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비트 플렉스와 함께한 1달, 웨어러블 기기의 방향을 묻다 (1)
올해 IT 업계의 최대 화두는 바로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이다. 웨어러블이란 '입는 컴퓨터'라는 뜻으로, 몸에 착용하거나 옷에 걸칠 수 있는 차세대 PC다. '구글 글래스'와 같은 안경, '삼성 기어2'처럼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형태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된 시대에, 과연 웨어러블 기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웨어러블 기기는 일상에 꼭 있어야 하는 필수품은 아니다. 따라서 신기하다는 것을 넘어서서 일상에서 필요성이 있어야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에 '웨어러블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깊다. 현재 흐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업체들은 웨어러블 기기의 초점을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웨어러블 헬스/피트니스 기기 전문기업 핏비트(fitbit)가 선보인 '핏비트 플렉스(fitbit flex)'도 헬스케어 기능을 강조한 손목 밴드다. 낮에는 걸음 수, 이동 거리 및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하고, 밤에는 수면 패턴을 기록 및 분석하며, 아침에는 알람으로 사용자를 깨운다. 과연 헬스케어 기능을 톡톡히 하는지, 사용하기에 얼마나 편안한지, 과연 필요성이 있었는지 등 1달 가량의 사용기를 담는다. 그리고 핏비트 플렉스를 사용하면서 웨어러블 기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을 적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게 뭐야?"
처음에는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IT 기기라면 표면이 딱딱한 기계가 보이기 마련인데, 핏비트 플렉스는 그저 손목 밴드만 보였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밴드 내부에 홈이 있었고, 그 안에 검은색의 작은 기기가 들어 있었다. 기기를 꺼내보니 건전지보다 작았다.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였다. 한쪽 끝은 둥그스름하고 한쪽 끝은 마치 칼로 잘라낸 듯 단면이 비스듬했다. 이것이 바로 핏비트 플렉스의 두뇌, '트래커'다.
구성품도 모두 아담했다. 무선 동기화 동글(PC에 꽂으면 PC와 트래커를 무선 동기화), USB 충전 케이블, 손목 고정 클립, 추가 손목 밴드가 있다. 콘센트는 함께 제공되지 않는데 이 점이 아쉬웠다. 본 기자는 스마트폰 콘센트를 사용했다.
손목 밴드는 총 4개다. 색상은 네이비와 오렌지 2종이다. 그리고 색상별로 크기가 작은 밴드, 큰 밴드가 있다. 사용자의 취향과 손목에 알맞게 색상과 크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것. 밴드 색상은 채도가 낮지만, 무난하면서도 때가 타더라도 티가 덜 난다는 장점이 있으리라. 디자인도 깔끔하다.
손목 밴드를 4개 제공하는 데 반해, 손목 고정 클립이 단 1개뿐인 것은 아쉽다. 손목 밴드를 교체할 때는 고정 클립을 바꿔 끼워야 하는데다, 클립이 작아서 분실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트래커를 손목 밴드에 삽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트래커에는 화살표 모양이 있는데, 이 화살표가 겉으로 보이도록 트래커를 넣으면 된다. 방향은 트래커의 비스듬한 단면이 LED 조명부에 닿도록 한다.
핏비트 플렉스의 착용 방법은 시계를 차는 것과 비슷하다. 고무 밴드 끝부분에 있는 손목 고정 클립을 밴드 홈에 끼우면 된다. 처음에는 밴드가 뻑뻑해서 고정 클립이 밴드 홈에 잘 끼워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사용하다 보니 밴드가 부드러워졌고, 요령을 터득하게 되어 자연스레 해결됐다.
고무 밴드 홈에 트래커를 집어넣는 방식이다 보니, 타사에서 출시한 스마트 시계와는 달리 화면이 없다. 핏비트 플렉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LED 조명. 헬스케어에 집중한 손목 밴드라는 특징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나,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고 시계나 걸음 수를 즉시 확인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이 점이 아쉬울 수 있다.
밴드 착용감은 편안했다. 손목에 부드럽게 밀착돼 거슬리지 않았으며, 땀이 생기지도 않았다. 손목 시계나 팔찌를 차고 있으면 손목이 끼거나 불편할 때가 있는데, 핏비트 플렉스는 착용했는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혹시 필자가 둔한 것일지도…).
손목에 착용했다면, 이제는 스마트 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PC 등)에 연결할 차례다. 핏비트 플렉스와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면 걸음 수,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 수면 패턴 등을 측정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알람을 설정하거나 식단을 기록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다면 'Fitbit'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내려받고, 블루투스로 연동하면 된다. PC를 이용한다면 핏비트 홈페이지에서 'Fitbit Connect'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무선 동기화 동글을 꽂아 연동하면 된다.
핏비트 플렉스와 Fitbit 앱/소프트웨어를 연동하며 목표 몸무게와 계획 강도를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하루에 몇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고, 감량해야 하는지 확인 가능하다.
다만, 단순 몸무게보다는 BMI(체질량) 지수를 토대로 사용자가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 코치한다면 더 좋았겠다. 최근 사회적으로 다이어트를 무리하게 감행하는 여성들이 많다. 만약 사용자가 입력하는 대로 몸무게 감량 경과만 보여준다면, 사용자가 해로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을 말릴 수가 없다. 하지만 핏비트 플렉스에 BMI 지수를 토대로 보여주고, 저체중 사용자가 과도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을 경고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떨까. 좀 더 합리적인 헬스케어 기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핏비트 아리아는 체중뿐만 아니라 체지방률, BMI 지수를 분석한다.
모든 움직임을 기억하다, '다이어트의 동반자'
핏비트 플렉스를 손목에 차고 다니기만 하면 걸음 수,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을 알 수 있다. 트래커에 배터리만 있다면 모든 것이 기록된다. 블루투스 연결을 하면 트래커가 기록한 내용이 스마트 기기에 동기화된다. 핏비트 플렉스는 최근 7일 간 1분 단위로 활동 정보를 저장하며, 7일이 지나면 최근 30일까지 칼로리 소모, 이동 거리, 걸음 수 등의 정보를 하루 단위로 요약해서 저장한다.
핏비트 플렉스와 함께하면서 자신이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이동했는지,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이런 정보는 몰라도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안다면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 필자 역시 핏비트 플렉스를 쓰며 하루에 얼마나 움직였는지 궁금해하고, 앱을 자주 확인하게 됐다.
일별 목표에 거의 다다랐을 때 Fitbit 앱을 확인하면, 목표 달성을 격려하는 알림이 나타난다. 목표를 달성했다면 '완전 정복! 오늘 걸음 수를 완수했어요'라는 메시지가 온다. 이런 격려를 받다 보니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걸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고로 핏비트 플렉스의 기본 목표 설정값은 1만 걸음이지만, Fitbit 메뉴 앱에서 목표 설정값을 변경할 수 있다.
핏비트 플렉스는 목표의 매 20%에 도달할 때마다 LED 등을 한 개씩 표시한다. 스마트폰이나 PC를 확인하기 귀찮을 때 손목 밴드 위를 두 번 '톡톡' 두드리면 LED 불빛을 볼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면 '윙' 소리와 함께 등이 깜박거린다.
이렇게 걸음 수를 바탕으로 섭취 가능한 칼로리, 소모한 칼로리 등도 산출해서 보여준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칼로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자신이 몇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Fitbit 앱에서 섭취 가능한 칼로리를 참고한다면 식단 조절이 수월하겠다.
다만, 그 다음의 작업들은 모두 사용자가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먹은 음식을 직접 기록해야 하는데,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먹은 음식의 양과 그에 따른 칼로리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Fitbit 앱에서 '음식 데이터베이스 검색 기능'을 이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한글이 아닌 영어로 검색해야 한다. 더구나 한국인이 즐겨먹는 '된장찌개', '떡볶이' 등의 음식은 영어로 검색하더라도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일일이 먹은 음식과 칼로리를 검색한 뒤 Fitbit 앱에 기록하기란 상당히 번거롭다.
물이나 몸무게도 마찬가지. 사용자가 오늘 섭취한 물의 양을 정확히 알기 어려우며, 사용자가 매번 몸무게를 측정하기란 번거롭다. 향후에는 인체의 변화를 통해 음식이나 물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자동으로 분석된다면, 몸무게가 어떻게 변했는지 자동으로 기록된다면 어떨까. 사용자가 일일이 기록할 필요가 없어 편의성이 향상되고, 핏비트가 '귀찮지 않고 편안한 존재'로 인식되어 자주 찾게 될 것이다.
수면 패턴 체크 OK, 넘어야 할 과제도…
핏비트 플렉스는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로, 착용하고 잠들면 수면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Fitbit 앱에서 수면 메뉴를 선택하고 '지금 수면 시작' 버튼을 누른 뒤 잠들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깨어 있음' 버튼을 누르면 수면 기록이 종료된다.
실제 수면 시간, 깨어난 횟수 및 시간, 뒤척인 횟수 및 시간을 볼 수 있다. 색색의 바(bar) 모양으로 표시되어 한 눈에 확인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잠을 어떻게 자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핏비트를 이용하면 자신의 수면 패턴을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으니 컨디션 조절에 참고할 수 있겠다.
다만, 그 이상의 정보와 기능을 제공해야 보다 실용적이겠다. 내가 평균 몇 시간을 자고, 몇 번 뒤척이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하지 못한 수면 패턴이나 습관을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 조언해야 비로소 쓸모가 있다. 물론 핏비트 플렉스가 현재 제공하는 수면 정보도 의미가 있으나, IT 기기를 '잠깐 쓰고 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하는 사용자는 극히 드물다. 사용자가 장기적으로 수면 기능에 유용함을 느끼려면 맞춤화 데이터 또는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칼로리 및 몸무게 부분에서도 언급했듯이, 수면 기능도 자동화되었으면 한다. 잠들기 직전 '지금 수면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용자들이 있을 것이다. 잠이 오기 시작하면 스마트폰을 만지기도 힘들다. 잠을 잘 때마다 손목 밴드를 착용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그랬다. 물론 핏비트 플렉스의 착용감은 편안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기를 24시간 내내 착용하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잠을 잘 때 그렇다.
핏비트 플렉스는 진동 기능을 갖추었으나, 손이 가는 기능은 아니다. 우선 잠을 잘 때 손목 밴드를 착용하는 것이 불편하다. 또한 알람 설정을 Fitbit 앱에서 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기존의 스마트폰 알람을 사용해도 무방한데다, 그것에 더 익숙한 사용자들이 많다.
핏비트를 쓰는 다른 친구와 계정을 연결해서 운동량을 공유하는 기능도 있었는데, 제법 그럴싸해 보이지만 웨어러블 기기가 보편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그리 유용하지 않았다. 제품 리뷰 당시, 주변에 핏비트 사용자가 없어서 이 기능을 테스트해볼 수 없었다. 소셜 기능을 넣는다면, 사용자의 동의 하에 트위터처럼 불특정다수와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팔로우를 한 사람들의 운동 랭킹을 보여주어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어넣어주거나, 사용자들 간 운동이나 다이어트 비법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면 더욱 실용적이었을 것이다.
이 외에 핏비트 플렉스는 완충하면 6~7일 가량 지속됐다. 일주일에 1번씩 충전하면 무방하겠다. 다른 웨어러블 기기와 비교해 충전을 자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장점이다. 다만,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려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야 한다. 기기 자체에서 알아볼 수 없는 것은 불편했다.
핏비트 플렉스의 가격은 13만 9,000원이다. 타사 웨어러블 기기보다는 저렴하지만, 화면에서 앱을 이용하는 등 기능이 다채로운 것은 아니니, 평균 수준이라고 본다.
'핏비트 플렉스와 함께한 1달, 웨어러블 기기의 방향을 묻다' 2부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http://it.donga.com/17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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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