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C] 캐릭터와 생활용품의 만남 '후거볼', 이것이 진짜 '융합' 아닌가요?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우리나라에서 '융합'에 대한 시도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 기술적인 부분의 융합을 이야기했다면, 최근에는 시장과 산업에 대한 융합도 활발하다. 여러 분야의 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기능이나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을 선보이고,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 받는 일은 이제 흔하다.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하면 과장일까?

움직임 리테일스의 생활용품 '후거볼(Hygge-Bowl)'도 이런 융합의 결정체다. 얼핏 보면 캐릭터 상품처럼 보이는 이 제품은 음식이나 음료를 담는 그릇의 역할도 대신한다. 재질도 먹거나 하지 않으면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을 사용했다. 재질과 콘텐츠가 만나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탄생한, 말 그대로 '융합' 상품인 셈이다.

이 제품은 북부 경기문화창조허브가 디자인 콘텐츠 분야 예비창업자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마련한 'MDC(제조, 디자인, 콘텐츠)' 사업에 의해 탄생했다. 이 사업은 경기도와 의정부시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했다. MDC 사업은 융합 상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지난 6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된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은 경기북부 소재 강소 제조기업들과 공동창작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스타트업은 양질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제시하고, 제조기업은 제조 기술, 제작, 유통 분야에서 협력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현실화하고, 제조기업은 양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얻게 된다. 기업간 융합은 물론이고 아이디어의 융합까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움직임 리테일스는 경기도 파주 소재의 위코홀딩스와 협력해 디자인 가구인 '우산꽂이'와 캐릭터 생활용품인 '후거볼'을 개발했다. 이들은 어떻게 후거볼을 만들어냈을까? 움직임 리테일스를 이끄는 최정용 디자이너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움직임 리테일스 구성원들
움직임 리테일스 구성원들

< 인터뷰에 자리한 움직임 관계자들. 좌측부터 김민지, 샘 레바노, 최정용, 강창범. >

작은 물건에 '삶'의 모든 것을 '융합'하다

후거볼, 이름이 독특하다. 여기서 후거(Hygge)는 덴마크어로 편안하고 안락한, 친근하고 안정된 분위기 등 삶과 연관된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기획한 제품 의도와 매우 잘 맞겠다 싶어 그릇이라는 의미의 볼(Bowl)과 합쳤다. 편안하고 친근한 그릇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의미에서다. 작은 물건이지만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융합하고자 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초기 후거볼은 움직임 리테일스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콘셉트 형태로 존재했다고 한다. 그걸 이번 MDC 사업을 통해 실현하고 싶었다고. 북부 경기문화창조허브의 의도가 자신들이 꿈꾸던 콘셉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지원하게 되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우리 세대가 융화나 융합 같은 단어를 많이 쓰잖아요. 단순히 독특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만나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제품은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캐릭터성 부여다. 최정용 디자이너는 처음 후거볼이 기획될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그릇 형태만 있었는데, 이것 만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 판단했어요. 그래서 떠올린 것이 '캐릭터'였고, 이를 적용하기 위해 다시 디자인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초기 후거볼은 겉은 플라스틱이고 바닥이 실리콘인 형태였다. 하지만 이런 경우 플라스틱에 의한 유해성, 서로 다른 두 재질을 붙임으로 해서 발생하는 마감과 내구성 저하가 대두됐다고 한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찾은 것은 바로 '실리콘'이었다. 이는 후거볼의 두 번째 특징이다.

움직임 리테일스의 후거볼
움직임 리테일스의 후거볼

< MDC 사업으로 움직임 리테일스가 위코홀딩스와 함께 완성한 후거볼. >

움직임 리테일스가 MDC 사업을 통해 위코홀딩스와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 위코홀딩스는 당시 실리만(Sillymann)이라는 실리콘 주방용품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움직임 리테일스는 실리만 재질을 후거볼에 적용해 제품 상용화가 가능했다.

실리콘은 최근 주방에서 사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게 최정용 디자이너의 설명. 우선 실리콘은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에서 사용 가능하다. 내냉/내열온도가 영하 40도에서 250도이기 때문. 끓는 물에도 변형이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물론 가정에서도 쉽게 살균, 세척이 가능하다는 점도 돋보인다.(물론 먹으면 안 된다.) 친환경과 캐릭터성을 통한 친근함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특징은 두 가지 얼굴을 통한 활용도에 있다. 후거볼은 가운데를 눌러 제품을 변형시킬 수 있다. 처음에는 그릇 같다가도 가운데를 누르면 아이스크림 콘 형태로 바뀐다. 이 상태에서는 다리 사이에 편하게 올려 음식물을 취식할 수 있다. 살짝 기울여 테이블이나 침대 위에서 누운 상태에서 취식도 가능하다.

최정용 디자이너는 후거볼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이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한 가지 형태지만 향후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캐릭터를 부여한 후거볼을 선보이고 싶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현재는 온라인이지만 오프라인에서도 곧 만날겁니다

움직임 리테일스는 최근 후거볼을 자사의 온라인 홈페이지(www.umzikim.com)에 공개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나아가 오프라인에도 진출할 예정이라고. 이 역시 위코홀딩스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협의도 어느 정도 진행되어 조만간 오프라인에서도 후거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최정용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위코홀딩스는 오프라인에 강합니다. 아직은 온라인에서만 후거볼을 만날 수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제품에 대한 차기 계획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는 듯 했다. 현재 후거볼은 두 가지 색상에 한 가지 크기만 있는 상황. 향후 색상과 크기를 다양하게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힐 예정이다.

대한민국 대표 리빙브랜드로 도약 중인 움직임 리테일스. 사실 이들의 융합은 후거볼 뿐만이 아니었다. 구성원 6명(강창범, 김민지, 송세진, 샘 레바노, 양재혁, 최정용) 중 5명이 공학도인 색다른 이력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도전하는 것 자체도 어떻게 보면 '융합'인 셈이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융합, 아이디어와 제조의 융합, 후거볼이 그들의 손에서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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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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