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토그래퍼' 옵택 핸즈, 그가 사진으로 쓰는 디지털 '동물기'

이문규 munch@itdonga.com

영국 출신의 작가 어니스트 시턴이 쓴 '동물기(1898년)'는 파브르 '곤충기'와 함께 동물 관련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품으로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작품에는 총 30여 편에 달하는 동물 관찰기가 들어 있는데, 작품 속 삽화도 시턴 자신이 직접 그려 넣을 만큼 동물에 대한 애착이 담겨 있다.

어려서 읽은 시튼 동물기의 감동이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효해서 인지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0만이 넘는 인구가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한 구성으로 인식됨으로써 이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도 성황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은 아직 완전하지 못한 듯하다. 매년 버려지는 유기 반려동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책임을 강조하고, 그들과의 소통을 일상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 이른 바 '펫토그래퍼(Pettographer)'가 디지털라이프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펫토그래퍼는 애완동물, 반려동물을 뜻하는 영단어 '펫(pet)'과 사진작가의 '포토그래퍼(photographer)'의 앞 글자를 합성한 것으로,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일상을 포착해 사진으로 담아내는 전문사진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직종이지만, 외국에서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펫토그래퍼가 적지 않아 반려동물 애호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비공인이지만) 국내 1호 '펫토그래퍼'로 활동 중인 사진작가 '옵택 핸즈(Optek Hands, 이하 핸즈)' 씨는, 반려동물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없다면 그것은 단순한 사육에 불과하며, 그 자연스러운 소통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고객에게 전달하려 한다고 말한다.

옵택 핸즈01
옵택 핸즈01

"미국에 있으면서 미국인들과 반려동물의 일상을 지켜보며 사람과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에게 반려동물은 이미 동물이 아닌 듯했습니다. 그 자체가 일상이며 생활인 것 같았습니다. 연출하지 않은, 의도하지 않은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 펫토그래퍼의 시작이었습니다."

핸즈 씨는 다른 사진작가들처럼 일반적인 사진작품 활동, 즉 상업적 촬영을 주로 담당해 왔다. 수세기 동안 사람을 주제로 한 사진 및 문화작품은 많았지만, 정작 사람 곁에서 반려자, 동반자의 호칭으로 살아오던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이에 그는 단순한 애완동물의 의미가 아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의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제 개인적인 취미활동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동물을 만나고 그들의 일상을 기록하다 보니 무언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졌습니다. 반려동물 인들의 대중적인 참여를 높이고자 했죠. 그래서 요즘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반려동물의 일상을 기록하자는 캠페인을 페이스북(www.facebook.com/pettographer)을 통해 전파하고 있습니다."

옵택 핸즈02
옵택 핸즈02

핸즈 씨는 실제로 커다란 덩치의 잉글리시 불독 두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잔다. 사육이 아니라 일상이다. 2년 전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반려동물 라이프를 담은 작은 사진작품전을 열기도 했다. 소규모 사진전임에도 현지인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회상한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주제로 사진전을 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핸즈 씨는 귀국 후 서울 이태원에 개인 스튜디오를 열고 국내 펫토그래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으로 담기에는 동물이 사람보다 사실상 훨씬 어렵고 까다롭습니다. 촬영을 위한 제어가 안됨은 물론이고 소통의 순간을 잡아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거든요. 그나마 제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는 합니다. 두 마리의 불독이 제게는 반려동물의 존재를 넘어 작품활동에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됐습니다."

그는 사진을 '기록의 마술'이라 여긴다. 사진 기록을 통해 평소에는 미처 알지 못한, 깨닫지 못한 감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거창할 것도 없고 화려할 필요도 없다.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그러한 마술을 선보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반려동물과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하게 된다고 그는 믿는다. 또한 그는, 그런 소통이 가능하면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옵택 핸즈03
옵택 핸즈03

핸즈의 활동이 온라인과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반려동물 인들로부터 촬영 의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촬영 의뢰를 받으면 그는 우선 의뢰인과 인터뷰를 진행한 다음 의뢰인의 반려동물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친근한 스킨쉽을 통해 교감을 나누기 위함이다. 그 후 촬영 콘셉트를 잡고 반려동물의 컨디션(?)을 파악해 촬영을 진행한다. 촬영은 며칠이 걸릴 수도,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의뢰인과 반려동물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반려동물의 눈에 비친 세상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 중심이다.

"한번은 제 불독 한 마리가 아파 동물병원을 찾았는데, 거기서 만난 한 노신사와 13년 된 치와와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담아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13살 치와와는 사람으로 치면 그 노신사와 비슷한 나이일 테니, 머지 않아 그 둘은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합니다. 사람보다 짧은 수명을 사는 반려동물의 일상을 기록해 추억이 담긴 디지털 스토리 앨범으로 간직하는 거죠. 어찌 보면 사람과 반려동물의 만남은 출발부터 슬픈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핸즈 씨는 촬영 기획부터 사진 및 영상 촬영, 편집 및 제작 등의 모든 작업을 손수 처리한다. 그래야 모든 작업 과정에 반려동물과의 추억과 감성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그는 펫토그래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조작술, 사진촬영술과 더불어 동물과의 교감술, 소통술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옵택 핸즈04
옵택 핸즈04

"펫토그래퍼로서의 제 활동은 프랑스 출신의 사진작가 '엘리어트 어윗(Elliott Erwitt)'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펫토그래퍼가 갖춰야 하는 시선과 생각, 표현법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인 만큼 반려동물 인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그 의미를 제대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에 맞춰 조만간 국내 한류스타와 저명인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펫토그래픽의 저변 확대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올해 말에는 사진전도 열 생각이며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 활동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외람된 희망사항이지만 '한국의 엘리어트 어윗'으로 불려도 공격적인 이견이 없을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볼 작정입니다."

옵택 핸즈가 제작한 반려동물 동영상(유튜브) - http://youtu.be/xXE3hHDqzOw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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