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진의 의미 생각하게 만드는 카메라, 라이카 M 모노크롬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수 많은 카메라 브랜드가 있지만 모두가 우러러 보는 카메라 브랜드는 많지 않다. 독일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Leica)'도 그 중 하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카메라들의 가격과 비교하면 상상초월할 수준이지만 '카메라 끝판왕'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사진 애호가들이 꿈꾸는 카메라이기도 하다.

이런 라이카가 최근 선보인 M 모노크롬(Monochrom)은 단연 돋보이는 카메라다. 수천만 화소의 총천연색 결과물을 표현하는게 아니라, 오직 '흑백' 사진만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무슨 흑백 사진이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디지털 사진 시대와 대조되는 흑백 사진은 오해려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라이카 특유의 디자인

라이카 M 모노크롬의 외형은 전형적인 라이카 카메라의 모습 그대로다. 레트로의 향이 진하게 우러나오는 그 모습에서 그들의 고집을 맛볼 수 있다. 색상은 전부 검은색으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카메라 겉을 감싸는 가죽의 질감이나 버튼이나 본체의 마감은 절대 흠잡을 곳 없이 거의 완벽에 가깝게 다듬었다. 라이카라서 그런게 아니다. 다른 양산형 클래식 카메라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단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M이나 M-E, M7 시리즈에 있던 라이카 로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M-P나 기타 한정판 등에는 라이카 로고가 없기는 하다. 존재 자체만으로 라이카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확실한 아이콘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라이카 M 모노크롬
라이카 M 모노크롬

손에 쥐어 보니 덩치에 비해 꽤 묵직하다. 그도 그럴 것이 플라스틱이나 마그네슘 합금 등을 쓴 요즘 카메라와 달리 황동을 썼기 때문이다. 구리와 아연 합금인 황동은 색이 아름답고 순수 구리보다 주조가 쉽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경도와 강도가 높고 전연성이 뛰어나다. 이 위에 블랙 크롬 코팅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전반적인 조작 인터페이스는 매우 단순하다. 다른 카메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드 다이얼도 없고, 여러 버튼이 몰려 있거나 스위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직관적인 조작 체계는 보기에 단순할 수 있지만 정작 필요한 기능을 필요할 때 불러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M 모노크롬의 조작 체계는 필요한 것만 내어 놨다는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셔터 속도를 1스텝 단위로 즉시 변경할 수 있다. 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벌브(Bulb)부터 1/4,000초까지 가능하다. 물론 A에 돌리면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이 때의 모드는 조리개 우선(A)으로 전환된다. 나머지는 전부 수동(M) 모드가 된다.

셔터 버튼은 전원 스위치의 역할도 겸한다. 이를 돌려 연사 속도와(단사, 연사), 시간 지연 셔터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셔터 스위치 옆에는 동영상 녹화 버튼도 자리하고 있다.

라이카 M 모노크롬
라이카 M 모노크롬

후면에는 액정 디스플레이와 좌우에 버튼들과 조작 다이얼이 배치되어 있다. 좌측 버튼은 라이브뷰 활성/비활성(LV)부터 시작해 리뷰(PLAY), 이미지 삭제(DELETE), 감도 확인(ISO), 주 설정(MENU), 설정(SET) 등 6개다. 우측에는 상하좌우 이동을 지원하는 원형 버튼과 설정 정보와 수평선 등 전환이 가능한 버튼(INFO)가 있다.

액정은 3인치 크기로 흑백만 볼 수 있다. 피사체 확인은 천연색으로 하고 결과물이 흑백으로 나오는 방식이 아니고 완전 순수한 흑백 촬영을 해야 한다. 적응되지 않겠지만 오히려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아쉬울게 없다. 액정은 사파이어 크리스탈 유리를 써 외부 흠집에 강하고, 반사 코팅이 더해져 야외에서도 정확한 피사체 확인을 지원한다.

오묘한 느낌 전달하는 흑백사진의 매력

이 카메라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심호흡 한 번 하고 촬영에 나섰다. 렌즈는 즈미크론(SUMMICRON)-M 35mm f/2 ASPH다. 참고로 이 카메라는 자동을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셔터속도는 알아서 할 수 있어도 초점과 조리개는 오로지 자신이 렌즈의 다이얼을 돌려가며 맞춰야 한다.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는 요즘 자동 카메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바로 난관에 부딪친다.

라이카 M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풍경
라이카 M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풍경

솔직히 말해, 라이카 M 모노크롬은 속도나 선예도나 색감 같은 요소로 평가할 존재는 아니다. 촬영한 사람의 의도를 흑과 백으로 오롯이 담아낼 뿐이다. 분명히 디지털이지만 촬영의 과정이나 매커니즘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숨쉬고 있다.

일단 M 모노크롬에는 컬러 필터 없이 흑과 백만을 기록하는 35mm 필름 판형 규격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다. 일반 베이어 패턴과 동일한 방식(RGB - 1:2:1)으로 픽셀을 기록하지만 휘도 값을 계산하지 않기 때문에 특화된 화질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여기에 흑백처리에 맞춘 마에스트로 엔진으로 흑과 백 사이의 계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조율했다.

라이카 M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결과물
라이카 M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결과물

때문에 촬영하면 다른 컬러 카메라의 흑백모드와는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다. 컬러에 필터를 씌운 듯한 느낌이 아니라, 흑백으로 자연스레 표현되는 인상을 준다. 자연스러운 대비와 계조가 이 카메라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하다.

감도는 ISO 320부터 1만 2,500까지가 상용감도다. 여기에 1스텝 확장으로 2만 5,600의 ISO 감도를 지원하게 된다. ISO 1만 2,500으로 촬영한 결과물을 보니 입자가 조금 거칠어지는 정도다.

라이카 M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결과물
라이카 M 모노크롬으로 촬영한 결과물

참고로 이 카메라는 다른 일안반사식과 달리 거리계로 피사체까지 거리를 측정해 초점을 맞추는 레인지파인더(RF) 카메라다. 때문에 뷰파인더를 보면 이질감이 생길 수 있다. 파인더로 보는 것과 렌즈로 보는 피사체가 달라서다. 그만큼 초점 맞추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M 모노크롬의 뷰 파인더 중앙에는 작은 사각영역이 있는데, 여기에 맺히는 상을 영역 외부의 상과 맞춰야 한다. 이를 '이중합치상'이라고 한다.

이 과정이 귀찮다면 그냥 액정의 라이브뷰로도 촬영 가능하다. 오히려 현대인들에게는 이게 더 쉽다. 초점이 맞는 영역은 붉은색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라이카도 현대 문명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주는 부분이다.

촬영하고 결과물이 기록되는 과정은 민첩하다. 2GB의 버퍼 메모리를 달았기 때문인데, 솔직히 이 제품 자체가 버퍼의 한계를 넘을 정도로 연사를 할 법한 성격이 아니다. 대부분 순간의 찰나를 단사로 기록하는 정도여서 그냥 이 정도를 준비했다 수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또 다른 사진을 즐기는 방법

확실하게 해두자. 이 카메라로는 어떤 방법으로도 컬러 이미지를 기록할 수 없다. 때문에 요즘 같이 화사하고 선명한 결과물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카메라만 960만 원 이상인 M 모노크롬은 단순히 돈 많으신 금수저들을 위한 고급진 액세서리나 취미 정도로 치부할 수 있겠다.

라이카 M 모노크롬
라이카 M 모노크롬

이 카메라는 절대 초보를 위해 타협하지 않는다. 조작도 불편하고 비교적 쉬워졌다지만 초점도 셀프로 잡아야 한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론적 순발력에 찰나의 순간(운빨)을 대입해야 하는 고난이도 카메라가 바로 라이카 M 모노크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다른 시점에서 본다면 또 다른 사진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좋은 카메라인 셈이다. 비록 그 세계가 허세일지라도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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