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 번호가 스팸 발신번호로 악용된다고?

지난 설날, 즐겁게 보내셨나요? 아마 대출이나 도박 등 스팸 문자메시지가 수시로 날아오는 바람에 짜증났던 분들, 많으셨을 겁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례 때문인지 문자가 더 오는 것 같아서 화가 납니다. 심지어는 "스팸 많이 보내서 죄송합니다"라며 마치 농락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받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설날에 받아본 스팸 문자메시지 발신번호를 보니 모두 010-XXXX-XXXX였습니다. 예전에는 스팸번호 발신번호라 하면 060, 070, 080, 16XX, 02로 시작되는 번호가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010으로 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예전에도 010 스팸 발신번호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 부쩍 늘어난데다 일반 휴대폰 번호인 만큼 상당히 거슬립니다. 그래도 그 동안 010은 믿고 받았는데, 이젠 010도 안심하고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010 번호인 만큼 '혹시 일반인의 휴대폰 번호가 스팸 발신번호로 악용되는 것은 아닌가' 의심도 듭니다.

이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최근 010 스팸번호가 늘어난 이유 및 사용자 피해를 문의했습니다. 다음은 KISA 스팸대응팀 추현우 담당자의 답변입니다.

IT동아 > 최근 010 스팸 발신번호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010 스팸문자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KISA > 010 스팸 번호는 발신번호 또는 회신번호일 수도 있습니다. 스팸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경로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휴대폰, 다른 하나는 네이트온 문자메시지 서비스와 같은 웹입니다. 웹상에서는 번호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즉 휴대폰에서 스팸 문자메시지를 많이 보낼 수도 있고, 회신번호를 010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010 스팸 발신번호가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한 010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수신자가 스팸으로 의심할 여지가 더욱 적죠.

IT동아 > 010 번호라면 일반인의 휴대폰 번호가 스팸 발신번호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사례가 있나요?

KISA > 스팸 문자메시지는 대출, 도박 등으로 나뉩니다. 대출 문자의 목적은 수신자가 전화를 걸어서 대출을 신청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대출을 유도하는 업체의 전화번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도박 문자의 목적은 사이트 접속입니다. 수신자가 도박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발신번호는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즉, 발신번호로 임의의 번호를 지정합니다.

그래서 도박 문자의 경우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기도 합니다. 도박 문자 발신번호는 임의로 정하기 때문에 일반인의 휴대폰 번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나는 스팸 문자메시지를 보낸 적이 없는데 사람들에게 항의를 받았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IT동아 > 만약 내 휴대폰 번호가 타인에게 스팸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발신번호로 악용됐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KISA >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대책은 없습니다.

IT동아 > 이 외에 010 스팸 문자메시지 수신 시 사용자 대처방안을 말씀해 주세요.

KISA > 신고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자료가 많을수록 분석, 대응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불법스팸대응센터(http://spam.kisa.or.kr/kor/main.jsp)에서 간편 신고프로그램(스팸캅)을 이용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신고하셔도 됩니다.

스팸 발신번호 악용, 대책이 없다

010 스팸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반인의 휴대폰 번호가 스팸 발신번호로 악용된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스미싱 문제도 심각한데, 이제는 내 번호가 악용되지는 않을지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KISA에 따르면, 최근에는 대출보다 도박 문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선량한 피해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물론, 이번 달부터 발신번호를 변경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은 차단됩니다. 하지만 이는 휴대폰에서 보내는 문자메시지에 해당합니다. 웹을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는 업무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원하는 번호로 설정해 전송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