를 선보이며, 과거 EOS-1D, EOS-1Ds를 통합하는 강수를 보였다. 둘은 꾸준히 올림픽(하계, 동계)과 월드컵 시즌을 겨냥한 플래그십 라인업을 선보이며 경쟁을 펼쳤다.
2016년, 올림픽이 있는 해이기에 니콘과 캐논의 플래그십 대결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주목을 받았다. 칼은 니콘이 먼저 뽑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D5와 D500을 함께 공개했기 때문. 그로부터 약 2개월 정도 지나 D5는 사진 애호가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한 D5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일까?
D4S를 잇는 듯 하면서도 일부 요소 추가
D5는 커졌다. D4S와 비교하면 폭은 160mm로 같다. 대신 높이가 156.5mm에서 158.5mm로, 두께가 90.5mm에서 92mm가 되었다. 높이는 2mm, 두께는 1.5mm가 커졌다. 폭은 그대로지만 높이와 두께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그립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카메라를 손에 쥐었을 때의 안정감에 신경 쓴 것이다.
전면을 봤을 때, 얼핏 D4S와 비슷하지만 일부 개선이 이뤄졌다. 기능 버튼이 추가됐고, 감도를 즉시 변경할 수 있는 버튼을 셔터 버튼 부근에 배치했다. 기능 버튼은 필요한 기능을 지정했다 즉시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 이 외 인터페이스는 차이가 없다. 기존 니콘 카메라 사용자나 첫 플래그십 카메라를 접하는 소비자라도 조금만 익히면 쉽게 다룰 수 있다.
후면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조작성에 대한 세부 변경은 존재한다. 카메라를 세로로 쥐었을 때 엄지 손가락이 힘을 받게끔 고무를 일부 덧댔으며, 가로 영역도 고무 그립 면적을 확대 적용했다. 버튼은 좌측의 정보 버튼이 사라진 대신 3번 기능 버튼(Fn3)으로 대체했고, 셔터 잠금 스위치와 조작 스틱 사이에는 기능(i) 버튼이 추가됐다. 감도 버튼이 상단으로 이동하면서 후면에 있던 감도 조절 버튼은 연사 설정으로 변경됐다. D4S에 있던 녹음 버튼 자리에는 정보(info) 버튼이 대신한다.
이 외에도 장노출 촬영 시 빛이 유입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뷰파인더 차단막 스위치 형상은 변경됐다. 그 외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은 찾기 어렵다.
후면 디스플레이는 3.2인치 크기로 화소는 236만이다. D4S가 92만 화소였으니까 2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픽셀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결과물 확인에 유리해졌다. 터치 조작을 지원한다는 점이 특징.
메모리카드는 두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콤팩트플래시(Compact Flast) 카드, 다른 하나는 XQD(eXperimental Quality Determination) 카드다. 과거 D4S는 두 메모리카드를 같이 쓰도록 되어 있었지만, D5에서는 둘 중 한 종류의 메모리카드를 한 쌍으로 구성한 형태로 판매된다. 물론,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슬롯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에 처음 어떤 메모리카드를 쓸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ISO 328만… 최고의 성능과 결과물
D5를 들고 촬영에 나서 봤다. 사용한 렌즈는 AF-S NIKKOR 24-70mm f/2.8E ED VR과 AF-S NIKKOR 70-200mm f/2.8G ED VR II다. 화질에 대한 추가 설정은 하지 않았으며, 상황에 따라 감도와 셔터 속도를 조절한 상태로 촬영한 점 참고하자.
먼저 화질에 대한 부분. D5의 이미지 센서는 2,082만 화소로 기존 D4S의 1,623만 보다 400만 화소 정도가 늘었다. 그러나 상용감도는 ISO 100부터 10만 2,400, 확장하면 최대 약 328만까지 쓸 수 있다. 상용 기준 ISO 100부터 2만 5,600, 최대 확장 감도 40만 9,600까지 쓸 수 있었던 D4S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감도 활용 범위가 넓어 생기는 이점은 분명하다. 저조도 환경에서의 셔터 찬스다. 흔히 빛이 없는 환경에서는 셔터 속도가 떨어져 자칫 흔들린 사진을 남기기 쉽다. 손떨림 방지 기술이 좋아도 한계는 분명하기에 감도를 높여야 한다. 최소 1/60초 정도는 되어야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데, 넓은 확장 감도 영역을 활용하면 1/60초는 물론이고 그 이상도 쉽게 확보 가능하다.
저감도 영역에서의 화질은 불만이 없다. 렌즈 조합만 좋다면 선명하고 화사한 결과물을 얻는다. 화이트 밸런스 검출 실력도 흠잡을 곳 없이 뛰어나다.
고감도 영역을 보자. D5는 ISO 328만을 지원하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는게 좋다. 확장 감도는 ISO 10만 2,400부터 0.3 / 0.5 / 0.7 / 1단계로 조절한 다음, 이후부터 1단계씩 최대 5단계까지 상승한다. 그러니까 ISO 20만 4,800 영역에 도달할 때까지 1/3 스텝 조절이 되고 이후에는 2배수로 감도 상승이 이뤄진다.
적어도 2스텝인 ISO 40만 9,600까지는 컬러노이즈가 많지만 이미지 크기를 줄이면 사용 가능한 수준이며, 이후에는 급할 때 아니고서야 쓰기 어려운 결과물을 내놓는다.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아마 오는 2017년, 니콘 창립 100주년을 강조하기 위해 급하게 준비한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가로 800 픽셀 이하의 결과물을 쓰는 환경이라면 최대 감도의 존재가 반가울 수 있겠다.
적어도 상용감도 내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화질을 기대할 수 있다. 저감도임에도 암부 입자가 약간 거칠다는 느낌은 있으나, 고감도 위주의 설정이라면 기술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연사는 최대 기본적으로 최대 12매지만, 반사 거울을 올린 채로 촬영하면 14매까지 가능하다. 소음을 억제한 정숙 촬영 모드로는 3연사를 지원한다. 촬영은 최대 200매까지 쉬지 않고 기록한다.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예비 저장공간(버퍼 메모리)도 충분히 확보해 두었다. 하지만 콤팩트플래시 메모리로는 한계가 있으니, 가급적 속도가 빠른 XQD 메모리를 쓰는 것이 좋겠다.
동영상은 최대 4K 해상도(3,840 x 2,160)를 지원한다. 만약, D5를 사진과 영상을 병행할 목적으로 구매하고자 한다면 가급적 콤팩트플래시 제품보다는 속도가 빠른 XQD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콤팩트플래시가 저장매체를 쉽게 구할 수 있어도 저장 속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아쉬운 점은 촬영 영역이 DX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이미지 센서 전체를 쓴다면 좋겠지만 슈퍼35 규격으로 만족해야 한다.
초점 성능은 역대 니콘 DSLR 카메라 중 최고 수준이 아닐까 평가해 본다. 측거점은 기존 D4S의 51개에서 153개로 늘었다. 물론 이 중 실제 사용자가 설정하는 측거점은 55개로 나머지 98개는 측거점 주위에서 초점 검출 정확도를 높여주는 보조 영역이다. 이는 정적인 촬영 환경보다 동적인 환경에서의 피사체 검출을 위한 설계다.
초점 검출을 위해 니콘은 새로 개발한 멀티캠(MultiCAM) 20K 자동초점 센서 모듈을 탑재했다. -4 스텝 저조도에서도 피사체 검출이 가능한 수준이다. 기존 D750이 -3 스텝 저조도 촬영을 지원한 것보다 향상된 성능이다.
뷰파인더는 넓고 시원하다. 실제 화면 대비 상하좌우 약 100%에 해당하는 영역이 제공되고, 배율은 0.72배다. 하단에 필요한 정보가 나타나는데 좌측부터 측광, 모드, 셔터 속도, 조리개, 감도, 촬영 매수다. 우측에는 카메라 노출 상태를 나타낸다. 직관적이고 화면 영역에 방해되는 요소가 없어 촬영에 집중할 수 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측거 영역이 생각보다 넓지 않다는 것. 전체 약 30~35% 정도를 쓰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중앙에 너무 집중되어 있지 않나 생각된다.
또 한 번 이뤄낸 진화
729만 원. 평범한 카메라에 붙는 가격이라면 엄청 비싸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D5의 성능이나 기능 등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준이다(물론 D4S보다는 올랐다). 반면 고감도 촬영 성능이나 피사체 검출 능력, 4K 동영상이나 연사 등 사진 애호가라면 구미 당기는 요소를 다수 확보했다.
D1부터 D5까지. 얼핏 보면 5세대고 그 사이에는 무려 11개의 카메라들이 있다(총 13개).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D3 이후로는 6번 째 플래그십 DSLR 카메라다. 그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곧 캐논 EOS-1D X 마크2가 출시될 예정인데, 어떻게 완성되었는가 여부에 따라 승패 여부가 갈릴 듯 하다.
니콘 D5, 사진에 대한 열망이 강한 소비자라면 한 번은 거쳐도 좋을 DSLR 카메라다. 하지만 굳이 무리해서 고성능 DSLR 카메라를 손에 넣을 필요는 없다. 대부분은 입문형 또는 중급 풀프레임 DSLR 카메라로도 원하는 성능이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지만 내가 얼마나 사진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 한 번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