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는 MS를 어디로 이끌려나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결정됐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47세), 지난 92년 MS에 입사한 후 22년 동안 근무해왔고, 최근에는 MS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사업을 이끌어온 인도 출신 기술자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
사티아 나델라는 누구인가
사티아 나델라는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의 뒤를 잇는 MS의 3번째 CEO다. CEO로선 3번째이지만, 세대 구분을 따르면 2세대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스티브 발머는 MS 초기 시절에 합류한 창립 멤버이기 때문. MS가 비로소 진정한 세대 교체를 이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나델라는 1967년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태어났고, 마니팔 공과대학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취득했다. 이어 미국 위스콘신-밀워키 대학에서 전산학 석사를 받았고, 시카고 대학 MBA(경영전문석사)를 이수했다.
처음엔 윈도NT를 제작하는 부서에서 일했고, 2001년 스티브 발머가 전두 지휘하던 MS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부에 개발 책임자로 배치됐다. 2006년 이 사업부의 총괄 관리자로 승진했다. 이어 2008년 검색, 광고 부서에 배치돼 인터넷 검색엔진 빙(Bing)을 시장에 안착 시켰고, 2011년 엔터프라이즈(기업 서버) 사업부로 이동했다. MS가 엔터프라이즈와 클라우드 사업부를 통합함에 따라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담당 수석 부사장을 겸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2월 4일 마침내 MS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일개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을 거쳐 최고경영자가 된다는 모든 직장인의 꿈을 이뤄냈다.
나델라는 MS의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를 이끌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MS 오피스(워드, 엑셀, 파워포인트)를 퍼블릭 클라우드로 옮긴 '오피스365'와 기업용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운영체제 '윈도 서버 2012' 출시를 주도했다. 세일즈포스닷컴, 오라클 JD에드워즈, SAP B1 등을 견제하기 위해 다이나믹스 CRM을 '다이나믹스 CRM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아마존의 퍼블릭 클라우드 AWS, 구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등과 경쟁하기 위해 자사의 퍼블릭 클라우드 '윈도 애저'를 IaaS에서 PaaS로 구체화 시켰다.
그의 주도하에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는 크게 성장했다. 2012년 6월 기준 18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84억 달러 매출을 기록한 윈도 사업부를 뛰어넘었고, 2013년 6월 기준 203억 달러 매출을 기록해 200억 매출을 돌파하기에 이른다(MS는 회계 연도가 6월에 끝난다. 작년 3,4분기와 올해 1,2분기를 합쳐 한해 매출을 집계한다는 뜻이다). 마침내 MS가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회사로 거듭난 것. 이러한 흐름은 작년 4분기에도 이어졌다. 제작년 4분기와 비교해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사업부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다고 MS는 밝혔다. 이 모든 성장을 나델라가 이끌었다.
나델라에게 주어진 과제
그렇다면 그가 MS 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 적힌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세상에서 더욱 번창하도록 이끌어나가는 것(Our job is to ensure that Microsoft thrives in a mobile and cloud-first world)"이라는 글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MS라는 건물을 지탱하는 2개의 기둥에 새로운 기둥 2개를 더 보태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MS는 윈도, 오피스,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컨슈머&디바이스 등 4개의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윈도와 MS 오피스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우리 생활에 깊숙히 침투해있으며, 이제 두 제품을 제외한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 두 사업부가 지금까지 MS를 지탱해온 기둥이다. 여기에 나델라가 수석 부사장 재임 기간 동안 새로운 기둥을 하나 더 보탰다. 바로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다. 많은 사용자가 MS가 윈도로 먹고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2년 매출을 기준으로 MS는 오피스,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 윈도, 컨슈머&디바이스 순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천하의 윈도가 고작 3위에 불과하다. 2013년 매출을 보면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와 윈도 사이의 간격은 더 벌어졌다. 사용자의 인식과 달리 MS는 더이상 윈도로 먹고사는 회사가 아니다. (물론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PC 시장이 멸망해 윈도가 사라지더라도 MS는 별다른 문제 없이 회사를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언론은 MS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인식한다. 일반 사용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컨슈머&디바이스 사업부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슈머&디바이스는 윈도폰(스마트폰), 엑스박스(비디오 게임기), 서피스(태블릿PC), 기타 하드웨어(키보드, 마우스) 등 일반 사용자용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부다. 윈도폰은 iOS와 안드로이드에 밀려 간신히 시장점유율 3위를 유지하고 있고, 엑스박스는 최근 플레이스테이션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서피스? 아이패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애플의 굴욕이다. 때문에 투자자를 중심으로 MS는 컨슈머&디바이스 사업부를 정리하고, 주력 분야인 윈도, 오피스,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나델라는 일단 이를 일축했다. 윈도폰과 엑스박스 그리고 서피스는 사용자에게 더욱 뛰어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기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MS입장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누가 뭐래도 스마트폰은 현재 IT업계의 핵심이며, MS의 주력 분야인 운영체제로 승부해야 하는 장소다. 엑스박스와 서피스 역시 마찬가지다. MS의 소프트웨어, 개발도구 등이 다른 개발사에서도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무엇보다 사용자에게 MS라는 기업이 건재하며, 애플, 구글 등과 겨뤄도 밀릴 것이 없음을 알릴 수 있는 장소다.
1대 최고경영자인 빌 게이츠는 MS를 윈도와 오피스라는 기둥 위에 올려놨다. 2대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라는 기둥을 세울 수 있도록 토대를 닦았다. 하지만 발머는 컨슈머&디바이스라는 토대를 닦지 못했다. 나델라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백하다. 발머가 물려준 토대 위에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라는 기둥을 굳건히 세우고, 컨슈머&디바이스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
일각에선 나델라가 컨슈머&디바이스를 매각하고, 엔터프라이즈&클라우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MS가 컨슈머&디바이스를 매각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IT기업 가운데 손꼽히는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3위. 구글보다도 높다). 게다가 얼마 전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컨슈머&디바이스에 더욱 집중할 것임을 알리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기둥은 3개일 때보다 4개일 때 더 든든한 법. 나델라가 컨슈머&디바이스에서 어떤 역량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나델라를 보좌하기 위해 IT업계의 전설도 현업으로 복귀했다. MS의 창업자이자 1대 최고경영자인 빌 게이츠다. 게이츠는 MS 이사회 회장을 사임하고 MS의 기술고문으로 복귀했다. 신입 최고경영자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그는 “나델라의 요청에 따라 MS에서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며, "여유 시간의 1/3 이상을 MS에 할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에 일정한 도움을 주면서 이사진 등의 외압으로부터 나델라의 바람막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델라 역시 게이츠의 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나델라가 최고경영자로 임명됨에 따라 외신을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 기술자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도비시스템즈 산타누 나라옌 최고경영자, 구글 순다 피차이 부사장 등 인도 출신 엔지니어가 잇따라 IT업계 고위직에 오르고 있기 때문. 현업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가운데 인도 출신이 상당한 만큼 인도 출신 고위직 비중은 점점 증가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