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입문자의 첫 헤드폰, 모멘텀 온 이어 리뷰

이상우 lswoo@itdonga.com

고성능(하이파이) 오디오는 정말 '비싼'취미다.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하이파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집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리의 울림이나 반사 등 음질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을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실제로 집을 짓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고성능 헤드폰과 음원 재생기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무손실 음원(24bit/192kHz)을 재생하는 스마트폰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이런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늘었고, 합리적인 가격의 리시버(헤드폰, 스피커 등)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독일 오디오 명가 젠하이저의 '모멘텀 온 이어'다. 이 제품은 젠하이저가 지난 2012년 1월 출시한 프리미엄 헤드폰 '모멘텀'의 후속작이다. 가격은 절반 수준이지만, 성능과 음질은 모멘텀과 비슷하다.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모멘텀 + 휴대성 = 모멘텀 온 이어

알루미늄 프레임, 탈착식 케이블 등 전반적인 디자인은 모멘텀과 비슷하다. 하지만 크기나 소재가 조금 달라졌다. 우선 '온 이어(On- ear)'라는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헤드폰은 음을 내는 진동판 크기 차이에 따라 어라운드 이어(오버 이어)와 온 이어로 나뉜다. 진동판이 사람 귀보다 크면 어라운드 이어, 작으면 온 이어로 부른다. 흔히 진동판이 크면 음질이 좋아진다고 여기는데,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음질은 소재, 설계 기술 등 진동판의 품질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어라운드 이어가 입체음향을 구현하기 더 유리하다.

젠하이저 모멘텀
젠하이저 모멘텀

물리적인 크기 때문에 어라운드 이어는 실내에서, 온 이어는 야외에서 쓰기 적절하다. 그런데, 젠하이저 모멘텀은 어라운드 이어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야외용 하이엔드 시장을 노렸다. 음질은 아주 우수하지만, 휴대성이나 착용감 면에서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멘텀 온 이어는 이런 점을 개선한, 진짜 야외용 헤드폰이라 할 수 있다.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모멘텀과 비교하면 하우징이 자유롭게 움직여 착용감이 좋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무게도 가볍다. 이어쿠션과 헤드밴드의 소재는 모멘텀과 다르다. 모멘텀은 천연 가죽을 적용했는데, 모멘텀 온이어는 합성 소재인 알칸타라(Alcantara)를 적용했다. 합성 소재라고 저렴한 것은 아니다. 생산 단가가 일반 가죽보다 비싸다. 알칸타라는 고급 자동차의 내장재로도 많이 쓰인다. 하우징의 크기가 작고, 소재도 다르기 때문에 운동 시 혹은 여름철에 사용하기에도 적절하다(모멘텀은 귀 전체를 덮고, 가죽이라 땀이 많이 찬다).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전용 파우치와 케이스도 기본 제공한다. 여기에 제품을 보관하면 가방에 넣어 휴대해도 제품을 보호할 수 있다.

모멘텀의 음질은 그대로

크기가 작다고 음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치상 스펙은 모멘텀과 비슷하다. 임피던스(저항) 18Ω, 음압 레벨 112dB이다. 보통 고급 헤드폰은 임피던스가 높은데, 이런 제품과 비교해 모멘텀 온 이어는 상대적으로 낮다.

임피던스가 높을수록 전류가 잘 흐르지 못하기 때문에 자잘한 잡음이 사라진다. 그만큼 헤드폰이 낼 수 있는 소리의 최대치도 줄어든다. 실내에서 음악을 감상한다면 앰프(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장치)를 이용할 수 있지만, 야외에서는 이런 것이 어렵다. 그러니 야외용 제품은 잡음이 조금 섞이더라도(물론 느끼기 어려운 정도다) 임피던스가 낮은 편이 좋다. 출력 주파수는 16Hz~22,000Hz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 다만, 모멘텀과 비교해 하우징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공간감이 떨어진다.

실제로 들어보니 음질도 만족스럽다. 이번 청음에 사용한 음원기기는 AK240이며, 음원은 아이유의 '을의 연애(24bit/96kHz, FLAC)'다. 이 노래는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 연주곡에 가수 목소리만 더한 재즈풍 곡이다. 모든 음역이 균형있게 담겨있는 곡이라 이를 선택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리는 중음~고음이다. 특히 가수의 허스키한 중고음을 매력있게 들려줬다. 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 특히 중간마다 나오는 기타 솔로 부분도 깔끔하게 표현했다. 노래 전체에 흐르는 베이스 소리도 울림이 좋고 무게감 있다. 사실 모멘텀은 저음이 조금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모멘텀 온 이어는 모든 음역을 균형 있게 들려준다.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앞서 말한 것처럼 임피던스가 낮으면 노이즈가 발생하는데, 모멘텀 온 이어는 낮은 저항에서도 노이즈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소리가 커서, 앰프에 연결해 음악을 듣는 느낌이다. 번들 이어폰과 비교하면 소리도 크다. 비교용으로 들어본 커널형 이어폰보다 차음성(외부 소음 차단)은 조금 떨어지지만, 같은 음량(음원기기)에서 더 크고 선명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 정도면 야외에서 사용하기 충분하다.

탈착식 케이블로 깔끔하게

케이블은 탈착식이다. 제품을 보관할 때는 케이블을 분리해,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케이블은 돌려서 고정하는 방식이라, 다른 탈착식 제품과 비교해 견고하다. 실수로 세게 당기더라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케이블은 컨트롤러가 있는 것과 없는 것 2종을 기본 제공한다. 컨트롤러 있는 케이블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곡탐색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핸즈프리로도 쓸 수 있다. 이 컨트롤러가 거추장스럽다면 없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길이는 둘 다 1.4m로 같으며, 단자 형태는 'ㄱ자(컨트롤러 있음)'와 '1자(컨트롤러 없음)'로 다르니, 사용자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컨트롤러 호환성은 어떨까? 우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팟과 완벽하게 호환된다. 음량 조절, 재생/일시정지, 다음곡(두 번 연속 누르기)/이전곡(세 번 연속 누르기), 통화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iOS 전용 제품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반면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된다. 연결해본 제품은 LG전자 뷰3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다. 이 기기에서는 재생/일시정지, 다음곡, 통화 등의 기본 기능만 지원하며, 음량 조절과 이전곡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사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주류라 iOS만 지원하는 점은 조금 아쉽다.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총평

보통 같은 제품군의 하위 모델은 일부 기능을 제외하거나 성능을 낮춰 나온다. 아이폰5s와 5c가 그렇고, 갤럭시노트3와 노트3 네오가 그렇다. 하지만 모멘텀 온 이어는 하위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가격도 절반 정도다. 정식 출고가는 27만 9,000원. 온라인 쇼핑몰 등을 이용하면 4~5만 원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격과 높은 성능 덕에 고음질 오디오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 젠하이저 제품을 처음 구매해보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