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게임을 찰지게' Tt eSPORTS 포세이돈 Z RGB 청축 기계식 키보드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PC 성능 외적인 부분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기자 주변 지인들을 봐도 성능보다는 외적인 요소에 투자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예를 들어 PC 튜닝을 한다거나 마우스나 키보드, 헤드셋 같은 게이밍 특화 상품을 구매한다. 몰입감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큼직한 모니터를 구매하는 사람도 봤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은 과거와 달리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게이밍 기어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특화 제품군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고 한다. 개인은 물론이고 PC방에서도 관련 제품을 찾는 상황이라고.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에 집중되어 있는 모습이다.

일반 제품들과 달리, 게이밍 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일단 관심을 받는다. 독특한 생김새는 물론이고 화려하게 빛나는 자태를 보면 한 번은 갖고 싶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니 말이다. 때문에 국내 수입사 또는 제조사는 신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화려함을 주무기로 삼는다. 성능은 둘째 치더라도 일단 눈에 띄어야 하는 이유에서다. 눈에 보이는 부분에 치중하는 제품도 많아서, 성능이 떨어지는 게이밍 제품을 구매하고 비싼 가격대비 초라한 성능에 실망한 소비자도 적지 않을 듯 하다.

그렇다고 모든 게이밍 기어가 겉만 그럴듯한 것이 아니다. PC 튜닝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는 써멀테이크(Thermaltake)의 게이밍 기어 브랜드 티티이스포츠(Tt eSPORTS)의 포세이돈(Poseidon) Z RGB 기계식 키보드는 겉모습도 화려하지만 성능이나 기능 또한 알찬 제품이었다.

청축 스위치 적용으로 타건감과 반응성 확보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를 보면 생김새 자체는 매우 평범한 키보드와 다를게 없다. 키 배치도 특수키 1개가 우측 숫자키 상단에 있는 것을 제외하면 여느 키보드와 같다. 일부 키보드 중에는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자 우측 숫자키가 없는 텐키리스(10Key-less) 형태도 있는데, 사용자 개인 취향이지만 우측 숫자키를 자주 쓰는 기자 입장에서는 이런 풀사이즈 형태가 편의성 측면에서 조금 더 낫다.

Tt eSPORTS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
Tt eSPORTS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

< 지극히 평범한 외형이라 게이밍 키보드 같은 느낌이 안 든다. >

그런데 키를 살짝 눌러보면 이 키보드가 다른 것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찰칵' 소리와 함께 눌리는 이 감촉, 바로 기계식 특유의 찰진 손 맛이 느껴진다.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는 청축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다. 살짝 치더라도 잘 인식되고 반발력도 좋다. 다만 '찰칵'하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치는 키보드가 아니고 연속 입력이 되니 불편한 소리가 누적되면 피로감을 받는다. 가급적이면 구매 전,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 비슷한 청축 클릭 키보드를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Tt eSPORTS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의 청축
스위치.
Tt eSPORTS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의 청축 스위치.

< 청축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는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 >

청축 스위치 위에 LED를 심은 형태다.
청축 스위치 위에 LED를 심은 형태다.

< 청축 스위치 위에 LED가 있어 화려한 효과를 구현했다. >

기자가 사용하기에, 약간 높은 톤의 타자소리 외에는 달리 흠 잡을 곳 없었다. 어디까지나 키보드 타격에 의한 소리는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음을 참고하자. 경쾌한 느낌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알맞은 느낌이다. 소음이 거슬린다면 소리가 작은 갈축이나 적축 정도를 쓰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우측 상단에 있는 붉은색 키는 일반 키보드 모드와 게임 모드를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전환되면 윈도 키는 잠기고 102개 키에 대한 매크로 기능이 작동한다. 5개의 프로필을 중심으로 총 510가지 매크로 지정이 가능하다.(102개 x 5) 이 외에 시프트(Shift)나 컨트롤(Ctrl), 알트(Alt) 키 중 하나를 활용해 매크로 그룹을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설정한 매크로 키를 즉시 변경하면서 쓸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일반 모드와 게임 모드를 오가는 버튼이 달려
있다.
일반 모드와 게임 모드를 오가는 버튼이 달려 있다.

< 일반 모드와 매크로를 쓰는 게임 모드를 전환하는 스위치가 있다. >

매크로는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없어도 된다. 키보드 자체에 저장공간이 있어 즉석에서 매크로 기능 할당을 해주면 되는데,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모드 변경키를 누른 다음(게임모드 전환), 기능(Fn) 키와 F9 키를 동시에 눌로 MR 등을 점멸시킨다.

MR 등이 10초 간 점멸되는데, 이 때 매크로 기능을 할당할 키를 하나 눌러준다. 그 다음 원하는 키를 눌러 입력한 다음(매크로 지정), 기능 키와 F9 키를 눌러 종료하면 된다.

많이 쓰는 키에 포인트를 줄 수 있게
제공한다.
많이 쓰는 키에 포인트를 줄 수 있게 제공한다.

< 게임 내에서 자주 쓰는 키만 붉게 교체할 수 있는 여분 키캡을 제공한다. >

제품 내에는 게이밍 집중도를 높이는 별도의 키캡도 제공한다. ESC와 WASD, 방향키 등 총 9개의 여분 키캡이 포함된다. 패키지 내 키캡 분리 툴을 활용해 키를 뽑은 다음, 여분 키를 꽂으면 된다. 주로 FPS 나 MMORPG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를 위한 작은 배려라고 보면 되겠다.

'1,680만 색'으로 빛나는 화려함은 덤

이 키보드의 핵심은 바로 LED에 있었다.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PC USB 단자에 키보드를 연결하는 순간. 화려한 불빛이 키보드 위를 수놓는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키보드에 프로세서를 품었기 때문이다.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 내에는 암 코텍스(ARM Cortex)-M0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32비트 마이크로 컨트롤러(MCU)로 키 입력과 LED 조명 기능을 제어하고 처리한다. 이 프로세서는 RGB LED 조명을 제어하는 역할도 한다.

다양하고 화려한 LED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하고 화려한 LED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 USB에 연결하면 화려한 빛을 내뿜는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 >

단순히 불빛만 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물결치듯 LED가 우에서 좌로 이동하는 웨이브 모드나 화살이 뻗어가는 형상의 애로우 플로우 모드, 입력한 키를 중심으로 물결효과를 내는 리플 모드, 입력한 키에만 빛이 들어와 서서히 줄어드는 리액티브 모드 등 7가지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별도 제공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다양한 색상과 효과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으며, 키보드 내에 내장된 메모리 안에 저장도 된다. 저장된 효과는 키 조합으로 쉽게 변경 가능하다.

포세이돈 Z 키보드의 설정 소프트웨어.
포세이돈 Z 키보드의 설정 소프트웨어.

< 전용 소프트웨어는 LED 색은 물론 매크로 키 지정도 지원한다. >

기계식 키보드의 쫀득함과 개성을 동시에

공식 소비자가 12만 9,000원. 포세이돈 Z RGB 기계식 키보드의 기능이나 성능 등을 감안하면 비교적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다른 기계식 키보드는 이런 기능이 없는데 비싼 가격에 판매 중인 것도 있어서다. 물론 전체적인 마감이나 완성도는 제쳐두자. 청축 특유의 경쾌한 감촉과 화려한 LED의 조합은 게이머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후 서비스 기간도 5년이 제공되는 점도 돋보인다. 대부분 소모품이 1년 가량이고 프리미엄 제품군이 3년 정도를 제공하는 점으로 봤을 때, 매력적인 조건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혹독한 PC방 입장에서 바라봐도 손해 볼 일은 아니다.

굳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청축 외에 다른 축 스위치 제품을 함께 선보여 선택의 폭을 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기능은 마음에 드는데 스위치 때문에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너무 화려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없는데 못 쓰는 것과 있는데 안 쓰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불필요하면 LED 점등을 설정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으로 게임을 화끈하게 즐기고 싶은 게이머라면 버킷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아도 될 것 같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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