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상적인 고효율, 에이수스 지포스 GTX 750 Ti OC
20만 원 근처에 팔리는 이른바 '퍼포먼스급' 그래픽카드 시장은 언제나 뜨겁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가격 대비 가장 높은 성능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제품군 인데다 PC방에서도 가장 많이 찾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지포스 ~50 시리즈(550, 650 등)가 가장 '핫'한 제품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 판매자, 그리고 언론까지 주목하기 마련이다.
이제 막 출시된 지포스 GTX 750 시리즈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쇼핑몰의 판매 순위에 여러 제조사의 GTX 750과 GTX 750 Ti(GTX 750의 성능 강화 모델)이 이름을 올린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앞으로 최소 1년 정도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
여러 제조사에서 750 시리즈를 내 놓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다르더라도 GPU(그래픽카드의 메인 칩)은 같은 것을 쓰기 때문에 "뭘 사도 마찬가지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제조사마다 차별화를 위해 나름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런 자그마한 차이점을 얼마나 잘 잡아내느냐가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에이수스(ASUS)의 지포스 GTX 750 Ti OC 2GB(이하 GTX 750 Ti OC)는 레퍼런스(표준규격) 제품에 비해 GPU의 클럭(동작속도)를 높임과 동시에 쿨러(냉각장치)를 보강해 열과 소음을 개선했고 여기에 에이수스 고유의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눈에 띄는 제품이다.
에이수스 GTX 750 Ti OC의 외형
GTX 750 Ti OC의 기본적인 형태는 이전에 나온 에이수스의 퍼포먼스급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에 탑재된 듀얼팬 쿨러는 단일팬 쿨러에 비해 느린 회전속도로 높은 냉각 성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소음을 낮추는데 유리하다. 다만 동사의 상위 제품인 DC(Direct CU) 시리즈와 구별하기 위해서인지 히트파이프는 달려있지 않고 방열판+냉각팬 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좀 더 과감한 오버클러킹을 생각중인 매니아라면 이것 보다는 DC 시리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엔비디아에서 지포스 GTX 750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높은 전력효율이다. 엔비디아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포스 GTX 750 Ti를 쓰려면 300W 수준의 파워서플라이가 달린 PC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 중인 지포스 GTX 750 Ti 중에는 보조 전원의 연결 없이 그냥 메인보드 슬롯에만 꽂아서 구동하는 제품이 많다.
그런데 에이수스 GTX 750 Ti OC 제품에는 6핀 보조전원 커넥터가 달려있다. 아무래도 오버클러킹 제품이다 보니 좀더 안정적인 구동을 하기 위함인 듯 하다. 엔비디아의 권고대로 300W 수준의 파워서플라이를 이용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보급형 파워서플라이 중에는 표기 출력에 미달하는 실제 출력을 갖춘 제품이 많다. 따라서 웬만하면 최소 3만원대 이상의 파워서플라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무래도 안심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쿨러를 포함한 기판의 길이가 21.8cm이니 구매 전에 PC 내부의 여유공간도 살피자.
영상 출력 인터페이스는 DVI 가 2개, 그리고 D-Sub와 HDMI가 각각 1개씩 있어 젠더(변환기) 없이 다양한 모니터에 곧장 연결이 가능하다. 여러 개의 모니터를 하나의 화면처럼 쓰는 엔비디아 서라운드(NVIDIA Surround) 기능을 지원하므로, 같은 해상도의 모니터 3개가 있다면 이를 연결해 실감나는 화면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팩토리 오버클러킹으로 신뢰성 높여
본래 지포스 GTX 750 Ti의 GPU 기본 클럭은 1,020MHz이며 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는 1,085MHz로 부스트(boost)된다. 하지만 에이수스 GTX 750 Ti OC는 기본 클럭 1072MHz, 부스트 클럭 1150MHz로 오버클러킹한 상태로 출고된다, 레퍼런스 제품에 비해 한층 나은 그래픽 성능을 기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제조사에서 보장하는 오버클러킹인 만큼 신뢰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나은 성능을 바란다면 사용자 임의로 좀 더 오버클러킹을 하는 방법도 있다. 에이수스 GTX 750 Ti OC는 그래픽카드 오버클러킹 및 모니터링 소프트웨어인 ASUS GPU Tweak을 제공하므로 이를 이용해보자. 물론 무리한 오버클러킹은 시스템에 손상을 줄 수 있으니 이는 숙련자만 이용해야 할 것이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이용한 성능 테스트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다음은 직접 성능을 체험해보자. 테스트 시스템은 인텔의 4세대 제품(코드명하스웰)인 코어 i7-4770 CPU에 삼성 DDR3 메모리(PC3-12800) 4GB 2개, 그리고 MSI B85M-P33 메인보드에 삼성 840 SSD(120GB)로 구성한 윈도7 64비트 기반 PC다.
에이수스 GTX 750 Ti OC의 비교대상으로는 같은 지포스 GTX 750 Ti GPU 기반 제품이면서도 레퍼런스 규격의 지포스 GTX 750 Ti 제품, 그리고 GTX 750 Ti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지포스 GTX 650 Ti와 그 상위 제품인 지포스 GTX 660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해본 테스트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테스트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인 ‘3DMARK’ 구동이다. 이 프로그램은 해당 PC의 3D 그래픽 구현 능력을 테스트한 후 이를 수치로 알려준다. 설정값은 초기로 둔 상태에서 가장 많은 성능 부하를 일으키는 'Fire Strike' 항목의 테스트 점수를 비교했다.
테스트 결과, 에이수스 GTX 750 Ti OC는 전작인 GTX 650 Ti에 비해 35% 정도 나은 성능을 발휘했으며 레퍼런스 GTX 750 Ti에 비해서는 3% 정도 나은 성능을 발휘했다. 다만, 이전세대의 상위 제품인 GTX 660에 비하면 여전히 12% 정도 성능이 낮았다.
게임 구동능력 테스트(LOL)
벤치마크 프로그램의 점수가 잘 나왔다 해도 실제 게임 구동능력은 이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다음에는 직접 게임을 구동하며 성능을 테스트해봤다. 우선 최근 높은 인기를 끄는 AOS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구동해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봤다.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그래픽 옵션은 ‘가장 높음’으로 맞추고 '소환사의 협곡'에서 20여분 정도 플레이 하며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에이수스 GTX 750 Ti OC는 평균 200 프레임 내외를 유지하며 대단히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게임을 할 때 평균 30 프레임 정도면 원활한 수준, 60 프레임 이상이면 더할 나위 없는 성능으로 분류하곤 한다. 다만, 이는 LOL이 그다지 고사양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레퍼런스 규격 GTX 750 Ti는 평균 192 프레임, GTX 650 Ti도 144 프레임 수준의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GTX 660의 경우는 204 프레임 수준의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 점수에 비하면 GTX 750 Ti와 GTX 660의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눈에 띈다.
게임 구동능력 테스트(블레이드&소울)
다음에 테스트 해본 게임은 MMORPG인 '블레이드&소울'이다. 이 게임은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품질의 그래픽을 갖추고 있어 일정 사양 이하의 PC에서는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다. 게임 초반 '망자의 숲'에서 20여분 정도 사냥과 퀘스트 진행을 하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화면 해상도는 1,920 x 1.080, 그래픽옵션은 모두 최상급인 5단계로 높였다.
테스트 결과, 에이수스 GTX 750 Ti OC는 GTX 650 Ti와 GTX 660의 중간에 해당하는 성능을 발휘했다. 다만, 레퍼런스 규격 GTX 750 Ti과의 성능차이는 거의 없었다. 블레이드&소울은 GPU의 클럭 보다는 CPU의 등급 자체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게임이다.
게임 구동능력 테스트(배틀필드4)
마지막으로 테스트 해 본 게임은 FPS인 '배틀필드4'다. 이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매우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4도 마찬가지다. 그래픽카드의 한계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화면 해상도 1,920 x 1,080에 모든 그래픽옵션을 '최고'에 둔 상태로 설정한 후 초반 20여분 정도의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배틀필드4의 경우, 이전 테스트와 다소 다르게 GTX 750 Ti과 GTX 660의 성능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배틀필드4가 이번 테스트에서 구동한 게임 중 가장 최신 기술을 많이 적용한 게임이라 그런지 이에 부합하는 신형 GPU와의 궁합이 좋은 것 같다. 레퍼런스 제품에 비하면 아주 약간 더 나은 정도다.
소비 전력 비교
지포스 GTX 750에 적용된 맥스웰 아키텍처는 기존의 캐플러 아키텍처 기반 GPU에 비해 소비전력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PC 전체의 소비전력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파워서플라이를 이용, 3DMARK 구동 시 과부하가 걸리는 구간의 소비전력을 관찰해 제품별로 비교해봤다.
테스트 결과, 확실히 새로운 아키텍처의 전력 효율이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이수스 GTX 750 Ti OC 기반의 PC는 최대 83W의 전력을 소모, 성능이 낮은 GTX 650 Ti(97W)보다 오히려 소비 전력이 적었으며, 126W를 소모하는 GTX 660와는 확실히 나은 결과를 냈다, 또한 레퍼런스 GTX 750 Ti 제품과 소비전력에 차이가 없는 것도 눈에 띄었다.
우수한 전력 효율, PC방 업그레이드용으로 제격
사실 지포스 GTX 750 Ti가 나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GTX 660과 동급의 성능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제품을 실제로 써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성능 향상 이상으로 전력효율의 향상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지포스 GTX 750 Ti는 낮은 출력의 파워서플라이가 달린 브랜드PC를 쓰는 사용자들이 업그레이드를 하고자 할 때, 혹은 전기요금에 민감한 PC방에서 특히 유용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에이수스 GTX 750 Ti OC는 오버클러킹 모델인데도 레퍼런스 모델과 동일한 전력 효율을 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에이수스 지포스 GTX 750 Ti OC 2GB는 2014년 3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18만 5,000원에 팔리고 있다. 레퍼런스 GTX 750 Ti에 비하면 1만 원정도 더 비싸고 GTX 660에 비하면 3~4만 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시중에 팔리는 다양한 GTX 750 Ti 제품 중에서도 에이수스 GTX 750 Ti OC 정도라면 무난한 선택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 해당 기사에 대한 의견은 IT동아 페이스북(www.facebook.com/itdonga)으로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