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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방패 든 안드로이드가 타고 있어요, 블랙베리 프리브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기자가 사용 중인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도 애플 아이폰도 아니다. 그럼 무엇이냐고? 한 때 '오바마폰'으로 주목 받은 바 있는 블랙베리(Blackberry)를 쓴다. 9900 시리즈를 끝으로 국내 시장을 떠난 그 비운의 브랜드 말이다. 물론, 그 때의 볼드(Bold) 시리즈는 아니고 특이한 외모를 지닌 패스포트(Passport)를 주력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다.

9000 볼드부터 패스포트까지 거쳐간 블랙베리는 5종 가량 된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불편함을 겪으며, 이제는 놓아야지 하면서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특유의 디자인과 남다른 키보드의 쫀득함에 반해 다시 찾곤 했다. 패스포트는 이전과 다른 편리함으로 아직까지 애용 중이다.

블랙베리의 아쉬움은 무엇일까?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앱 생태계가 문제다. 블랙베리 앱 월드(App World)는 규모나 질적 측면에서 구글과 애플을 따라가지 못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하드웨어 성능도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최근 나온 블랙베리는 사양도 어느 정도 괜찮아졌고, 안드로이드 앱 설치(편법으로 설치 가능)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면서 비교적 나아졌다.

앱과 성능, 그러면서도 블랙베리 특유의 보안과 키보드를 유지한 스마트폰이라면 얼마나 괜찮아질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블랙베리 프리브(Blackberry PRIV)는 이 고민을 모두 해결한 스마트폰이다. 어떻게 해결했냐고? 바로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채택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블랙베리 프리브
< 방패 든 안드로이드가 당신을 찾아간다. >

확실히 고급스럽고 눈에 띈다

해외 스마트폰을 직구 형태로 국내 제공하고 있는 3KH의 협조로 접해 본 프리브의 첫 인상은 '고급스럽다'는 느낌이다. 영화 킹스맨에서 활약한 콜린 퍼스가 말끔한 수트를 차려 입고 이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면 최고의 조합이었을거다. 그만큼 화려함보다는 깔끔하고 정제된 멋을 품고 있는 것이 프리브의 매력이다. 전체적인 색상은 검은색이고 메탈과 플라스틱을 적절히 조화시켜 본체를 완성했다. 또한 디스플레이 주면을 은색으로 둘러 포인트를 준 점도 돋보인다.

크기는 스마트폰 정면을 기준으로 가로 77.2mm, 세로 147mm로 갤럭시 노트 5(76.1 x 153.2mm)와 갤럭시 S6 엣지(70.1 x 142.1mm)의 중간 정도다. 물론 가로는 조금 더 길지만, 세로는 두 제품 사이에 놓인다. 최근 스마트폰은 크기가 크니까 이 정도는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해 주자.

두께는 프리브가 9.4mm로 최근 슬림함을 향해 달려가는 추세를 보면 조금 뒤쳐진다. 갤럭시 노트 5가 7.6mm, 갤럭시 S6 엣지가 7mm, 아이폰 6S 플러스도 7.3mm니까 분명히 두껍다. 하지만 저 제품들과 달리 프리브는 물리 키보드를 제공하니 사용자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된 블랙베리 프리브
< 감각적인 디자인의 블랙베리 프리브. 전면은 여느 스마트폰과 다를 것 없어 보인다. >

후면도 독특하게 마무리 되었다. 마치 탄소섬유(카본)의 느낌도 나고, 정교한 바느질(스티치)의 느낌도 난다. 후면 재질은 우레탄과 흡사한데, 쥐었을 때 그립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손에 착 붙는 독특한 질감을 제공한다. 외부 흠집에서도 어느 정도 보호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을 듯 하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전면을 후면이 조금은 보완해 주고 있다. 중앙의 블랙베리 로고가 이 제품이 블랙베리임을 알려주고, 상단의 카메라는 조금 튀어 나와 있지만 슈나이더(Schneider) 렌즈와 1,8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로 아쉬움을 살짝 달래준다.

독특한 문양을 지닌 프리브의 후면
< 독특한 느낌의 후면은 프리브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

이렇게만 보면 블랙베리 특유의 정체성이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 아이콘인 키보드는 온데간데 없고 큼직한 액정만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보다 은밀히 숨기는 결정을 내렸다. 전면의 스크린을 살며시 올리는 순간, 특유의 쿼티(QWERTY) 키보드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물리 키보드는 액정 위 가상 키보드와 다른 맛을 제공한다. 만졌을 때의 느낌은 여전히 '블랙베리'스럽다. 약간 좁은 가로 폭 때문에 불편해 보일 수 있어도 적응되면 괜찮다. 위 아래로 길기 때문에 키보드를 쥐었을 때의 폰의 무게 중심 설계가 궁금했는데, 실제 프리브의 키보드를 쓰면 한 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없다. 무게가 하단으로 가도록 설계했고 실제 두께도 하단이 조금 두툼하다.

프리브의 키보드는 사용감이 좋다.
< 블랙베리 쿼티 키보드는 가상 키보드와 다른 찰진 손 맛을 전달한다. >

슬라이드는 엄지 손가락으로도 쉽게 올릴 수 있다. 화면이 크기에 불편해 보이지만 화면과 키보드 부에 약간 단차를 뒀다. 이 단차에 손가락을 대고 살짝 밀어내면 된다. 닫을 때는 양손을 쓰거나 화면을 어쩔 수 없이 눌러 닫아야 한다.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로 보여지는 스마트 세상

블랙베리 프리브는 디스플레이까지 차별화를 꾀했다.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기 때문. 이는 갤럭시 S6 엣지에서도 채용된 부분이기에 신선하지 않지만, 블랙베리에 탑재됐다는 것이 신선할 따름이다. 해상도 또한 2,560 x 1,440인 쿼드HD(QHD) 해상도라는 점도 놀라울 따름이다. 패스포트 역시 범상치 않았으나, 이것 또한 마찬가지다.

화면 크기는 5.4인치로 갤럭시 S6 엣지가 5.1인치, S6 엣지 플러스가 5.7인치이니 그 중간이다. 인치당 픽셀 밀도는 540PPI이고 24비트 컬러 깊이를 지원한다. 시야각도 좋고, 야외 시인성도 흠잡을 곳 없다. 하지만 엣지 디스플레이라는 이름과 달리 굴곡을 크게 느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된 프리브
< 5.4인치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블랙베리 프리브. >

평범해 보이는 형태지만 엣지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효과를 넣었다. 바로 충전할 때인데, 케이블을 연결하면 화면 한 쪽 면을 따라 배터리 잔량이 표시된다. 화면이 꺼지면 측면 끝에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충전 완료 시간을 표시하니 보는 즐거움이 있다.

엣지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즐거움도 있다.
< 충전 시, 화면 측면으로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

또한 안드로이드 바탕화면의 한 쪽 끝에는 탭을 내었다. 옵션에서 제거할 수도 있고, 탭의 크기나 투명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탭은 화면 끝에서 안쪽으로 끌어내면 일정이나 메일, 블랙베리 허브, 주소록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엣지 디스플레이를 최대한 활용해 보고자 넣은 요소 중 하나다.

자체 OS 버리고 '안드로이드' 택한 블랙베리

이제 본격적으로 블랙베리 프리브를 손에 쥐고 사용해 봤다. 약 2주일 간 여유로운 마음으로 만난 프리브를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완성도 98%'다. 완벽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애매한 2%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이것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는 치명적인 부분이 될 수 있어서다.

먼저 사양을 보자. 프리브 자체는 최신 스마트폰과 다를 것이 없다. 퀄컴 스냅드래곤 808 64비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했고, 메모리 3GB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관리한다. 그래픽 프로세서는 600MHz로 작동하는 아드레노 418이다. 기본 저장공간은 32GB가 제공되고 운영체제와 기타 소프트웨어 설치 공간을 감안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은 23.86GB.

블랙베리
< 드디어 블랙베리가 아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됐다. >

프리브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바로 운영체제다. 패스포트까지만 해도 블랙베리 10 운영체제를 썼지만 새 블랙베리는 과감히 안드로이드를 선택했다. 안드로이드 5.1.1, 코드명 롤리팝(Lollipop)이다. 편법을 통해 플레이스토어를 설치하고 안드로이드 앱 설치가 가능했던 과거와 이별해도 된다. 드디어 눈치보지 않고 구글의 방대한 앱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금융사나 카카오톡 게임과 같은 실행이 난해했던 앱들도 이제 제대로 지원하게 됐다. (이얏호!)

물론,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앱도 있다. 예를 들어, 라인 메신저에서 사진을 바로 찍어 전송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카카오톡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롤리팝 운영체제의 문제인지 프리브 내 권한 문제인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이 외에 사진을 볼 수 있는 갤러리가 없다는 것도 조금 아쉬운 부분.

아무튼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게 되어 블랙베리 운영체제 보다 자유도는 크게 향상됐다. 그렇다면 기존 블랙베리의 매력이던 허브나 BBM 등은 사라진걸까? 블랙베리는 허브나 BBM 등 주요 기능들을 기본 앱 형태로 탑재했다. 안드로이드의 몸이지만 정신은 아직 남아 있다. 벨소리도 기본 블랙베리의 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블랙베리 디텍(DTEK)도 있다. 이를 실행하면 기기 보안상태를 나쁨, 양호, 좋음 등으로 표기하고 앱이 스마트폰의 어떤 기능에 접근했는지를 아이콘으로 보여준다. 메신저면 주소록이나 마이크(통화), 지도앱이면 위치모양 아이콘이 나타난다. 해당 기능을 몇 번 접근했는지도 보여주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상태를 인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블랙베리 프리브에 왜 보안(PRIVACY)를 앞세웠는지 이해되는 부분이다.

블랙베리 DTEK
< 보안을 앞세운 블랙베리답게 프리브에도 해당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앱들이 충실하다. >

배터리 성능도 충실하다. 3,410mAh 용량을 채택했는데, 교체는 되지 않지만 여유롭게 쓸 수 있다. 기자가 게임을 즐기지 않은 상태에서 잦은 통화와 인터넷(영상 감상) 등을 병행하니 9시간 가까이 쓸 수 있었다. 액정 밝기는 50%였고 4G 데이터를 쓰지만 사무실 통신 환경이 좋지 않음을 감안하면 좋은 모습이다.

발열은 크게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 앱을 실행하면 후면에 열이 발생하지만 '뜨겁다'는 아니고 '미지근하다' 정도로 느껴진다. 이는 후면의 우레탄 재질 커버가 열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효과를 주지 않나 판단된다. 일반 메탈이나 플라스틱이었다면 동일한 환경에서 더 많은 열이 느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능 카메라로 기록하는 사진과 영상

블랙베리 프리브는 카메라 성능도 일취월장이다. 후면에 1,8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는데, 렌즈가 슈나이더다. 광학식 이미지 보정을 지원하고, 단계 감지 자동초점(PDAF)와 고속 초점 고정,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HDR) 등 고급 기능이 제공된다. 렌즈 조리개는 f/2.2로 밝은 편에 속하며, 광학식 줌은 구조상 어렵기에 4배 디지털 줌이 이를 대신한다.

촬영해 보니, 화질은 여느 스마트폰들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다. 블랙베리 패스포트도 사진 품질은 만족스러웠지만 이를 상회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실내 촬영도 무난히 소화해낸다.
< 실내 사진은 노이즈가 조금 눈에 띄지만 크기를 줄여 쓰기에는 적당한 정도다. >

야외에서는 선명하지만 실내에서는 노이즈가 다소 눈에 띈다. 하지만 크기를 줄여 소셜네트워크(SNS)나 블로그 등에 활용하기로는 적당해 보인다.

전면 카메라는 조금 실망스럽다. 2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는데, f/2.8 조리개를 갖춘 점은 다행이나 화소가 낮은 점이 아쉽다. 셀카를 많이 찍는 사람을 조금 배려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4K 영상 촬영 기능도 만족스럽다. 초당 30매 촬영을 지원하는데, 화질이나 품질도 이 정도면 수긍할 수준. 그러나 초고해상도 영상을 계속 기록해야 하기에 배터리나 발열 등에서 약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타 제품과 뜨거움 수준이 다르다. 후면이 약간 미지근한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를 위한 블랙베리가 된 프리브, 그러나…

블랙베리 프리브는 기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블랙베리 특유의 디자인 언어를 입히고 보안성을 강화한 제품이다.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다른 스마트폰과의 차별성도 느껴진다. 안드로이드의 대표격인 갤럭시 시리즈나 LG G 시리즈 등도 충분히 좋은 스마트폰이지만, 블랙베리 역시 프리브를 통해 그 반열에 오를 자격을 충분히 갖추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많겠지만…)

하지만 국내 사용자에게는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다. 바로 키보드 때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한국어를 지원한다. 반면, 블랙베리 기본 키보드는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글 입력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구글 한글 입력기를 내려 받아 설치하고 옵션에서 이를 사용하도록 설정하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블랙베리 허브나 BBM의 기능이 다소 축소되거나 중복 설계된 부분도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이뤄지면 좋겠다.

블랙베리 프리브

안드로이드를 품으면서 완벽을 꾀하고자 했던 블랙베리 프리브의 가격은 북미 기준으로 699달러다. 원화 약 83만 원 상당. 제품 리뷰를 제공한 스마트폰 해외 구매대행 업체 3KH(www.3kh.co.kr)에서는 공기계를 98만 3,000원에 판매 중이다. SKT 신규 가입 또는 번호이동은 각각 81만 9,000원과 91만 9,000원이다.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기에 구매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해외에서 직접 개인이 구매하는 경우라도 관세나 배송비 등을 지불해야 하니 정말 구매하고 싶다면 이런 부분도 꼼꼼히 따져보자.

갤럭시나 아이폰의 홍수 속에 남들과 다른 프리미엄의 가치를 느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블랙베리 프리브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손 끝으로 느끼는 감촉은 타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예쁜 쓰레기'가 아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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