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IT 총결산] 주목할 만한 IT 이슈는?

나진희 najin@itdonga.com

2014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올해를 되돌아봅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신제품이 쏟아졌고, 새로운 기술들이 선보였으며, 정부와 기업 간의 마찰도 잦았습니다. 올 한해 IT 업계를 뒤흔든 굵직한 이슈들을 찬찬히 짚어봅시다.

1. 단통법, 너도나도 '호갱님'

10월 1일부터 느지막이 시작했지만, 그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했죠. 바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단통법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보조금을 투명하게 만들고, 누구나 같은 가격에 휴대폰을 사게 하자는 좋은 입법 취지와는 달리 그 부작용 때문에 지금까지도 업계가 시끄럽습니다.

단통법
단통법

불법 보조금이 사라지자 국민들이 체감하는 휴대폰 값은 엄청나게 높아졌는데 정작 휴대폰 출고가는 너무 느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단통법 이전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에 살 수 있었건만 지금은 제값을 다 줘야 하니 전국민이 '호갱'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시행 초기 이동통신(이하 이통) 3사는 슬쩍 아이폰6에 불법 보조금을 태우도록 조장했다가 임원 형사 고발까지 당하는 쓴맛을 봤습니다. 그 후 불법 보조금은 더 수면 아래로 내려가 버렸죠. 지원금 상한선이 현행 30만 원에서 더 올라가 현실을 반영해야 하고, 휴대폰 출고가는 더 내려가 현실을 반영해야겠습니다.

2. 카카오톡 검열 논란, 텔레그램, 그리고 검찰 조사

지난 10월 검찰의 사이버 검열에 다음카카오가 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망명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한동안 텔레그램이 스마트폰 앱마켓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을 지켰으며, 가입자들도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텔레그램 개발 스토리와 더불어 개발자의 '출중한 외모'도 주목을 받았었죠.

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의 '외양간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사용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습니다. 더 이상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기자 회견도 열었죠.

거듭된 강경 대책이 사법 당국의 미움을 샀던 걸까요. 지난 12월 다음카카오는 아동 음란물 공유를 카카오 그룹에서 방치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고, 해당 사안은 검찰로까지 넘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의 '보복성 조치'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럼 윈도에서 음란물이 퍼져나가게 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빌 게이츠도 소환하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이 생각나네요. 어찌 됐건 다음카카오는 막판에 아주 뒤숭숭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 다음카카오 합병

앞서 말했던 다음카카오 이야기입니다. 포털 강자 '다음'과 모바일 강자 '카카오'가 만나 다음카카오로 태어났습니다. 이름 공모전도 열었으나 '예명'이었던 다음카카오가 '본명'이 되었네요. 개성있던 다음, 카카오의 로고도 깔끔하지만 심심한 흰색과 검은색의 디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음카카오
다음카카오

각자의 영역에서 구축해온 서비스를 융합해 시너지를 내리라 기대되는데... 검찰 소환 등으로 시작이 영 매끄럽지가 않네요. 다가오는 새해에는 순탄하길 기대합니다.

4. 팬택, 그 안타까운 사정

지난해 연말 결산에서도 팬택의 사정이 안 좋다고 했었는데요. 올해는 그 상황이 더 나빠졌습니다. 이통사 영업 정지로 인한 판매 부진, 채권단과 이통사의 저울질 등으로 팬택은 결국 회생하지 못하고 끝내 지난 8월 법정 관리를 신청하고 맙니다.

팬택
팬택

법정 관리 초기에는 해외 업체들이 팬택을 인수하면 주요 특허 기술들이 빠져나갈 거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는데요. 지금은 인수하려는 업체가 없어 오히려 모집 기한을 늘렸습니다. 팬택은 베가아이언2, 베가팝업노트 등의 프리미엄 제품을 출고가 30만 원대까지 내렸습니다. 해당 모델들은 이통사 대리점에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랍니다. 팬택 제품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죠. 훌륭한 제품으로 성공 신화를 이뤘던 팬택이기에 현재의 모습에 더 아쉬움이 남네요.

5. 우리 곁으로 온 중국산 폰들

화웨이 X3
화웨이 X3

올해는 중국산 휴대폰 기업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앞서 '시동'을 거는 시기였습니다. 샤오미, 화웨이 등의 이름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익숙할 겁니다. 이 중 특히 화웨이가 적극적이었습니다. LG유플러스, 알뜰폰 업체 등을 통해 스마트폰 X3를 내놓고 광고도 진행했습니다. 다만, 애매한 가격 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 했네요.

6. 익숙해진 스마트 시계

스마트 시계는 이제 더 이상 눈이 휘둥그레지는 '신문물'이 아닙니다. 올해, 다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스마트 시계 신제품이 쏟아졌죠. 디자인, 야외 시인성, 배터리 사용 시간, 독립성 등 스마트 시계의 한계점으로 꼽혔던 단점들도 많이 개선됐습니다.

애플 워치
애플 워치

모토로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여러 제조사와 손잡고 다양한 스마트 시계를 내놨던 구글에 이어 내년에는 애플도 애플워치(가칭)를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 시계 시장은 올해보다 더 성장하겠죠. 손에는 스마트폰, 손목에는 스마트 시계가 필수인 시대가 멀지 않아 보입니다.

7. 3D 프린터 성장기

3D 프린터, 그 용어만큼은 이제 레이저 프린터만큼 친숙합니다. 아직 집집마다 한 대씩 있을 수준은 아니지만요. 지난해부터 이어진 3D 프린터에 대한 업계의 관심에, 정부가 3D 프린터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서며 그 불씨를 당겼습니다.

3D 프린터
3D 프린터

올해 다양한 제조사에서 보급형 3D 프린터(하지만 가격은 100만 원이 넘죠)를 속속 내놓았고, 많은 교육 기관에서 3D 프린팅 관련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몇 시간이 걸려 손가락만 한 물체 하나를 만들어내는 수준이지만, 기술의 발달이란 무서운 것이니까요. 2015년에는 3D 프린터의 성장 속도에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8. 잘 가, 윈도XP

윈도 XP
윈도 XP

우리에게 아주 친숙했던 운영체제, MS 윈도XP의 보안 지원이 지난 4월 종료되며 미지원 운영체제가 되었습니다. 윈도XP를 쓰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이제 MS의 정식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 겁니다. MS는 윈도7, 윈도8.1 등의 새로운 운영체제로 업그레이드하길 윈도XP 사용자들에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9. 광대역 LTE-A 시작

이통 3사의 숨 막히던 1위 전쟁이 있었죠. 바로 누가 먼저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시작하느냐였습니다. 발 빠른 SK텔레콤은 첫 주자로 지난 6월 광대역 LTE-A 상용화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광대역 LTE-A
광대역 LTE-A

광대역 LTE-A는 이론상 기존 LTE보다 3배 빠른 서비스인데요. 어디까지나 이론상이고 실제 속도는 거기에 많이 못 미칩니다. 최대 속도는 225Mbps지만 실제 나오는 속도는 70~80Mbps 수준이에요. 거기다 광대역 LTE-A를 쓰려면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그 선택안이 다양하지 않을뿐더러 제품 가격도 조금 비쌉니다. 이통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광대역 LTE-A 알리기에 혈안인데요. 이 보다는 실질적인 요금 인하가 사용자 입장에서 더 체감할 만한 변화 아닐까요.

10. 큰 아이폰, 오른쪽 옆면을 깎은 갤럭시, 그리고 애플 대표의 커밍아웃

아이폰6플러스
아이폰6플러스

하나의 번호를 매기기는 자잘하고, 그렇다고 놓치기는 아까운 주제들을 모아봤습니다. 일단 애플은 절대 내놓을 것 같지 않았던 대화면 아이폰을 내놨습니다.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말입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조롱도 잠시, 이 두 모델은 불티나듯 팔리고 있습니다. 잠깐의 체면 저하는 제품 판매량 증가로 사뿐히 덮을 만하죠.

갤럭시노트 엣지
갤럭시노트 엣지

삼성전자는 재미있는 제품을 내놨습니다. 갤럭시노트의 화면을 오른쪽 옆면까지 확장한 갤럭시노트 엣지인데요. '엣지 스크린'이라고 부르는 이 부분에 알림 메시지나 글귀 등을 띄우거나 메뉴 버튼 등을 배치합니다. 아쉽게도 제품에 쏠렸던 관심이 제품 구매로는 많이 이어지지 않았네요.

팀 쿡 대표
팀 쿡 대표

마지막으로 애플 팀 쿡 대표가 커밍아웃을 선언했습니다. 꽤 눈치를 채고 있던 미국 쪽과 달리 국내 쪽은 이 소식에 상당히 들썩였는데요. 게이임을 밝힌 것에 박수와 존경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한편, 커밍아웃이 있던 날 애플의 주가는 전날보다 0.34% 떨어졌습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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