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만 알면, 하드 드라이브가 보인다? 어떻게?

IT는 어렵다. 맞다. 맞는 소리다. IT 참 어렵다. 하루 지나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이 등장한다. 그런데 웬걸? 몇 달 지나면 또 다른 제품이 나타난다. IT 소식을 전하는 기자라는 사람이 이 소식들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다룰 수 없지 않은가. 끊임 없이 공부하고 파고 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본이다. 새로운 제품, 기술 등을 선보이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되려 고민이 더 많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고민은 잠시 뒤로 미루자. 자, 업체가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내놨다. 이걸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제품은 일반 소비자가 구매해야 하는 것. 소비자가 알기 쉽게 제품을 설명하는 일이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여러 IT 제품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일반 소비자들은 PC 관련 기술이나 부품 등을 정말 어려워한다. 그래서일까.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아는 오빠', '아는 형' 취급을 참 많이도 겪었다. 왜 그렇게 PC 업그레이드할 때와 노트북 고를 때만 되면 묻는 사람이 많은지. 질문도 한결 같다. 싸고 좋은 거. 싸고 좋은 거…. 요즘 차범근 해설위원이 TV 광고에 나오더라. 온갖 드리블 기술을 선보이고, 라보나 킥으로 공을 찬 뒤, “참 쉽죠?”라고. 대체 싸고 좋은 거는 뭐란 말인가.

PC 부품
PC 부품

그래서 IT 업체들은 자사의 제품, 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명인을 섭외해 광고를 찍기도 하고,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로 제품 특징을 알린다. 조금 더 친근감 있게 사용자에게 다가가고, 쉽게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하드 드라이브, 어떻게 구분하십니까?

HDD(하드 드라이브). CPU(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RAM(램, 메모리) 등과 함께 PC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 중 하나다. 이 제품들 중 하나라도 없으면 PC를 사용할 수 없다. PC 성능과 크게 관련이 없다며 다소 HDD를 등한시하는 사람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HDD를 SSD로 교체만 해도 PC 성능은 크게 향상한다. 윈도 및 사용하는 프로그램, 즐기는 게임 등을 실행할 때 해당 데이터는 모두 HDD에 저장한다. 당연히 성능과 밀접할 수밖에.

하드 드라이브 구조
하드 드라이브 구조

SSD를 언급했지만, SSD는 아직 용량이 문제다. 분명 SSD 성능은 HDD 보다 빠르지만(읽기/쓰기 속도가 빠르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1TB 이상 용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최소 50만 원이 넘는 SSD 가격은 아직 버겁다. 온라인 게임 하나 용량만 수십 GB가 넘고, 고화질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동영상 하나의 용량도 10GB가 넘는 시대다. 우리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부모님이라면? 1TB? 그거 순식간이다.

결국 언젠가는 꼭 필요하게 되는 부품 중 하나가 HDD다. 용량을 늘리기 위해, 성능을 높이기 위해 등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정작 구매하려고 보면 당최 뭐가 뭔지 어렵기만 하다. HDD는 용량만 보고 고르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HDD도 달라졌다.

WD BGBRP
WD BGBRP

HDD 전문 제조 기업 웨스턴디지털(이하 WD)은 자사의 HDD를 사용자들이 보다 알기 쉽게 구분했다. 인텔이 프로세서의 성능을 구분하기 위해 3, 5, 7이라는 숫자를 사용해 코어 i3, 코어 i5, 코어 i7이라고 알리는 것과 유사하다. WD가 선택한 방법은 색깔. 블루(Blue), 그린(Green), 블랙(Black), 레드(Red), 퍼플(Purple)이란다. 줄여서 스펠링의 앞글자만 따 BGBRP라고도 부른다.

블루, 그린, 블랙. 일반인을 위한 HDD

WD 블루, 그린, 블랙
WD 블루, 그린, 블랙

먼저 블루. 블루는 WD가 출시하는 HDD 중 가장 가볍다(무게가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라인업과 비교해 성능은 다소 낮고, 용량도 적지만, 가격이 참 착하다. 때문에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는데 적합하다. 집에서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PC에 장착하면 알맞다. PC로 인터넷 검색, 동영상 감상, 캐주얼 게임 정도를 즐기는 가벼운 사용자에게 어울린다. 인터페이스는 모델에 SATA 6Bb/s, PATA 100MB/s를 지원하며, 캐시 메모리는 8MB에서 64MB까지, 용량은 80GB에서 1TB까지 다양하다. 제품 보증 기간은 2년이다.

블루 라인업의 주력 모델은 캐시 메모리 64MB에 용량 1TB, 회전 속도 7,200RPM인 'WD10EZEX'다. 해당 모델의 2014년 7월 기준 인터넷 최저가는 6만 원 정도다.

WD 블루
WD 블루

다음은 그린. 블루 라인업의 용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인터페이스는 SATA 6Gb/s이며, 캐시 메모리는 64MB, 용량은 500GB부터 4TB까지 있다. 제품 보증 기간은 2년. 다만 회전 속도가 5,400RPM이다. HDD는 내부에 동그랗게 생긴 '플래터'라는 물리적인 데이터 저장장치가 있다. 생긴 것은 영락없는 원형판이다. 이 원형판이 돌면 여기에 헤드가 왔다갔다 하면서 데이터를 기록한다(과거 LP판으로 노래를 듣는 것과 비슷한다). 때문에 회전 속도가 빠를수록 HDD 성능은 상승하고, 느릴수록 다소 낮아진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회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소음이 적고, 소비전력이 낮으며, 발열도 적다. 그린 라인업은 일상적인 용도로 PC를 사용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보관하는 용도로 적합하다.

그린 라인업의 주력 모델은 캐시 메모리 64MB에 용량 4TB, 회전 속도 5,400RPM인 'WD40EZRX'다. 해당 모델의 인터넷 최저가는 18만 원 정도다.

WD 그린
WD 그린

이제 블랙이다. WD가 블랙 라인업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자. '파워 컴퓨팅을 위한 최대 성능'이란다. 즉, 성능과 용량 2가지를 모두 잡은 HDD다. 기본적인 인터페이스와 기본 사양 정도는 그린 제품과 같지만, 회전 속도가 7,200RPM으로 빠르다. 그리고 여기에 한가지를 더했다. 듀얼 프로세서 기능이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프로세서가 2개다. 그만큼 처리 속도가 빠르다. 또한, 제품 보증 기간이 5년이다. 제품에 자신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만큼 가격이 좀 비싸다. 블랙 라인업은 고사양 게임을 즐기거나 이미지 및 동영상 등을 준전문가 수준으로 작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블랙 라인업의 주력 모델은 캐시 메모리 64MB에 용량 4TB, 회전 속도 7,400RPM인 'WD4003FZEX'다. 해당 모델의 인터넷 최저가는 30만 원 정도다.

WD 블랙
WD 블랙

레드와 퍼플. 특수한 목적을 위한 HDD

WD 레드, 퍼플
WD 레드, 퍼플

이제 레드와 퍼플이다. 사실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라인업은 블루, 그린, 블랙 3가지다. 레드와 퍼플은 최근에 WD가 추가한 라인업이다. 블루, 그린, 블랙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라인업이라면, 레드와 퍼플은 준전문가 이상 PC 좀 만진다는 사람들을 위한 라인업이다. 타겟 자체가 명확하다.

레드 제품 겉면에 보면 'NAS Hard Drive'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NAS는 본래 기업에서 서버 용도로 사용됐지만, 조금씩 데이터를 공유하는 용도로도 사용되면서 현재에 이르러 일반인들이 클라우드 장비로도 많이 사용한다. 쉽게 말해, 나스는 인터넷에 연결한 DD다. 들고 다닐 필요 없는 외장하드랄까. 특히, 인터넷에 연결했기 때문에 PC나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WD 레드
WD 레드

나스는 24시간 아니, 언제나 켜놓고 사용하는 장비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문제 없는 안정성, 오래 사용해도 무리 없는 전력 소모량, 낮은 발열 등이 필수다. WD는 레드 제품을 출시하면서 용도 자체를 나스에 맞추고 개발했다. 레이드(RAID) 시 떨어지는 성능 저하 방지, 오류 복구 기능, 데이터 손실 방지 기능 등을 지원한다. 또한, 시놀로지, 큐냅, 버팔로 등 전문 나스 제조사와 협력해 호환성도 높였다. 레드 라인업의 주력 모델은 캐시 메모리 64MB에 용량 4TB, 회전 속도 가변RPM을 지원하는 'WD40EFRX'다. 해당 모델의 인터넷 최저가는 25만 원 정도다.

퍼플도 레드와 비슷하다. 다만, 보안에 집중했다. 자, 당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CCTV를 설치했다고 가정하자. CCTV는 끄는 장비가 아니다. 촬영하는 장소에 움직임이 있을 경우에만 켜지는 CCTV도 있긴 하지만, 비싸다. 기본 원리는 해당 지점을 계속 촬영하고, 저장하는 장비가 CCTV다. 퍼플은 이 CCTV가 촬영하는 영상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의 HDD다. 레드 라인업처럼 24시간 켜놓는 장비이기 때문에 안정성, 데이터 오류 보완 기능, 데이터 손실 방지 기능 등을 지원한다. 또한, 최대 8개의 HDD와 32대의 HD급 화질 카메라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제품 보증 기간은 3년이다.

WD 퍼플
WD 퍼플

퍼플 라인업의 주력 모델은 'WD40PURX'로 199달러 99센트이다. 참고로, 1TB 모델(WD10PURX)은 89달러 99센트이며, 2TB 모델(WD20PURX)은 119달러 99센트, 3TB 모델(WD30PURX)은 159달러 99센트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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