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의 '스타트업 브랜드 만들기'] 1. 메이커를 기억하세요?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편집자주] 3D프린터 등의 디지털 기술과 소셜네트워크 대중화로 인해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브랜드 시장이 개인에게도 개방되는, 이른 바 '개인브랜드 시대(Individual Brand Generation)'가 열렸다. 트렌드라는 건 유행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운 것이 되지만, 개인의 창작물은 전세계에 걸쳐 새로운 다양성을 선사한다. 어쩌면 실리콘밸리 성공스토리에 자주 등장하는 '차고(garage)'는 이러한 개인브랜드의 발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1인브랜드, 개인브랜드 시대를 맞아 브랜드에 대한 재미있는 스토리와 공감할 사례를 통해 '마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드라마 시리즈는 이번에도 여지 없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물인테넷과 디지털 테크놀러지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사람들의 감성은 아직도 따뜻하고 잔잔한 그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응답하라 1988>은 팔공, 구공 학번 대, 지금의 40대 사회 중년층들의 마음을 많이 헤아려 주어 큰 호응을 얻었다. 풋풋한 주인공들의 애정 라인과 서울 도봉구 쌍문동 일대의 일상이 당시를 산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지금의 10대, 20대 시청자들을 크게 어필해 세대를 초월한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재미는, 극중 살짝살짝 스쳐 지나간, 지금은 사라지거나 잊혀진 여러 제품 브랜드를 다시 보는 반가움이다. 아직도 그 존재감이 강력한 브랜드도 있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 이제는 기억 조차 희미한 추억의 브랜드가 그때를 떠오르게 만든다. 지금의 감성으로는 조금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그림이 딱 박힌 '죠다쉬(Jordache)' 청바지에 '엘에이기어(LAgear)' 하이탑 하나 걸쳐 입으면 멋쟁이 소리를 듣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조다쉬 로고와 엘에이기어 로고
조다쉬 로고와 엘에이기어 로고

이렇게 시대는 달라도 멋쟁이들한테는 당대를 대표하던 '메이커(Maker)'가 있었다. 이 세대를 산 이들은 잘 알겠지만,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은 이 메이커를 엄청나게도 따졌다. 이름깨나 들어본 유명한 메이커 하나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곤 했고, 평소엔 길거리표 메이커 없는 제품(혹은 짝퉁)을 쓰더라도,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받은 메이커 제품 하나면 동네방네에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다.

메이커(Maker). 단어 자체로 해석하면 '만드는 사람'을 의미하는데, 당시에는 같은 상품이라도 누가, 어느 회사에서 만드느냐를 따졌다. 그에 비해 요즘은 메이커라는 단어를 거의 말하지 않는다. 많은 제조사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에, 명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메이커를 따지는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런데 지난 2014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메이커라는 단어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IT 트렌드의 하나로 치부됐던 메이커가 이제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한축이 됐다. 참고로,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증기기관 발명에 따른 산업화,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말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 3차 산업혁명은 90년대 초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끈 정보화 물결을 말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기존 영역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기술융합을 통해 나타나는 '제4차 혁명이 시작됐다'고 선포 했다.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나노기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드론, 자율주행차량, 3D프린팅 등이 4차 혁명을 일으킬 대표적인 기술 사례로 꼽힌다.

얼핏 보면 대기업과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길 만큼 고부가가치 산업군이라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은 누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만 갖고 있으면, 물건을 만들고 이를 상품화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우리는 정보홍수의 시대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정보 카오스를 맞이했다. 더 이상 발명할 것이 없다고 말할 만큼 수많은 지식과 사물들로 풍요로운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세상에 나올 만한 것은 이미 다 왔다는 것이다.

지금의 메이커는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창의적인 만들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으로, 함께 만드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만든 결과물과 지식, 경험을 널리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또 이들은 자생적인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을 통해 시제품 제작과 창업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세계적인 창의성의 산실로 유명한 MIT미디어랩은 '시연하느냐 죽느냐(demo or die)’라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생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에 형체를 입혀야(make) 하고, 초기 볼품없었던 형체는 아이디어를 공유(share)하고 시연(demo)하며 발전한다. 장난기 어린 MIT학생들의 터치모니터에 대한 상상과 실험정신은 전세계가 터치스크린의 편리함을 누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메이커 운동
메이커 운동

<메이커 운동 성명서 그림 - 맥그로힐 에듀케이션 비즈니스 블로그 발췌>

얼마 전 방송된 한 방송사의 기획 다큐 프로그램 '카운트다운 4차 산업혁명’은 이를 잘 조명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챙겨 보길 권한다. 이 방송에서는 독일, 중국, 미국의 테크숍부터 웨어러블 전문업계 최초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의 핏빗(Fitbit), 메이커들의 축제인 해커데이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생생한 메이커 무브먼트 현장이 소개됐다. 특히 아두이누(Arduino) 오픈소스를 활용한 오픈소스 하드웨어와 메이커 운동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메이커들의 활약은 미국 산업의 새로운 부활을 알릴 정도로 엄청난 가능성을 안고 있다. 기존의 보수적인 기업이나 비즈니스 시스템이 아닌, 가치를 소비를 이들에게 어필할 아이디어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솔루션이 없어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시도도 하지 않고 불평만 하는 이들의 푸념으로 치부될 판이다.

제조의 민주화가 시작됐다
제조의 민주화가 시작됐다

이른 바 '제조의 민주화'가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자신의 창조적인 생각을 상상속에만 묻어두고, 기존 사회의 테두리 속에 가둬두는 것이 옳은 일인지 자신에게 냉정히 물어 볼 타이밍이다. 앞으로 6개의 연재물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 한다.

글 / 김정민 (architect@brandarchitect.co.kr)

김정민_300
김정민_300
현 '브랜드 건축가(Brand Achitects)'이며 '브랜드 헌터(Brand Hunter)'.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샤이니'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하이트진로그룹에서 신규 브랜드 런칭과 브랜드 마케팅을 전담한 브랜딩 전문가다. 현재는 한류 비즈니스 플랫폼과 전통 예술을 특화한 '모던한(modern 韓, 대표 조인선 디렉터)'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으며, 미래부 창조경제타운 멘토 활동, 스타트업/성장기업 대상 히든챔피언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Marketing & Me(전자책 - http://ridibooks.com/v2/Detail?id=904000002)'가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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