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륙의 실수 아닌 '실력', 구글 & 화웨이 넥서스6P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대륙의 실수'라는 속어가 있다. 중국 제품 치고는 괜찮다는 의미다. 다만, 필자 개인적으로 이런 용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쓰는 태반의 공산품이 중국제다. 그리고 그 중엔 이름만 들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브랜드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제품도 많다. 그리고 사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자체 기술력을 축적한 중국 기업도 대단히 많다.

과거를 돌아보자. 불과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이나 LG가 소니를 능가하는 가전 업체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일본 혼다나 미국 포드보다 큰 자동차 회사가 될 것이라는 것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인구 10억을 넘는 중국에도 제2, 제3의 삼성이나 LG, 혹은 현대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 정도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그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가 바로 화웨이(Huawei)다. 특히 이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 출하량 1억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TOP3의 자리를 지켰다. 구글도 그 실력을 인정했다. 자사의 신형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표준규격) 폰의 제작을 화웨이에 맡겼을 정도다. 구글에서 기획하고 화웨이에서 만든 '넥서스6P(Nexus 6P)'를 통해 그들의 실력을 가늠해보자.

최근 대세라는 '메탈폰'의 추세에 충실한 외형

넥서스6P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메탈폰'의 추세를 따르고 있다. 전면을 제외한 대부분의 바디에 금속 재질을 적용한 한편, 두께는 7.3mm로 얇다. 이는 삼성 갤럭시노트5(7.6mm)보다 얇은 수준이다. 화면은 5.7인치 크기에 2560 x 1440 해상도의 AMOLED 패널로 갤럭시노트5와 같고, 무게 역시 178g으로 비슷하다(갤럭시노트5의 무게는 171g).

넥서스6P 전면
넥서스6P 전면

참고로 넥서스6P는 본래 알루미늄(은색)과 그래파이드(검정색), 그리고 프로스트(흰색)의 3가지 컬러의 모델이 존재하며 일부 해외시장에선 골드(금색) 모델도 나온 바 있다. 다만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 한국 시장에선 알루미늄과 그래파이드 모델만 판매된다.

넥서스6P 전면 디자인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인 넥서스5X(LG전자 제작)와 유사한 구성이다. 특히 스피커 부분과 마이크 부분의 디자인과 부분이 동일하기 때문에 가로로 돌려서 쓰더라도 어색함이 없다. 게다가 마이크 부분은 스피커의 기능 역시 겸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스피커 없이 자체적으로 2채널 스테레오 출력을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다.

'카툭튀' 살짝 감춘 센스 있는 후면부 디자인

후면의 구성은 심플하면서 나름의 특색이 있다. 문지를 필요 없이 터치하기만 하면 쓸 수 있는 지문 인식 센서와 HUAWEI 및 Nexus 로고, 그리고 카메라 및 LED 플래시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카메라 주변을 감싼 상단부를 검정색 커버로 처리해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넥서스6P 후면
넥서스6P 후면

넥서스6P의 후면 카메라는 1,230만 화소,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 초점 잡기를 돕는 레이저 AF 기능을 갖추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카메라 주변 전체를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카메라의 성능을 과시하는 것 외에 이른바 '카툭튀'를 살짝 감추는 역할도 한다. 넥서스6P의 측면을 보면 카메라 주변이 다른 부분에 비해 다소 두께가 두꺼운데, 특유의 디자인 센스 덕분에 후면에서 보면 이 점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다만, 배터리 교체 및 메모리카드 추가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기본 내장 배터리의 용량이 3,450mAh로 넉넉한 편이라 다행이긴 한데, 내장 메모리 32GB 모델만 한국에 출시한 점은 다소 마음에 걸린다. 해외에선 64GB와 128GB 모델도 팔고 있는데 말이다.

USB 타입C 포트 기본 탑재, 변환 케이블도 포함

제품 측면은 상단의 헤드셋 포트 및 좌측 면의 유심 슬롯, 그리고 우측면의 전원 및 볼륨 버튼 및 하단의 USB 타입C 포트로 구성되었다. 넥서스6P는 나노 SIM 규격의 유심카드를 쓰기 때문에 기존의 스마트폰에서 주로 쓰던 마이크로 SIM을 그대로 꽂을 수 없다. 나노 SIM은 아이폰5 이후의 아이폰 시리즈나 갤럭시S6 등의 일부 기종에서 쓰고 있다. 최근 나노 SIM을 쓰는 스마트폰이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넥서스6P 측면
넥서스6P 측면

유심 슬롯 이상으로 눈길을 끄는 건 역시 USB 타입C 규격의 포트다. 이를 통해 PC 연결 및 충전을 하는데, 기존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쓰는 마이크로 USB 규격의 케이블과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본체에 기본으로 포함된 충전기와 여기에 꽂는 케이블 역시 USB 타입C 규격 전용이다.

본체에 포함된 액세서리들
본체에 포함된 액세서리들

이전에 리뷰한 넥서스5X 역시 이런 구성이라 마이크로 USB 규격이 대부분인 시중의 충전기나 케이블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넥서스6P는 USB 타입C – 일반 USB 규격의 변환 케이블을 1개 추가 제공하므로 그런 곤란을 겪진 않을 것이다. 참고로 USB 타입C는 방향에 상관 없이 뒤집어 꽂아도 정상적으로 인식하므로 이용 자체는 편리하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하드웨어 사양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써볼 차례다. WQHD(2560 x 1440)급 해상도를 갖춘 넥서스6P의 화면은 제법 정밀하고 색감도 양호하다. 초기형 AMOLED 패널 기반을 탑재한 구형 스마트폰은 상당히 과장된 색감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넥서스6P는 그렇지 않다.

내부 사양을 살펴보면 퀄컴 스냅드래곤 810 옥타코어 프로세서에 3GB의 시스템 메모리(RAM), 그리고 광대역 LTE-A 접속이 가능한 Cat.6 급의 모바일 네트워크 기능에 최신 와이파이 규격인 802.11ac 규격 무선랜 기능을 갖췄다. 전반적인 사양은 2015년 12월 현재 판매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에서도 고급형에 가깝다.

안투투 6.0 결과
안투투 6.0 결과

스마트폰의 성능을 측정해 점수를 매기는 안투투(Antutu) 벤치마크 6.0 앱을 구동해보니 총 67,135점을 기록했다. 화웨이 메이트8이나 갤럭시노트5와 같은 이른바 이 부문의 이른바 '끝판왕'들과 대등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재 팔리는 전반적인 고성능 제품군들 사이에 들어가기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다소 밋밋한 순정 인터페이스, 입맛대로 꾸며 볼 만

탑재된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6.0 마시멜로다. 넥서스 시리즈답게 별다른 꾸밈이나 튜닝을 가하지 않은 이른바 순정 홈 상태의 인터페이스를 쓸 수 있다. 여러 가지 부가 기능 및 제조사 앱, 혹은 통신사 앱을 잔뜩 달고 나오는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오히려 이런 점을 선호하는 사용자들도 제법 많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각종 앱을 설치해 꾸미는 맛도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순정 홈은 꾸밈이 없는 것은 좋으나 그대로 쓰기에 다소 불편한 점도 있다. 이를테면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메신저 앱, 혹은 '지메일' 같은 메일 앱에서 새로운 메시지나 메일이 수신되었을 때 앱 아이콘 위에 뱃지를 달아 수신 메시지 수를 표시하는 기능이 없다. iOS와 달리 안드로이드 순정 장태에선 뱃지 기능을 지원하지 않으므로 국내에 팔리는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은 뱃지 기능을 쓸 수 있게 기능 튜닝을 한 후에 출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정 상태의 넥서스6P 홈
순정 상태의 넥서스6P 홈

만약 넥서스 시리즈에서도 뱃지 기능을 쓰고 싶다면 '도돌런처'나 '카카오홈' 과 같은 별도의 런처 앱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이런 앱을 이용하면 다른 국내 안드로이드폰과 유사한 감각으로 쓸 수 있다.

그 외에도 동영상 플레이어가 AC3(돌비디지털) 오디오 코덱이나 자막 파일 인식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점도 국내 사용자들이 아쉬워할 만하다. 물론 MX플레이어와 같은 동영상 앱을 이용하면 자막 문제는 해결할 수 있으나, AC3 오디오 코덱 기반의 동영상은 여전히 음성을 들을 수 없다. 유료 동영상 플레이어 앱을 이용하거나 사용자가 직접 코덱을 찾아 설치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국내와 해외에서 쓰는 NFC 규격 차이 때문에 모바일 T머니와 같은 교통카드 앱을 이용할 수 없는 것도 넥서스 시리즈의 전통(?)이라면 전통인데, 넥서스6P 역시 그러하다. 물론 이러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인터페이스 구성 및 빠른 반응 속도 등의 '기본기' 측면에서 넥서스6P는 제법 좋은 스마트폰임은 분명하다. 단점보단 장점이 한층 더 많은 제품이라는 의미다.

지문인식 기능, 우수하지만 활용도는 아직 제한적

넥서스6P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후면에 위치한 지문 인식 센서다. 문지를 필요 없이 살짝 대기만하면 곧장 인식하며, 이를 통해 잠김 상태 해제를 할 때 패턴 입력이나 비밀번호 입력을 대신할 수 있어 편리하다.

지문인식 센서
지문인식 센서

다만, 아직은 이 것 외에는 그다지 쓸 데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간편 결제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페이 기능이 국내에 도입된다면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 같은데, 아직은 좀 더 기다려 볼 일이다.

카메라 성능도 이 정도면 O.K.

카메라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후면 카메라는 1,230만 화소로 수치 자체가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레이저 AF 기능 덕분에 초점을 제법 빠르고 정확하게 잡으며, 렌즈의 밝기도 F/2.0으로 준수한 수준이다.

넥서스6P 사진 샘플
넥서스6P 사진 샘플

넥서스6P 사진 샘플
넥서스6P 사진 샘플

넥서스6P 사진 샘플
넥서스6P 사진 샘플

기본 탑재된 구글 카메라 앱은 기본적인 촬영 성능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부가 기능은 거의 없다. 다양한 촬영모드나 필터 등을 쓰고자 한다면 별도의 카메라 앱을 설치해 이용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생각 이상으로 양호한 배터리 성능, 최적화의 힘?

그렇다면 배터리 성능은 어떨까? 넥서스6P는 배터리 교체 기능이 없으며, 소비전력이 높다고 알려진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어 다소 불안함을 느낄 만하다.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화면의 밝기를 최대로 높인 후, 풀HD급 MP4 동영상을 반복 구동하며 배터리를 방전시켜봤다.

배터리 성능 측정
배터리 성능 측정

측정 결과는 의외였다. 전력 소모를 높이기 위해 화면의 밝기를 최대로 높인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넥서스6P는 4시간 30분 정도를 구동한 후에야 배터리 부족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전에 리뷰했던 넥서스5X는 같은 조건에서 불과 3시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 바 있다. 소비전력이 높은 프로세서에 큰 화면을 갖추고 있음에도 최적화 튜닝을 거치고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전력 효율을 높인 듯 하다.

'대륙의 실수' 운운은 시대착오일 뿐

넥서스6P(32GB)의 출고가는 SK텔레콤 기준 59만 9,500원이다. SK텔레콤에서 출시하긴 했지만 KT나 LG유플러스용 유심을 꽂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당히 저가로 출시되던 이전의 넥서스 시리즈에 비해 다소 높은 가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사한 사양의 다른 스마트폰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편에 속한다. 여전히 '가성비' 측면에선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써보니 전반적인 이용 감각이 쾌적하며, 걱정했던 배터리 성능도 양호한 편이라 만족도가 높았다.

넥서스6P를 두고 중국 화웨이의 제품이라 하여 '대륙의 실수' 운운하지는 않겠다. 필자는 예전에 '원플러스 원' 같은 제품을 리뷰하면서 그런 표현이 정말로 큰 실례이며 시대착오라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다. 대륙의 실수 아닌 '실력'은 이미 현실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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