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1%를 잡아라, 이동통신사의 소리 없는 전쟁

'58만 원 > 37만 원 > 25만 원 > 16만 원 > 9.9만 원 > 7.5만 원 > 0원

1월 23일 하루 동안 애플 아이폰5s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의 할부원금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최신 스마트폰이 순식간에 할부원금 0원의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워낙 극적으로 변해 수치를 집계하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과거 갤럭시S3, 아이폰5 등 최신 스마트폰의 할부원금이 15만~17만 원 수준으로 급락해 '보조금 대란'이라고 표현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이제 그 어떤 대란도 이번 '1.23 대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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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같은 처벌 만으론 보조금이 과다 투입되는 현 이동통신시장을 바꿀 수 없다"며, "이통 3사가 단말기 유통권을 사실 상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하고, 통신비 인하 조치를 취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1.23 대란
1.23 대란

위 내용은 지난 1월 24일, IT동아 기사 '아이폰5s와 갤노트3가 공짜폰… 1.23 역대 최악의 보조금 대란(http://it.donga.com/17184/)'의 일부다. 설 연휴 이전에 갑작스럽게 등장했던 소위 공짜폰 사건. '이날 갤럭시노트3 또는 아이폰5s로 저렴하게 바꿨다'는 이들이 많다. 크게 반응은 두 가지다. '남들보다 저렴하게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했다'며 좋아하거나 '이 날 바꿨어야 하는데, 아쉽다'라고 아쉬워한다. 씁쓸하다. 왜 아쉬워하나. 때와 장소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것은 화를 내야 마땅할진대, 뭔가 이상하다. 워낙 자주 겪어서일까. 사람들은 마치 하나의 이벤트처럼 받아들인다.

이건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됐다. 보조금과 할부원금. 이동통신 시장은 들어도 뜻을 알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판을 친다. 심지어 개통한 뒤 얼마간 사용하면 현금을 돌려준단다. 나름 '전문가'들은 이를 이용해 재테크에 나서며 용돈벌이 중이다. 전문 용어로 '폰테크'란다. 누구는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고, 누구는 남들보다 비싸게 구매한다. 이게 과연 제대로 이뤄진 통신 시장인가.

대체 왜?

국내 이동통신사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 보자. 정답은 뻔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올해 11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기자 아들은 '올레' 또는 '얼쑤~'하며 이통사 TV 광고송을 부른다. 그만큼 국내 이통 3사는 누구나 알고 있다. 휴대폰 없는 사람이 있을까. 본인 명의든 타인 명의든 최소한 한군데 이통사는 이용 중이다. 다른 선택이 없다. 셋 중 하나는 이용해야 한다.

이동통신 3사
이동통신 3사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2013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468만 840명이다. 이중 SK텔레콤은 2,735만 2,482명, KT는 1,645만 4,314명, LG유플러스는 1,087만 4,044명이다. 각각 점유율은 차례대로 50.02%, 30.09%, 19.89%. 업계는 주목 중이다. SK텔레콤과 KT의 점유율 50%, 30% 유지 여부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 20%를 돌파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다. 점유율 1%, 아니 0.1%의 전쟁 중이다.

2013년 12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점유율
2013년 12월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 점유율

그리고 지난달, 이통 3사의 가입자 번호이동건수가 급증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자료에 따르면, 122만 5,586건에 이른다. 2012년 8월 이후 17개월만에 가장 많은 이동건수이며, 조사를 시작한 이래 역대 1월 중 가장 많았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자사 이동 포함 SK텔레콤으로 이동한 총 건수는 48만 914건, KT는 34만 8,346건, LG유플러스는 32만 1,754건이다. 나머지 7만 4,572건은 MVNO 번호이동건수다.

2014년 1월 번호이동건수
2014년 1월 번호이동건수

살펴보면, 이동통신 3사는 점유율 0.1% 경쟁 중이었으며, 지난달 가장 많은 번호이동건수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1.23 대란'은 바로 이 와중에 터졌다. 왜? 아직 이유는 모른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는 말이 썩 어울린다. 지난 1월 27일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니, 곧 발표가 있을 예정. (개인적으로) 결과가 기대된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살펴보면,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둘 중 하나다. 그리고 이통사는 '서로 유감이다'라는 뜻을 표할 것이다. 참 좋은 말이다. '유감이다'라는 표현은.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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