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EL 2015] 보드게임, 선진국의 놀이 문화이자 생활 영역

안수영 syahn@itdonga.com

[IT동아 안수영 기자] 독일 에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보드게임 박람회 '슈필(SPIEL) 2015'가 성황리에 종료됐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약 16만 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850여 종의 신작 보드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라면 한국과는 사뭇 다른 문화라고 느낄 겁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보드게임 박람회가 독일에서는 왜 그렇게 화제가 되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그렇다면 독일에서는 보드게임을 얼마나,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요?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실제로 슈필 2015에 방문한 관람객들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으며,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 어우러져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보드게임 부스에서는 물론이었고요, 특히 카탄 보드게임 행사에는 아주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아기를 데려온 아빠와 엄마,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지요. 이는 보드게임이 세대를 막론하고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놀이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슈필 2015
슈필 2015

과연 실제로는 어떨지 현장에서 만난 한 독일인에게 "독일 사람들은 게임을 많이 하나요?"라고 질문해 보았는데요, 그는 "그렇다. 보드게임을 굉장히 많이 소비한다. 아마 젊은 사람들이 게임을 더 많이 하겠지만, 노인들도 참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완성된 게임을 분석해서 어떻게 게임이 설계됐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매년 보드게임 행사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답변했습니다.

슈필 2015
슈필 2015

또한, 현장을 방문한 스코틀랜드의 한 기자는 "스코틀랜드 사람들도 보드게임을 많이 한다. 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클럽에 가서 보드게임을 한다. 아내와 함께 70대 가량의 노인들이 모이는 클럽에 참여하고 있는데, 보드게임과 같은 취미생활을 공유한다. 체스도 많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슈필 2015
슈필 2015

실제로 전 세계에서 보드게임을 많이 즐기는 국가는 미국이나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입니다. 한국의 유명 보드게임 작가 김건희 디자이너는 1년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보드게임은 선진국 문화다. 돈이 있고 시간이 있어야 보드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 있는데요, 직접 해외에서 현장을 살펴보고 나니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노인 관람객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행사장에서 노인들도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자식이나 손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 보드게임을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구입하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82.4%가 여가 또는 사회활동으로 TV 시청을 꼽았습니다. 물론 TV 시청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만큼 집 밖에서의 활동이 적고 여가의 종류나 여유를 즐길 자금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비단 슈필 2015뿐만 아니라 행사장 밖에서도 보드게임 문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행사 기간 동안 에센 중앙역에는 슈필 2015의 보드게임 시상식 'SDJ 2015'에서 수상을 한 '스핀데렐라', '콜드 익스프레스' 등의 보드게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철 역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직접 게임을 해볼 수도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동네 서점과 마트에도 슈필에서 수상한 게임들이 즉시 전시되었습니다. (평소에도 동네 서점과 마트에 보드게임이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행사 기간 동안 에센 박람회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이용 가격이 무료였다는 사실 역시 빼놓을 수 없지요.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슈필 2015

이 외에도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보드게임을 책으로 취급하고, 공공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보드게임 및 행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떠올리더라도 독일과 같은 국가에서는 보드게임이 생활 밀착형 놀이 문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교육적 효과까지 지니고 있는 보드게임. 한국에서도 건전한 놀이 문화로 널리 확산되어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슈필 2015
슈필 2015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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