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시장, IT 산업 틈새 시장에서 주요 시장으로

최근 유아용 시장은 '골드키드(Gold Kids)', '식스포켓(Six Pocket)' 등 다양한 신조어와 함께 주목 받기 시작했다. 경기불황, 저출산 등 다양한 문제가 심각하지만, 유아용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이는 소수의 자녀에게 집중된 소비 행태 변화 때문. 특히, 어린이들이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엔젤 시장에서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구나 어린이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결국 부모들의 지출로 이어지기에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 넷플릭스, 아마존 등 해외 업체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도 유아용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엔젤 시장, IT 산업의 틈새 시장으로 떠오르다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엔젤 산업은, 장기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10년 사이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골드키즈(왕자나 공주처럼 대접받는 외동자녀)의 등장과 이에 따른 식스포켓(1명의 자녀에게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이 지출하는) 시대의 시작은 소수의 자녀를 위한 소비 행태를 양산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출생아 수는 43만 6,500명으로 전년 대비 9,9%(4만 8,100명) 감소했다. 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8.6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 반면, 서울 중산층의 육아비 지출은 가계지출총액의 40.9%로 월 가구 소득의 32.4%를 차지한다.

국내 출생아수 및 조출생률 추이
국내 출생아수 및 조출생률 추이

이에 따른 엔젤 시장은 2012년 27조 원 규모로, 2002년 대비 10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과거 의류, 완구 등 한정된 영역에 집중되어 있던 엔젤 산업은 애니메이션/캐릭터, 키즈 카페 및 유아 전문 사진관, 교육, 식품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이다(KB증권 자료).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거의 모든 금융기관에서 영유아 및 초등학생 관련 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어린이 펀드의 경우 약 60여 개에서 운용 중이다(2013년 7월 기준).

엔젤 시장의 성장은 IT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유아 및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용 단말기 및 콘텐츠 등이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한 것. 특히, 시장 포화로 성장률이 점차 떨어리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유아 전용 태블릿PC와 전용 콘텐츠 등을 출시하며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스마트교육과 태블릿PC의 만남

부산시 금정구 서동에 위치한 서명초등학교의 5학년 2반. 반 정원 수는 24명이다. 네모 반듯한 책상 위에 교과서를 펴고 선생님의 말을 듣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책상 위를 보면 색다른 물건이 하나 놓여 있다. 바로 아이패드. 잠시 후, 학생들이 아이패드를 사용해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찰흙이 없는 미술 시간이다. 학생들은 두 손으로 화면 속 도자기를 늘이고 줄이며,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모양의 도자기를 만든다. 잠시 후, 먼저 도자기를 완성한 학생이 교실 앞으로 나와 들고 있던 아이패드를 교실 TV에 연결했다. 곧 이어 학생의 태블릿PC 화면이 그대로 TV에 나타난다. 학생은 교실 앞에 서서 이 도자기를 왜 만들었고, 어떤 색깔을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 발표한다.

부산시 서명초등학교 스마트 교육
부산시 서명초등학교 스마트 교육

다른 나라 또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부산광역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스마트교육 현장이다. 작년 초부터 부산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부산지역 초/중학교에 아이패드를 지급하고, 스마트교육을 시작했다. 올해까지 스마트교육 대상 학교 수는 100개 이상. 아이들이 태블릿PC를 사용하면서 교육 효과도 상승했다.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21세기 교육 혁명, 미래교실을 찾아서' 다큐멘터리는 부산의 모 중학교를 찾았다. 학생들이 6개월간 태블릿PC를 사용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6개월 뒤, 공부에 흥미가 없어 성적 하위권에 있던 아이들의 평균 점수가 20~30점씩 올랐다. 화면 속 선생님은 울컥 눈물을 쏟았다. 돌무덤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돌무덤을 깨고 나왔다고.

교육 시장에서 재발견한 태블릿PC

스마트폰을 3, 4살 아이에게 줘보자. 과거 일반 휴대폰을 사용하던 성인보다 3, 4살 아이 즉, 영유아들이 더 빠르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습득한다. 손으로 화면을 터치하면 바로 반응하는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아이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화면을 키운 태블릿PC. 일반 책과 비슷한 크기의 태블릿PC가 등장하면서 유아를 위한 다양한 앱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영어로 된 동화를 불러주는 앱, 아이들의 수 계산을 돕는 앱 등은 이제 신기하지도 않다.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는 전문 코딩 기술을 알려주는 유아용 앱도 등장했다. 그야말로 별 세계다.

아이패드를 발표한 애플의 행보를 보자.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하고 약 2년 뒤, 교육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아이튠즈유를 활용해 교육용 동영상을 공유하고, 앱스토어에 'Kids' 즉, 어린이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유아용 콘텐츠가 등장했고, 이제는 교육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사용 중이다.

iOS 키즈 전용 앱
iOS 키즈 전용 앱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 교육용 콘텐츠를 담은 태블릿PC가 속속 등장했다. 교육열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 받아들이는 속도는 더욱 빨랐다. 교육 효과를 눈으로 본 부모들이 오히려 (소문난) 교육용 앱과 교육용 태블릿PC를 찾는다. 이에 전문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대기업 등이 교육용 태블릿PC를 앞다퉈 선보였다.

국내 교육계에서도 다양한 태블릿PC를 전국 여러 곳에서 사용하며 테스트 중이다. 앞서 언급한 부산시뿐만 아니라, 세종시는 윈도 기반 태블릿PC를 구매해 스마트스쿨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올해 국내 스마트교육 시장규모는 약 3조 원에 달하며, 오는 2016년에 약 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발표했다. 교육 시장이 태블릿PC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미 시장에는 다양한 교육용 태블릿PC가 있다. 태블릿PC 시장의 문을 연 애플 아이패드, 구글 안드로이드 태블릿PC, 윈도-인텔 태블릿PC 등 종류도 다양하다. 탑재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의 성능, 여러 부가 기능 등 각각의 장점을 내세우며 경합 중이다. 다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콘텐츠'다. 교육용 태블릿PC는 제품의 성능이나 디자인 등보다 어떤 콘텐츠를 담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교육용 태블릿PC 대부분이 기존에 검증된 교육기관의 콘텐츠를 담는 이유다. 아무리 기기 성능이 높은 태블릿PC라도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를 담고 있으면 무의미할 뿐이다.

LG전자 키즈패드2
LG전자 키즈패드2

초중학생용 영어학습기 '뇌새김 주니어 영어'를 선보인 위버스마인드나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된 인기 교육 콘텐츠 '마법천자문 패키지'를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탭3 키즈 마법천자문', 블루스프린스 등 주요 교육 업체와 협력해 콘텐츠를 보강한 LG전자의 '키즈패드2', EBS의 교육 콘텐츠 및 교육방법 등을 채용한 다양한 태블릿PC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CJ에듀케이션즈의 유아용 디지털 교육 콘텐츠 '나는생각', YBM의 놀면서 배우는 스마트 영어 유치원 '터치터치 잉글리시', 대교CNC의 '꿈꾸는 달팽이 키즈 교육탭', 교원의 교육용 태블릿PC '올앤지(ALL&G) 패드', 시공 교육의 인텔 기반 넷북에 교육 콘텐츠를 더한 '아이스크림 홈런' 등이 있다.

어린이 전용 콘텐츠 확보 경쟁 본격화

단말기와 함께 콘텐츠 시장도 치열하게 경쟁 중으로, 콘텐츠 산업 중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 매출 비중은 2013년 12.2%로 2005년 대비 3배 성장했다. 의류, 분유, 유모차, 완구 등 제조관련 업종은 영우아 수 감소로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콘텐츠,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비제조업 부분은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 수출액도 꾸준히 성장해, 2013년 6조 6,80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2% 성장했다.

유아/어린이 전용 콘텐츠 자료
유아/어린이 전용 콘텐츠 자료

넷플릭스, 아마존, 유투브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미 유아 전용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독점 계약 및 자체 제작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는 '도라(Dora)'와 '스폰지밥(SpongeBob)' 등 인기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던 인기 애니메이션을 제공했던 'Viacom'과 재계약을 실패하자, 하루에 주가가 5%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2013년 6월, 드림웍스와 자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미국, 캐나다, 남미, 영국, 북유럽 등을 대상으로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디즈니와는 2016년부터 3년간 디즈니의 극장 상영 8개월 후 영화 독점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VOD 시장이 커지면서 어린이용 콘텐츠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IPTV 서비스 업체가 유아용 콘텐츠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EBS 등과 함께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에 투자해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제작사와 공동 마케팅도 진행한다.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폴리', '라바', '부릉부릉 부르미즈' 등에 대한 독점방영권도 소유 중이다. CJ헬로비전은 디지털케이블방송 '헬로tv'에서 1만여 편의 어린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키즈 무제한 월정액' 상품을 월 5,000원에 선보이기도 했다.

앱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2년 전체 스마트 콘텐츠 시장규모는 1조 9,472억 원으로 이 중 에듀테인먼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5억 원으로 5.3%를 차지한다. 특히,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공교육의 스마트러닝 도입이 커지면서 향후 공교육용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특히, 2011년과 2012년 유아용 앱 400개를 대상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한 결과를 보면 3세 이하 대상 앱 비중은 2011년 7.8%에서 2012년 17%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드스토어 등 주요 앱스토어에서 제공하고 있는 영유아 앱은 4,700여 개로 내년에는 9,5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 중이다.

엔젤 시장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뿐만 아니라, 최근 떠오르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이용하는 영유아 및 어린이는 계속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글쎄. 이제는 틈새 시장이 아니라, 주요 시장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계속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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