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왜 MVNO 진출일까?

[IT동아 권명관 기자] 2015년 4월 22일(현지시간), 구글이 이동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파이(Project Fi)'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파이는 월 20달러(약 2만 1,600원)를 내면 음성, 문자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데이터 사용료는 월 10달러(약 1만 800원)인 서비스다. 프로젝트 파이의 요금제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 사용하고 남은 데이터를 환불해주는 것이다. 2GB 데이터 상품을 20달러를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0.6GB가 남았다면 6달러를 돌려준다는 뜻. 약정과 같은 별도 조건도 없다.

프로젝트 파이는 구글의 최신 스마트폰 '넥서스6'로만 이용할 수 있다. 지금은 시범 서비스적인 성격이 강하다.

구글 프로젝트 파이
구글 프로젝트 파이

프로젝트 파이를 제공하기 위해 구글이 직접 이동통신망을 설치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이동통신사 스프린트, T모바일USA 등과 제휴해 해당 업체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한다.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알뜰폰) 서비스인 셈. 두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함께 이용하면서, 둘 중 신호 세기가 강한 쪽을 자동으로 선택, 연결한다. 신호 세기 비교는 와이파이(Wi-Fi)도 포함한다.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와이파이를 우선 선택해 연결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없는 곳에서는 LTE 망에 연결한다. 와이파이 우선 연결은 데이터 요금을 절약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참고로 넥서스6 화면 상단에는 이동통신사의 로고 대신 'Fi Network'가 표시된다.

파이 네트워크
파이 네트워크

프로젝트 파이 네트워크 연결
방식
프로젝트 파이 네트워크 연결 방식

데이터 보안 기능도 지원한다. 사용자가 와이파이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을 경우, 해당 데이터를 암호화 처리함으로써 공용 와이파이를 이용한 해킹을 방지한다.

프로젝트 파이 와이파이 암호화
프로젝트 파이 와이파이 암호화

프로젝트 파이를 이용하려면 넥서스6가 반드시 필요하다. 초기에는 구글의 초대장을 받은 사람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추후 넥서스6와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요금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기본 20달러(음성, 문자 무제한)에 데이터를 1GB당 10달러씩 주고 추가 구매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전세계 120개 이상의 국가에서 256Kbps로 제한된 3G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금제는 어느 국가나 동일하다. 120개국의 명단이나, 120개국을 선정한 기준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프로젝트 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프로젝트 파이 홈페이지(https://fi.google.com/coverage?u=0)에서 공개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현재는 북미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로젝트 파이 커버리지
프로젝트 파이 커버리지

프로젝트 파이를 시작한 이유? 서비스와 이동통신의 융합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와 함께 향후 계획에 대한 메시지를 공개했다. 구글은 'A New Way to say hello(안녕이라 말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라는 이름의 동영상을 공개하고, 새로운 연결(connect) 방식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서비스와 네트워크(이동통신망, 와이파이 등)를 하나로 통합해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통합은 단지 모바일에만 그치지 않는다. 노트북, 태블릿PC 등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기기에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프로젝트 파이 이기종간 연결
프로젝트 파이 이기종간 연결

프로젝트 파이는 애플이 OS X 요세미티를 공개하며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맥 등에 '연결성'을 제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용자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을 사용하고 있다면, 문자와 통화 등을 특정 통신망에 종속되지 않아도 주고받을 수 있다. 구글도 이 같은 콘텐츠와 네트워크를 통합한 연결성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보다 더 충실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프로젝트 파이는 그 밑바탕이다.

또한 구글이 집중하고 있는 IoT(사물인터넷) 사업과의 연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작년 1월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 랩스에 프로젝트 파이를 접목한다는 예측이다.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IoT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LTE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한 것이다.

MVNO인 만큼 글로벌 진출도 한층 용이하다. 구글은 120개국에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실 프로젝트 파이 공개 전에는 구글이 이동통신 사업(MNO)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스프린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랐다. 구글의 막강한 자금력을 감안하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 하지만 이동통신은 해당 국가의 정책에 크게 좌우되는 사업이다. 각 나라마다 다른 정책과 규제와 맞부딪칠 수밖에 없다. 주파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직접 망을 설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천문학적이다. MNO 대신 MVNO를 선택하면 이러한 난관을 한결 쉽게 극복할 수 있다.

구글이 프로젝트 파이를 공개함에 따라 망 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가 분리되어 있던 기존 이동통신 시장의 틀이 흔들리게 됐다. 구글이 왜 프로젝트 파이를 시작했는지 아직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단순히 이동통신 서비스만 제공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인 이동통신 사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구글의 목표는 자사의 서비스와 이동통신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플랫폼과 유통 구조를 만들어 내려는 것 아닐까. 구글이라는 이름의 돌이 이동통신 시장에 만들어낸 파문은 결코 작지 않을 전망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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