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랩스데이] 넷플릭스 CEO "한국 사용자에게 미국과 대등한 콘텐츠 제공하겠다"

강일용 zero@itdonga.com

[로스가토스=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1월 7일은 넷플릭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하루였다. 북미, 서유럽, 일본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되었던 서비스 지역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로 확대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을 기해 넷플릭스는 특정 지역(Locale)에서 벗어난 글로벌 서비스로, 전 세계 7,500만 명의 가입자에게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전 세계 동시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술적 성과와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 '데어데블 시즌2'의 출시를 기념해 넷플릭스는 미국 로스가토스 본사에서 넷플릭스 랩스 데이를 개최하고 성과의 비결을 공개했다. 현장에서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신디 홀란드(Cindy Holland)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부사장, 켄 플로랜스(Ken Florance) 콘텐츠 전달 부사장, 토드 옐린(Todd Yellin) 넷플릭스 제품 혁신 부사장을 만나 넷플릭스의 성장 비결과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아울러 배우 챨리 콕스(Charlie Cox, 데어 데블 역)를 만나 데어 데블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들은 노력에 대해 물어봤다.

전 세계 사용자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 리드 헤이스팅스 CEO의 랩스데이 기조연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미디어는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라디오는 TV로, 이어서 인터넷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변화를 느끼고 1997년 넷플릭스를 창업했습니다. 인터넷을 뜻하는 '넷'과 영화 주문을 뜻하는 '플릭스'를 합쳐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인터넷으로 영화를 주문한다는 뜻이지요."

"처음에는 제 뜻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2007년 미국 시장에 넷플릭스 브랜드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캐나다를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 진출했고, 2달 전 중국(+ 정세가 매우 불안한 국가)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디오가 위성으로, 위성이 케이블로. 50년마다 콘텐츠 전달 방식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변화의 시대입니다. 넷플릭스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언제나 동일하게 대답합니다. 넷플릭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일한 콘텐츠를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동시 제공하는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콘텐츠를 공급할 것입니다. 유럽의 예술 영화, 발리우드(인도)의 영화, 일본의 애니메이션 등 넷플릭스는 이미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콘텐츠가 특정 지역에서 제작된 후 특정 지역에서만 소비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넷플릭스는 어느 나라에서 콘텐츠를 만들었든 전 세계 모든 사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나라별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에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 세계 많은 사용자가 이러한 불만을 표시합니다. '왜 우리나라에선 미국만큼 콘텐츠를 즐길 수 없지?' 저도 이러한 불만에 대해 잘 알고있습니다. 때문에 저를 비롯해 많은 넷플릭스 직원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별로 콘텐츠의 양에 차이가 있는 것은 일시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궁극적으론 전 세계 모든 넷플릭스 사용자에게 미국과 대등한 양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입니다."

"콘텐츠를 전 세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재미(Fun)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제공은 한꺼번에 해야 재미있습니다. 충격(Impact)을 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한꺼번에 제공함으로써 재미와 충격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지원하는 언어도 점점 늘려나갈 것입니다. 현재 20개의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50개의 언어로 확대할 것입니다."

"인터넷 티비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때문에 많은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등장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용자를 만족시켜줄 콘텐츠를 만들 것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오랫동안 보는지 파악한 후 이를 다음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참고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을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과 환경을 더 편리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넷플릭스를 감상하는 대신 웹 서핑, SNS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모두 넷플릭스의 잠재고객입니다. 7,500만 명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넷플릭스의 발전과 미래를 얘기하는 넷플릭스 랩스 데이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드 헤이스팅스와 챨리 콕스
리드 헤이스팅스와 챨리 콕스
<리드 헤이스팅스와 챨리 콕스(데어 데블 역)>

다음은 기자와 헤이스팅스 CEO 간의 1문 1답이다.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인가? 콘텐츠 기업인가, 아니면 기술 기업인가?

- 콘텐츠 배급사라는 모습과 최첨단 기술 회사라는 모습 두 가지를 반반씩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인재를 영입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고자합니다.

넷플릭스는 아직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 중국 시장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국 콘텐츠 수급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파트너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플랜을 공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군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일하게 된 계기는?

- 설국열차 때문입니다. 설국열차를 본 후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 감독과 일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내년에 봉 감독과 함께 '옥자'를 제작해서 사용자들에게 선보일 것입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말고 다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은 없는가? 예를 들어 뉴스나 스포츠 같은 것 말이다.

- 뉴스와 스포츠는 넷플릭스와 저의 관심 분야가 아닙니다. 현재로선 제공할 계획이 없습니다.

자체 제작 콘텐츠의 비중이 늘고 있다. HBO(미국의 드라마 채널)처럼 자체 제작 위주로 회사를 재편하려는 것인가?

- 그렇지 않습니다. 자체 제작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라이선스 콘텐츠도 여전히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라이선스 콘텐츠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기존 인터넷TV 사업자 뿐만 아니라 영화관과도 경쟁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 넷플릭스는 영화관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은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내 시간에 나만의 장소에서 내가 선택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화, 이것이 넷플릭스의 사용자 경험입니다.

넷플릭스와 영화관은 화질과 음향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영화관은 4K(UHD) 화질을 제공하는 곳이 드뭅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UHD TV만 있으면 4K 화질을 누릴 수 있죠. 음향은 영화관이 더 뛰어납니다. 때문에 저도 한 달에 한 번은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감상합니다(웃음).

스탠퍼드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것으로 아는데,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도 당신이 만든 것인가?

- 2000년 연말까지는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을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도 데이터를 테스트하니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매우 화를 내더군요(웃음). 때문에 다른 수학자를 고용해서 알고리즘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저는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아이디를 공유해 여러 명이 부정한 방법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 100명이 한 아이디를 공유한다면 그것은 나름 큰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2명 정도가 아이디를 공유하는 것은 허용영역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 서비스는 최대 4명까지 동시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사용 인원을 초과하면 강제로 로그아웃 시키는 시스템도 구축했습니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현지 시장에 맞게 나라 별로 서비스 가격을 다르게 할 계획은 없는가? 또,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를 위해 오프라인(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은 없는가?

- 해당 국가의 경제 사정에 맞게 차별화된 가격표는 이미 존재합니다. 멕시코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는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가상현실(VR) 콘텐츠가 화두다. 넷플릭스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언제쯤 제공할 계획인가?

- 넷플릭스는 게임보다 티비와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할 것입니다. 가상현실 콘텐츠도 아직은 접근할 계획이 없습니다.

넷플릭스의 향후 발전 전략은?

-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7,500만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전체 인터넷 사용자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성장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서비스 출시에서도 개선할 점이 많습니다. 영어 사용자, 국제 신용카드(비자, 마스타카드, 아멕스 등)를 보유한 사용자는 넷플릭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에 해당하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접근성을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개선할 것입니다. 영어 외에도 많은 언어를 지원할 것이고, 신용카드 말고 다른 결제 수단도 지원할 것입니다.

넷플릭스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면 불법 사용자가 줄어듭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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