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글님, 크롬캐스트 좀 정발 해주시면 안 되나요?
우연한 기회에 구글의 동영상 스트리밍 중계기(거창하네요) '크롬캐스트(Chromecast)'를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19일 대만 타이베이 화산문화공원에서 열린 '구글과 함께하는 하루' 행사에 참여했는데, 기자들이 TV 앞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호떡집에 불이라도 났나...' 생각하며 다가가 보니 구글 직원이 TV 뒤에 무엇을 꽂아 놨더군요. 바로 크롬캐스트였습니다.
미국에선 많이 팔린 데다 타임지가 올해의 IT 제품으로 꼽을 만큼 흔한 제품이지만, 정식 발매되지 않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자들에겐 이만큼 신기한 제품도 없을테죠. 저도 신기해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크롬캐스트를 사용하는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제 눈빛이 부담스러웠던 탓일까요? 인도에서 온 친절한 기자 분이 저에게 리모콘을 넘겨줬습니다. 크롬캐스트와 연동돼 있던 넥서스7을요.
소감을 말하기에 앞서 크롬캐스트가 어떤 기기인지 간략히 설명해야겠죠. 크롬캐스트는 일반 TV나 모니터를 스마트TV로 바꿔주는 제품입니다. 사용법도 간단합니다. TV, 모니터의 HDMI 단자에 크롬캐스트를 꽂으면 모든 준비가 끝나죠. 전원도 TV, 모니터의 USB 단자를 통해 공급 받습니다.
제품을 연결하면 구글 계정을 입력하라는 창이 나타납니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구글 계정을 입력하면 됩니다. 그 다음, 리모콘을 연결할 차례입니다. 저는 이미 연결돼 있는 넥서스7을 받았기에 이 과정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일반 사용자라면 일단 자신이 사용 중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아이폰, 아이패드에 크롬캐스트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야 합니다. 그 다음 앱을 활용해 크롬캐스트와 사용자의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연동 시키면 됩니다. 둘이 연동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크롬캐스트를 조작할 수 있게 됩니다. 리모콘이 되는거죠. 마지막으로 크롬캐스트를 무선 인터넷(Wi-Fi)에 연결하면 제품을 사용할 준비가 모두 끝납니다.
크롬캐스트 조작은 TV를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화면을 보고 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설치된 유튜브, 구글플레이 무비, 넷플릭스(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동영상 감상 메뉴 오른쪽 하단에 '크롬 캐스트로 동영상 감상(Play on)' 버튼이 생겨납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의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재생되던 동영상이 크롬캐스트가 연결된 TV의 큼지막한 화면을 통해 송출되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의 작은 화면에서 벗어나 대화면 TV로 동영상을 감상하라는 뜻인거죠.
오해가 있을 수 있어 한마디 더 덧붙입니다.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 태블릿PC와 TV를 연결해주는 중계기가 아닙니다. 유튜브, 구글플레이 무비, 넷플릭스에 올라온 동영상을 스마트폰, 태블릿PC뿐만 아니라 TV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입니다. 미라캐스트와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다른 서비스라는 거죠.
스트리밍 능력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유튜브나 구글플레이 무비에 올라와 있는 HD급 무비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 서비스 중인 풀HD 동영상도 끊김 없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유튜브, 구글플레이 무비, 넷플릭스 등의 사용 빈도가 높은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만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점도 무시할 수 없겠죠. 고작 35달러(약 3만 7,000원), 호기심이 생겨 한번 구매해 볼만한 가격입니다.
크롬캐스트를 경험해보니, 정작 국내 사용자는 이런 제품을 만나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발매하지 않는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크롬캐스트의 핵심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넷플릭스를 국내에서 서비스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영화, 드라마를 구매한 사용자만 바라보고 크롬캐스트를 발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하지만 크롬캐스트는 큰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유튜브, 구글플레이 무비,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다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크롬캐스트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구글은 동영상을 크롬캐스트로 송출할 수 있게 하는 SDK(개발자도구)도 공개했습니다.
국내에도 넷플릭스 못지 않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여럿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보고 '아프리카TV'입니다. 아프리카TV BJ들이 24시간 내내 보여주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UCC를 큼지막한 TV를 통해 편하게 보고 싶다는 건 저 만의 소원인가요?
설령 아프리카TV 앱에 크롬캐스트 송출 기능이 추가되더라도, 크롬캐스트가 정식 발매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또, 크롬캐스트가 정식 발매되지 않는 이상 아프리카TV 앱 개발자들이 크롬캐스트 송출 기능을 추가할 이유도 없을 테죠. 거실 소파에 누워 편히 동영상을 감상하고 싶은 사용자들을 대표해 구글코리아에게 한번 간곡히 부탁해봅니다.
"제발 크롬캐스트 좀 정발 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