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IT 총결산] 올해 PC 시장의 동향은 어땠나?

이상우 lswoo@itdonga.com

다사다난했던 2014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 역시 IT 시장에도 끊임없이 이슈가 발생했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도 등장했다. CES 2014, MWC 2014 등의 IT 전시회에서는 각 제조업체가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하고, 소비자는 이를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올해 2014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 한해 시장의 이슈가 됐던 PC와 부품 그리고 주변 기기를 모아봤다.

윈도8 태블릿PC의 약진

올해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윈도8 태블릿PC의 저변 확대가 눈에 띈다. 10만 원대 보급형 제품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성능 제품까지 사용자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등장한 7~8인치 보급형 태블릿PC 가격을 보면 30~40만 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했는데, 올해 같은 기간에는 이보다 조금 모자란 성능의 제품이 10~20만 원 정도에 등장했다. 고가 제품과 비교하면 성능이 낮기 때문에 3D 게임이나 고성능 소프트웨어 구동은 불가능하지만, 정품 운영체제와 MS 오피스 사용권 등을 기본 제공해 문서 작성이나 간단한 콘텐츠 소비(웹 서핑, 동영상 감상 등)에 적절하다.

10만 원대 윈도 태블릿PC의 대표제품은 에이서 아이코니아 W1-810을 들 수 있다. 7인치 크기에 WXGA(1,280 x 800)으로 선명도는 낮은 편이지만, 문서 작성이나 HD급 동영상 감상에는 문제가 없다. 메모리는 1GB, 내장 저장 공간은 32GB며, 마이크로SD카드 슬롯 등을 갖췄다.

에이서 아이코니아 W1
에이서 아이코니아 W1

낮은 가격의 비밀은 운영체제와 프로세서다. MS는 최근 자사의 운영체제 윈도 8.1을 PC 제조사에 70% 정도 저렴하게 제공했다(윈도 8.1 with Bing - http://it.donga.com/19163/). 이를 통해 소비자는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정품 윈도를 탑재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프로세서는 인텔 아톰 베이트레이 Z3745G를 장착했다. 이는 베이트레일 중 성능이 낮은 편에 속하는 프로세서다(물론 가격도 저렴하다). 성능이 낮다고는 하지만 이는 수치상 성능일 뿐이며, 체감 성능은 베이트레일을 탑재한 여러 윈도8 태블릿PC와 큰 차이가 없다. 어차피 베이트레일 기반 보급형 태블릿PC는 고성능 소프트웨어나 3D 게임을 구동하는 제품이 아니니, 성능에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이득이리라.

에이서 아이코니아 W1-810 리뷰 - http://it.donga.com/19831/

중저가형 제품 위주인 윈도 태블릿PC 시장에 등장한 '프리미엄' 태블릿PC도 있다. 서피스 프로3가 그 주인공이다. 서피스 프로3는 윈도의 주인인 MS가 직접 제작하는 제품이다. 저전력 프로세서인 아톰을 주로 사용하는 중저가형 태블릿PC와는 다르게, 일반PC에 쓰이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전문 소프트웨어는 물론, 일부 3D 게임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다.

서피스 프로3
서피스 프로3

화면 크기는 12인치로 노트북 수준으로 큰 편이며, 화면 해상도는 QHD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가로해상도 기준, 2,160 x 1,440). 화면 비율3:2로, 시중의 윈도 태블릿PC와 비교하면 독특하다. 16:9나 16:10 화면 비율인 제품과 비교하면 전자책 콘텐츠나 PDF 문서를 읽을 때, 웹 서핑을 할 때 더 쾌적하다. 3:2는 일반적인 출판물(책)의 비율과 같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자펜(디지타이저)를 기본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필압 감지나 손바닥 차단 등의의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노트 애플리케이션(원 노트, 윈도 기본 메모 앱 등) 등에 손 글씨로 입력할 수 있으며, 일부 그리기 앱(포토샵 등)을 통해 전문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서피스 프로3 리뷰 - http://it.donga.com/18292/

저장장치 용량의 한계 돌파

올해 PC/주변기기 시장의 주요 이슈를 말하면서 저장장치 용량의 향상을 빼놓을 수 없다. 하드디스크(이하 HDD)는 4TB의 벽을 넘어 8~10TB를 바라보고 있으며, 디지털카메라의 단짝인 SD카드는 512GB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HDD는 구조적 한계상 4TB를 넘기 어려웠다. 우선 HDD의 구조를 잠깐 알아보자. HDD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부분을 플래터라고 하며, 3.5인치 HDD에 4~5장 들어있다. 플래터에 데이터를 쓰기 위해서는 이를 회전시켜야 하고, 이 회전 속도가 빠를 수록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빠르다. HDD 스펙에서 RPM이라고 부르는 수치가 바로 이 것이다. 그런데 5장이 넘는 플래터가 들어가면 내부에서 공기가 순환하지 못해 회전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즉 읽고 쓰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의미다.

HGST는 이런 한게를 극복하기 위해 '헬리오실(Helioseal)'이라는 기술을 도입했다. 내부에 공기보다 밀도가 낮은 헬륨을 채워, 플래터 사이의 공간을 더 줄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만큼 플래터를 더 많이 넣을 수 있다. HGST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초 6TB HDD를 시장에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8TB HDD를 출시했다.

헬리오실
헬리오실

씨게이트는 데이터 기록 방식을 개선했다. 이른바 '기와식 자기 기록 방식(SMR, Shingled Magnetic Recording)'이다. 플래터당 한계 용량이 1TB인 '수직 자기직 자기 기록 방식'보다 기록 밀도를 25% 높여 플래터당 한계 용량을 1.25TB로 늘렸다. 씨게이트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5TB HDD를 출시했으며, 올해에는 8TB HDD를 일부 기업에게만 실험적으로 공급했다.

아쉽지만 현재 등장한 고용량 HDD는 기업용 데이터 센터용으로 제작한 제품이 대다수다. 때문에 일반 사용자의 PC와 호환하기 어려우며, 구매하기도 어렵다. 일반 사용자는 내년 말 쯤에야 6TB 이상의 HDD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용량 저장장치의 등장 - http://it.donga.com/19324/

샌디스크는 4K 동영상 촬영 장비 대중화에 맞춰 512GB SD카드를 출시했다. UHD 동영상을 14시간, 풀HD 동영상을 48시간 정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게다가 최대 95MB/s의 입출력 속도를 지원하기 때문에 고화질 동영상을 지연 없이 기록할 수 있다.

샌디스크 512GB SD카드
샌디스크 512GB SD카드

사실 이전까지 SD카드는 고화질 동영상 기록 매체로는 조금 부족했다. 용량의 한계는 물론, 안정성이 낮고 입출력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샌디스크가 올해 9월 출시한 이 제품은 기존 SD카드의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이런 고용량/소형 저장 매체는 슬롯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부피를 줄인 촬영 장비도 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샌디스크 관계자는 이 제품을 국내 출시하면서 "샌디스크가 난 2003년 512MB SD카드를 처음 출시한 지 10여 년 만에 용량을 1,000배로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샌디스크 512GB SD카드 출시 - http://it.donga.com/19326/

노트북의 경량화

일반적으로 PC의 성능은 부피와 비례한다. 물리적인 성능의 한계 때문이다. 게다가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 내부 공간이나 커다란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노트북보다 데스크톱의 성능이 뛰어난 이유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저전력/저발열을 내세우면서도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내는 제품이 등장하고, 사용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가트너가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C 시장의 규모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얇고 가벼운 노트북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레이저가 올해 7월 선보인 '블레이드'는 아주 얇고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이다. 두께는 타사 14~15인치 게이밍 노트북의 절반 수준인 1.78cm며, 무게는 약 2kg이다. 이렇게 얇고 가볍지만, 성능은 아주 뛰어나다. 우선 해상도는 3,200 x 1,800이며, 프로세서는 인텔 코어 i7 4702 \를 탑재했다. 메모리는 8GB며, 엔비디아 지포스 GTX 870M 그래픽 카드를 탑재했다. 무선으로도 온라인 게임에 원활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5G 와이파이(802.11ac)를 지원한다.

레이저 블레이드
레이저 블레이드

물론 가격도 상당하다. 512GB SSD를 내장한 모델을 기준으로 350만 원 정도며, 저장장치 용량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레이저 블레이드 - http://it.donga.com/18689/

LG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13인치 노트북 '그램' 역시 얇고 가벼운 것이 특징인 노트북이다. 제품 이름의 뜻을 풀어보면 '1kg도 무거우니 이보다 가볍게 만들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제품 무게는 960g(공식 스펙은 980g)으로, 테이크 아웃 커피 2잔 정도의 무게다. 물론 타사 노트북 중에는 이보다 가벼운 제품도 있다. 하지만 타사 제품은 화면 크기가 11인치 정도다.

LG전자 그램
LG전자 그램

크기는 작지만 성능이나 기능은 사용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발열을 줄이고 그래픽 성능을 높였다. LG전자의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하면 최대 사용 시간도 약 2시간 늘었다. 여기에 화면을 열면 전원이 켜지는 '오픈 부팅', 화면의 청색 파장을 줄여 사용자 시력을 보호해주는 '리더 모드' 등 각종 편의 기능도 갖췄다.

LG전자 그램 - http://it.donga.com/17178/

코어 M 프로세서

올해 하반기까지 등장한 PC(태블릿PC와 노트북 포함)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제품이 하스웰 혹은 베이트레일을 탑재한 제품이다. 이 중 배터리 용량이 많고 비교적 높은 성능이 필요한 노트북은 주로 하스웰을 사용했으며, 성능이 조금 낮더라도 작은 부피가 작고 배터리 용량이 적은 태블릿PC는 베이트레일을 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태블릿PC는 성능이 비교적 낮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이런 인식은 내년이면 완전히 바뀌리라 생각한다. 인텔이 올해 말 공개한 코어 M 프로세서 때문이다.

코어 M 프로세서는 4세대 코어 프로세서 하스웰의 뒤를 잇는, 5세대 코어 프로세서 브로드웰 시리즈중 전력 소모가 낮고 발열이 가장 적은 Y 시리즈를 칭한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냉각 팬이 필요없어서 아주 얇고 가벼운 노트북이나 노트북 수준의 성능을 내는 태블릿PC도 만들 수 있다.

코어 M 프로세서
코어 M 프로세서

22나노 공정인 하스웰보다 집적도를 높인 14나노 제조 공정으로 전력 소모량을 낮추면서 성능을 높였다. 하스웰의 특징인 저전력과 고성능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그래픽 성능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코어 M 프로세서의 TDP(열 설계 전력, 프로세서가 최대한으로 소비하는 전력량)는 4.5W로, 현재 윈도 태블릿PC에 가장 많이 쓰이는 베이트레일 수준이다.

코어 M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냉각 팬이 필요 없으며, 공기 순환을 위한 통로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부피를 아주 작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4에서 레노버는 10mm 두께의 고성능 2-in-1 PC '씽크패드 헬릭스'를 선보였으며, 에이수스도 12mm 두께의 13인치 울트라북 '젠북 UX305'를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한 고성능 태블릿PC까지 등장할 수도 있다. 현재 고성능 태블릿PC 중 하나인 서피스 프로3는 하스웰을 기반으로 제작한 제품으로, 냉각 팬이 있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한다. 이와 달리 코어 M 프로세서는 냉각 팬이 필요 없어서 제품 부피가 하스웰 기반 태블릿PC 수준으로 줄어들며, 그래픽 성능까지 한층 더 뛰어난 제품 제작이 가능해진다.

코어 M 프로세서가 온다 - http://it.donga.com/19268/

고해상도 모니터의 보급

모니터의 해상도 역시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24~27인치 크기에 풀HD 해상도가 대부분이던 개인용 모니터 시장에 30인치 이상의 크기와 QHD(2,560 x 1,440) 해상도를 갖춘 보급형 모니터가 등장하는가 하면, QHD보다 가로 해상도가 더 높은 전문가용 21:9 모니터도 출시됐다. 나아가 DCI 규격(19:10 비율)의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모니터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다.

LG전자 곡면형 21:9
모니터
LG전자 곡면형 21:9 모니터

올해 초만 하더라도 QHD 모니터는 27인치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32인치 정도의 제품은 60만 원을 넘었다. 실제로 국내 한 중소기업이 올해 초 선보인 32인치 QHD 모니터는 당시 67만 원 정도로,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심지어 같은 기간에 등장한 대기업의 제품보다 비쌌다).

QX323QHD 리뷰 - http://it.donga.com/18551/

하지만 올해 하반기 부터는 32인치 QHD 모니터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피벗(화면 종횡 회전), 틸트(앞뒤 기울임), 엘리베이션(수직 이동), 스위블(좌우 이동)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제품이 20만 원 중반에서 40만 원 정도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자사의 주력 모니터 제품군인 21:9를 올해에도 놓지 않았다. 상반기에는 가로 해상도를 UHD(3,840 x 2,160) 수준으로 높인 34인치 전문가용 제품(3,440 x 1,440)을 내놓았으며, 하반기에는 이보다 성능이 조금 낮지만, 같은 해상도와 화면 크기에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두 제품 모두 21:9 화면 비율의 장점에 고해상도라는 특징을 더해 다중 작업 및 동영상/음악 편집 같은 전문 작업 효율이 높아졌으며, 게임이나 동영상 등의 콘텐츠 소비 시에도 더 생생한 느낌을 전해준다.

LG전자 34UC97 리뷰 - http://it.donga.com/19794/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