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운동을 판타스틱하게? 런타스틱 오빗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마트 세상이라 하니 여러 신기한 물건들이 쏟아진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이제 그저 그런 흔한 물건이 되어 버렸고, 스마트 시계나 스마트 밴드 정도 되어야 약간 신기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마저도 신선함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다. 워낙 많이 나오기도 했고, 반짝 떠오르다 천천히 사라지는 제품도 여럿 봐왔다.

스마트 밴드는 스마트 시계에 자리를 많이 내줬다. 스마트 시계 자체에 걸음걸이나 수면, 이동거리 등을 계산해 주니 번거롭게 밴드를 쓸 필요가 없다. 물론, 특정 환경에서 스마트 밴드의 가치는 빛나겠지만 이를 느낄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이 분야에서 1인자인 핏비트의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 기준 43.9%에서 29.5%로 낮아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출하량은 늘었지만 점유율이 낮아진 것은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 스마트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런타스틱 오빗.
런타스틱 오빗.

런타스틱 오빗(Runtastic Orbit)을 보며 든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 많은 스마트 밴드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까?

평범한 스포츠 밴드 같아

스마트 밴드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 런타스틱 오빗의 디자인은 여느 밴드들과 큰 차이 없어 보인다. 대신 기본 밴드를 2개 제공(검은색, 파란색)하고 목에 걸어 쓸 수 있는 클립도 함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물론 그 클립도 실리콘 재질이다.

기기는 일체형이 아니라 작은 본체를 실리콘 밴드 안에 집어 넣는 형태다. 대부분 스마트 밴드가 이런 형태를 취한다. 밴드 교체가 자유롭다는 장점 때문이다. 일체형보다 유지보수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은 있다. 대신 그만큼 많은 수의 교체 밴드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런타스틱 오빗.
런타스틱 오빗.

손목에 차는 방식은 단순하다. 줄을 손목에 두르고 고정 핀을 꽂으면 끝이다. 하지만 생각 외로 불편하다. 적응이 덜 되어 그런걸까? 하지만 아무리 여러 번 손목에 둘러봐도 한 두 번 정도는 손목에서 밴드가 이탈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런타스틱 오빗 본체.
런타스틱 오빗 본체.

본체는 반투명 케이스 형태로 신기한 인상을 준다. 내부 부품이 잘 보이는 형태인데, 어짜피 밴드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겠다.

런타스틱 오빗은 최대 100m 수심의 방수를 지원한다. 작동 환경도 영하 20도에서 영상 60도까지로 극한의 환경에서도 활용에 문제 없어 보인다. 대신 데이터 저장을 위한 권장 환경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60도다. 방수 기능은 비나 샤워, 수영 정도에서는 괜찮지만 격한 다이빙은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배터리는 65mA 용량으로 환경에 따라 최대 5일 가량 사용 가능하다. 충전은 일반 PC USB 단자로는 약 5시간 가량 소요되는 듯 하다. 충전기를 활용하면 3시간~4시간이면 완충해 쓸 수 있다. 장시간 사용 가능한 부분은 장점이라 하겠다.

런타스틱 오빗의 충전단자.
런타스틱 오빗의 충전단자.

충전 방식도 독특하다. 별도의 충전 케이블은 자석이 있어 런타스틱 오빗 본체와 붙이기만 하면 된다. 세게 흔들지만 않으면 떨어지지 않으니 충전에 어려움은 없다. 혹여 잘못 연결해 생길 문제를 미연에 막고자, 충전 단자가 맞지 않으면 강한 자력으로 본체와 충전기가 붙질 않으니 참고하자.

세분화된 앱은 장점이자 단점

런타스틱 오빗은 런타스틱 미(Runtastic Me)라는 앱과 기본 연동되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걸음 수와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을 표시해 준다. 의지가 충만하담녀 사용자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관련 통계를 볼 수 있다. 수면 시간과 주기를 보여주는 것은 기본. 수면 모드는 오빗 본체에 있는 둥근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침대 아이콘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수면 추적 모드로 전환한다.

그런데 함정은 오빗과 런타스틱 미 앱과 연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 처음 구매하자마자 앱 스토어에서 런타스틱을 검색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이 앱을 찾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패키지 내에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잘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런타스틱 미 애플리케이션은 플레이 스토어 내에 있지만 찾기가 조금
어렵다.
런타스틱 미 애플리케이션은 플레이 스토어 내에 있지만 찾기가 조금 어렵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런타스틱을 검색하니 대략 3페이지 초반에 런타스틱 미 앱이 있었다. 너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니 자칫 깔끔하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는 사람이야 검색해서 필요에 따른 런타스틱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을지 모르겠다. 반면, 초보자에게 있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는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애플리케이션은 장점이기도 하다. 사용자가 딱 원하는 소프트웨어만 설치해 쓰면 그만이니 말이다.

다시 런타스틱 미 앱을 확인해 보자. 통계 기능을 제공하기는 하는데, 기본 상태에서는 지난 1주 기록만 볼 수 있게 해놨다. 월간이나 연간 통계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다운로드 콘텐츠(DLC)다.

런타스틱 미 애플리케이션은 비교적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런타스틱 미 애플리케이션은 비교적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비용은 월간 1만 1,150원이고 연간 5만 5,499원이다. 가격 체계가 참 애매한데, 이는 달러화를 우리나라 원화로 환산한 비용이라 그렇다. 월간 비용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99원으로 끝나는 저 가격 체계는 국내 사정에 맞춰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런타스틱 미의 기능을 100% 누리려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
런타스틱 미의 기능을 100% 누리려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

런타스틱 오빗과 런타스틱 미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보니, 정확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부 스마트 밴드는 실제 사람이 움직이지 않지만 저속으로 이동하는 환경(교통체증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것으로 인지하는 경우를 봤다. 정확도가 떨어지면 스마트 밴드로써 가치는 떨어진다 생각하는데,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적어도 런타스틱 오빗은 이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좋겠다.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그런 물건일지도

런타스틱 오빗은 인터넷을 통해 약 9만 9,000원 가량에 구매 가능하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세밀하게 마련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꾸준히 활용할 수 있는 소비자라면 문제 없지만, 반대라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물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냉정하게 이야기 하겠다. 시계로 쓰자니 디자인이 아쉽고, 스마트 밴드로 쓰자니 비용이 아깝다. 이는 기본 앱으로도 충분하지만 제대로 누리려면 인앱(애플리케이션 내) 결제를 해야 하는 구조 때문일 수 있다. 본체 자체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저렴해 보이는데, 애플리케이션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구매하면 매년(또는 매월) 돈이 든다. 일정 수준이 지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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