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금은 OLED TV보단 SUHD(퀀텀닷) TV가 최적"
[IT동아 김영우 기자] 특정 업체에서 주창한 제품명, 혹은 기술명이 업계 표준 용어처럼 자리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2008년을 전후해 삼성에서 출시한 'LED TV'가 대표적이다. 사실 이는 기존의 LCD 내부의 백라이트(후방광원)를 LED 소자로 바꾼 것으로, 실은 'LED 백라이트 기반의 LCD'라고 하는 것이 올바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LED TV를 기존의 LCD TV와 전혀 다른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외의 다른 업체들도 LED TV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도 비슷한 시도를 하는 것 같다. 그들이 최근 발표한 'SUHD TV'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HD, UHD 등의 용어는 해당 디스플레이의 화소 정밀도를 나타내는 '해상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다만, 이날 소개된 삼성의 SUHD TV의 화면 해상도는 기존의 UHD TV와 같다. 삼성전자만의 독자 기술을 통해 기존 제품을 뛰어넘는 화질과 디자인, 기능 등을 갖춰 가치를 높인 신개념 TV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나노 크리스탈(퀀텀닷) 기술 적용, 색 표현력 64배 향상
5일, 삼성전자는 서울 역삼동에서 발표회를 열고 이를 소개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김현석 사장은 최근 세계 UHD TV 시장이 급성장을 하고 있고,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날 발표한 SUHD TV가 자사의 영향력을 한층 돋보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SUHD TV의 핵심적인 특징은 향상된 화질이다. 전류에 따라 각기 다른 색을 내는 나노미터 단위의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 기반의 필름을 백라이트에 결합시켰다(삼성전자에서는 퀀텀닷이 아닌 '나노 크리스탈'과 '픽셀 제어기술'이라는 용어를 쓴다). 덕분에 기존 TV에 비해 최대 64배로 색 표현력이 향상되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여기에 저화질 영상을 UHD급으로 향상시키는 SUHD 리마스터링 기술을 더해 한층 활용성을 높였으며,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높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4200R 곡률의 곡면 화면을 적용해 시청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 독자 OS '타이젠' 전면 적용
소프트웨어 면에서도 강화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소개된 SUHD TV를 포함, 앞으로 출시될 삼성전자의 스마트TV는 삼성의 독자 운영체제인 타이젠(TIZEN)을 적용한다. 자주 이용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하단 바 형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또한, 스마트폰과 같은 외부기기를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는 퀵커넥트 기능, 다양한 기기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스마트허브 기능을 탑재했다. 또한 현재 미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 영상 콘텐츠 제공 서비스인 ‘밀크 비디오’를 조만간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위치에 상관 없이 풍부함 음향을 느낄 수 있는 무지향성 스피커를 도입해 사운드 성능을 강화했다. 그리고 소재의 질감을 살린 메탈 베젤, 깔끔한 후면과 함께 견고함과 시각적 만족을 동시에 추구하는 Y자형 빔 스탠드를 탑재해 디자인을 살렸다는 점도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LCD(LED) TV 보단 비싸고 OLED TV 보단 저렴한 가격
삼성전자의 SUHD TV는 55인치 및 65인치, 그리고 75인치 및 88인치 화면 크기로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밝혀진 가격은 55인치 제품이 549만원, 65인치 제품이 790만원이다. 이는 기존의 LCD(LED) 기반 UHD TV보다는 비싸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라는 OLED TV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이날 소개된 SUHD TV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역시 퀀텀닷 기술의 적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삼성전자의 관계자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심지어 퀀텀닷이라는 용어도 전혀 쓰지 않았고, 대신 자사에서 개발했다는 ‘나노 크리스탈’이라는 용어로 대신했다.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사실 삼성 SUHD TV를 비롯한 현재의 퀀텀닷 TV는 완전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라기보다는 'LCD의 최종진화형'에 가깝다. 기존의 LCD를 능가하고, OLED에 근접하는 화질을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LCD와 유사하기 때문에 OLED에 비해 시야각이나 응답속도, 두께 등의 면에선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백라이트를 완전히 없애고, 퀀텀닷이 자체적으로 발광해 화면을 구현하는 이른바 진정한 QLED TV가 상용화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아직 미래의 이야기다.
참고로 최근 경쟁사인 LG전자는 삼성에 비해 OLED TV 부문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제품도 제법 많이 출시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의 관계자들은 "SUHD TV는 OLED TV로 가기 위한 과도기 제품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으로선 OLED TV 보다는 SUHD(퀀텀닷) TV가 베스트(best)라는 이야기만 하겠다. 소비자가 실제로 살 수 있는(적당한 가격의) 제품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성능은 둘째 치고서라도 상품성 측면에서 현재의 퀀텀닷 TV가 한수 위라고 그들은 주장하고 싶은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