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e 2014] "게임이 악의 물질? 게임해봤어요?"

나진희 najin@itdonga.com

유니티코리아가 유니티 개발자 컨퍼런스 '유나이트 코리아 2014'를 4월 9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한다. 유나이트 코리아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행사로 유니티 게임 개발 엔진 및 개발 산업 전반을 다룬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는 주제 아래 게임 개발, 시뮬레이션, 비쥬얼라이제이션, 애니메이션, 교육 등 다양한 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게임중독법
게임중독법

최근 게임에 '중독'이란 단어가 따라 붙으며 논란이 뜨겁다. 게임을 '옳지 못한 것', '악의 물질', '중독을 일으켜 공부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측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김윤명 법학박사는 '게임 프레임 바꾸기, 긍정적으로!'라는 주제의 강연을 열었다.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게임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김 박사는 게임 중독 논란에 대해 '결국 게임을 둘러싼 수많은 주도권(헤게모니)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게임 개발에 몰두했던 개발자들은 그간 게임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게임은 나쁘다'는 소리에도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이들을 대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 즉 게임 개발자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생각하는 게임은 게임 반대론자들이 생각하는 게임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 전자는 게임을 즐겁고 재미있고 사회 전반을 이롭게 만드는 기제로 이해하는 반면, 후자는 사행성을 조장하고 폭력적인 게임들로 대표 짓는다. '바다이야기'나 '고스톱' 및 '포커'류의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 등이 그 예다.

김 박사에 따르면, 게임 규제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법학자들조차 정작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직접 해보지도 않고 외부로부터 들은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전체의 모습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이다. 게임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게임에 대한 규제는 날로 심해져 간다.

모든 게임이 도박 및 폭력 문제를 일으키는가? 전국을 흔들었던 대표적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의 안을 뜯어 보자. 사행성 게임이라 해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김 박사에 따르면, 게임 자체가 아니라 이를 불법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이 문제다. 흔히 '게임머니상'이라 불리는 업체들이 대표적으로 불법을 저지른다. 법적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의 월 결제 한도는 30만 원이다. 하지만 게임머니상은 우회하는 방식으로 몇백, 몇천만 원까지 게임 유저에게 게임머니를 수혈한다. 정작 불법을 저지른 것은 게임머니상이지만, 규제는 게임 사업자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이러한 시스템 외에도 게임이 흥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외압'도 게임 중독 논란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방송 제작사', '영화사' 등은 게임에 많은 부분을 빼앗겼기에 게임 산업에 날을 세웠다. 청소년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부모님과, 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도 크게 거들었다. 편파적인 보도를 한 언론 매체도 이러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풀리는 데에 한몫했다.

결국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면 원론적으로 개발자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계, 음악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게임으로 국가에 산업적 및 문화적으로 기여했으며, 자신이 만든 게임이 누구에게도 당당하고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자기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김 박사는 "최근 게임 업체 대표들이 언론의 삐딱한 시선을 의식해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을 삼가고 있는데, 이러한 대표들부터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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