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렌즈는 똑딱이 카메라도 명품으로 만든다, 소니 RX10

이상우 lswoo@itdonga.com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이 더 편리해지고, 관련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한편으로는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 때문에 MP3 플레이어, PC(노트북) 등 일부 IT 제품 시장규모가 축소됐다는 의견도 있다. 디지털카메라 역시 마찬가지다. DSLR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처럼 스마트폰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화질/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콤팩트 카메라는 스마트폰에게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콤팩트 카메라를 주로 간단한 사진 촬영에 사용한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다니다 예쁜 꽃, 재미있는 순간, 맛있는 음식 등을 촬영하기 위해 잠깐 꺼낸다. 말 그대로 사진을 '간단하게' 찍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런 용도라면 당연히 더 얇고 가벼우며 사진 공유까지 손쉬운 스마트폰을 선호한다. 심지어 어떤 스마트폰은 카메라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기도 하고, 노키아는 4,0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콤팩트 카메라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용 DSLR 카메라에 쓰이는 풀 프레임 바디 이미지 센서(35x24mm)를 탑재하는가 하면, 초점거리 200mm의 망원렌즈를 탑재하기도 한다. 어떤 제품은 조리개를 F1.4까지 개방할 수 있는 고급 렌즈를 장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구현하기 어려운 밝기와 아웃포커싱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소니가 얼마 전 출시한 사이버샷 DSC-RX10(이하 RX10)도 이런 맥락의 제품이다.

소니 사이버샷 DSC-RX10
소니 사이버샷 DSC-RX10

F2.8 고정 칼자이스 렌즈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렌즈다. 초점거리 최대 200mm(약 8배 줌)에 F2.8 고정 조리개를 지원하는 칼자이스 렌즈를 장착했다. 일반적인 줌렌즈는 초점거리가 멀어질수록(더 많이 확대할수록) 조리개도 줄어드는데, 이를 가변 조리개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18-105mm 1:3.5-5.6G'라고 표시된 렌즈는 초점거리 18mm에서 조리개를 최대 F3.5까지, 105mm에서 최대 F5.6까지 개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줌을 할수록 사진이 어두워진다. 또한, 최대 초점거리에서 조리개를 더 열 수 있는 제품과 비교해 아웃포커싱 효과도 떨어진다.

18-105mm 1:3.5-5.6G 렌즈
18-105mm 1:3.5-5.6G 렌즈

반대로 고정 조리개는 모든 초점거리에서 조리개가 일정하다. RX10에 탑재된 렌즈는 24mm부터 200mm까지 모든 초점거리 구간에서 F2.8 고정 조리개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어두운 곳에서도 충분한 셔터속도를 얻을 수 있어, 플래시 없이도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줌을 한 상태에서도 조리개가 많이 열려있기 때문에 셔터속도를 빠르게 설정하더라도 충분한 밝기의 사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점은 광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내 촬영, 플래시를 사용하기 껄끄러운 상황(스포츠 경기 촬영)에서 유리하다(플래시를 터트리면 선수의 경기를 방해할 수도 있다).

소니 사이버샷 DSC-RX10
소니 사이버샷 DSC-RX10

아웃포커싱 효과는 조리개가 많이 열릴수록, 초점거리가 길수록 커진다. RX10의 200mm의 초점거리와 F2.8이 만들어내는 아웃포커싱 효과는 엄청나다. 정물사진을 촬영할 때 피사체에서 초점이 맞은 부분은 선명하게, 그 주변은 흐릿하게 촬영해 특정 부분만을 강조할 수 있다. 배경이 뿌옇게 보이기 때문에 배경이 지저분한 곳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피사체가 돋보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소니 사이버샷 DSC-RX10로 촬영한 사진
소니 사이버샷 DSC-RX10로 촬영한 사진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도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초점거리 24mm에서는 3cm, 초점거리 200mm에서는 30cm에서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를 통해 초보자도 손쉽게 접사촬영을 할 수 있다. 매크로(접사) 렌즈, 접사 링 등 전문 장비 없이도 수준 높은 접사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소니 사이버샷 DSC-RX10로 촬영한 사진
소니 사이버샷 DSC-RX10로 촬영한 사진

조리개 링과 다이얼로 조작감이 좋아

카메라의 조작감도 제법 괜찮다. 일반적인 콤팩트 카메라는 조리개 값을 조절할 때 다이얼을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변경한다. 하지만 RX10은 렌즈에 있는 조리개 링으로 이를 조절한다. SLR 카메라의 수동 렌즈와 비슷한 방식이다. 조리개를 한 단계 조절할 때마다 '딱 딱' 하고 걸리는 느낌은 없지만, 과거 SLR을 사용하던 느낌을 어느 정도 낼 수 있다.

소니 사이버샷 DSC-RX10
소니 사이버샷 DSC-RX10

셔터속도 조절 다이얼과 노출 보정 다이얼도 각각 카메라 외부에 있어 원하는 밝기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다. 각종 다이얼 및 버튼 구성은 하이 아마추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전자식 뷰파인더도 장점

DSLR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로 촬영할 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촬영방식이다. DSLR 카메라는 보통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피사체를 보면서 촬영한다. 반면 콤팩트 카메라는 후면에 있는 LCD 창으로 피사체를 본다. 이런 차이는 DSLR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의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두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뷰파인더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주간 야외 촬영 시 시인성이 높다는 점이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피사체를 보기 때문에 주변 밝기에 구애받지 않고 정확한 색과 밝기로 볼 수 있다. 반면 LCD 창으로 보는 방식은 주변이 밝으면 아무래도 화면이 어둡게 보인다. RX10은 일반 콤팩트 카메라와 달리 '전자식 뷰파인더'를 장착했다. 이를 통해 주변이 밝은 곳에서도 무리 없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소니 사이버샷 DSC-RX10
소니 사이버샷 DSC-RX10

그렇다면 DSLR 카메라의 광학식 뷰파인더와 RX10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시야율이다. DSLR 카메라에는 시야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용자가 뷰파인더로 보는 것과 실제 사진이 촬영되는 범위가 얼마나 차이나는지를 나타낸 수치인데, 시야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고급 카메라다(가격도 비싸다). 전자식 뷰파인더는 시야율이 사실상 100%다. 실제로 저장되는 장면을 뷰파인더에 미리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리개, ISO 감도, 셔터 속도 등 노출을 조절했을 때도 이것이 적용된 모습이 뷰파인더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사진의 밝기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식 뷰파인더의 단점도 있다. 노출을 자동으로 설정하면, 카메라가 주변 밝기에 따라 사진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주변 밝기가 급격하게 변하면 카메라의 이미지 프로세서가 이를 처리하는데 조금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뷰파인더에 반영되는 시간도 그만큼 늘어난다. 때문에 실내에서 카메라를 빠르게 움직이면 화면이 느려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형광등 주변은 아주 밝지만, 그 외에는 어둡기 때문이다. 야외 촬영 시 그늘과 양지를 번갈아 비췄을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터치 한 번에 사진 전송

공유 기능도 뛰어나다. 와이파이를 통해 태블릿PC나 스마트폰 등에 사진을 전송하거나, 전용 앱을 사용해 카메라를 원격에서 제어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요즘 나오는 카메라에 대부분 탑재되기 때문에, 특별할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다면 이 기능을 복잡한 과정 없이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RX10은 NFC 기능을 내장했다. NF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접촉하기만 하면, 스마트폰과 카메라가 자동으로 연결되고 앱이 실행된다. 와이파이 활성화 및 연결 설정, 앱 실행, 사진 전송 등의 복잡한 절차를 원터치로 해결할 수 있다. 사진을 전송하는 것 외에도 모바일 기기를 통해 카메라(메모리카드)에 저장된 사진을 바로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전용 앱인 'PlayMemories Mobile'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PlayMemories mobile
PlayMemories mobile

전문가용 캠코더 못지않은 동영상 촬영

동영상 촬영 기능도 캠코더 못지않은 수준이다. 풀HD 동영상(1,080 60p) 촬영 기능을 갖췄으며, P, A, S, M 등의 사진 촬영 모드를 동영상 촬영 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DSLR 카메라처럼 동영상 촬영을 위해서 라이브뷰로 전환할 필요 없이 녹화 버튼만 누르면 바로 촬영이 시작된다. 광학식 스테디샷(Steady Shot, 손떨림 방지) 기능을 지원해 최대 망원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전용 어댑터를 사용하면 ENG 카메라나 전문가용 캠코더처럼 고성능 마이크 연결할 수 있어 질 좋은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여기에 헤드폰까지 연결하면 잡음이 섞이는지, 입력 레벨이 너무 높거나 낮은 것은 아닌지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상의 오디오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일반 콤팩트 카메라가 흉내 낼 수 없는 RX10

필자는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사진 품질이라는 카메라 본연의 기능은 물론, 부가적인 동영상 촬영까지 아주 우수하다. 현존하는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중에서 고정 조리개 줌 렌즈는 흔하지 않다. 이 F2.8 고정 조리개가 주는 밝기와 아웃포커싱 효과는 다른 콤팩트 카메라가 흉내 내기 어려운 RX10만의 장점이다. 가격은 2014년 1월 중순, 인터넷 최저가 기준 106만 1,650원이다. 일반적인 콤팩트 카메라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 성능을 생각했을 때 제품에 알맞은 가격이라 생각한다.

Play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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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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