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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D600 '내부먼지' 발생문제... 직접 보니

나진희

D600

최근 카메라 전문 커뮤니티 SLR클럽에 신조어가 생겼다. 바로 '갈갈이'다. 이는 네티즌들이 니콘 D600을 일컫는 말로 최근 니콘 관련 게시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D600이 갈갈이라 불리게 된 사정은 이렇다. D600 출시 후 이 기종으로 찍은 사진에 무수한 검은 점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사용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들은 무엇이 원인일까 카메라를 살펴보다 셔터막에 미세한 흠집이 난 것을 발견했다.

사진 촬영 시 카메라 셔터막이 빠르게 열렸다가 닫힌다. 이때 D600의 셔터막이 '갈리면서' 떨어진 부스러기가 이미지센서에 붙었을 것이라고 많은 이가 추측했다. 이를 '셔터막이 갈린다'는 의미에서 '갈갈이'라 이름 지었다. 갈갈이에서 파생된 용어도 다양하다. '갈갈이 현상', '갈갈이 유저(사용자)', '갈갈이당(니콘에 항의하는 모임)' 등이 있다. 검은 점이 발견된 것은 D600만이 아니었다. 다른 니콘 DSLR 사용자들도 "D7000, D7100, D5200, D3200으로 촬영한 사진에서 비슷한 검은 점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LR 클럽 닉네임 '마이가더'는 갈갈이 현상을 보고한 사용자들을 집계했다. 이 집계에 따르면 12월 6일 기준 D600 사용자 181명 중 179명. D7000 사용자 165명 중 162명, D7100 사용자 125명 중 124명이 자신의 DSLR에서 갈갈이 현상을 경험했다. (SLR클럽 게시물 참고) 모든 D600 사용자가 SLR클럽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에 IT동아도 취재에 사용 중인 D600과 D7000의 상태가 궁금해졌다. (가장 점이 많이 나타나는 D600, D7000, D7100 중 두 모델이 사무실에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 다른 사용자들이 한 실험 과정대로 사진을 촬영해 확대해봤다. 참고로 IT동아가 보유 중인 D600의 컷 수는 9,251장, D7000은 4만 9,360장이다.

D600

실험 순서는 이렇다. 평소 고장 한번 없이 사용해오던 D600과 D7000, 삼각대, A4 용지를 준비했다. 니콘 설명서에 있는 대로 먼저 송풍기(블로워)로 미러박스에 바람을 쏘아 청소했다. 혹시 몰라 카메라 이미지 센서 클리닝 기능도 실행했다. 그 후 흰색 A4 용지를 벽에 붙이고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했다. 먼지가 이미지센서 부분에 붙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리개를 최대로 조였다. (D600은 f25, D7000은 f22) 카메라로 A4용지의 여러 부분을 돌아가며 찍었다. 만약 이미지센서에 먼지가 붙어 있는 거라면 종이의 여러 부분을 찍어도 동일한 부분에 검은 점이 나타날 터.

D600

결과물은 놀라웠다. 점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점의 위치를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하다 지칠 정도였다. 사진을 본 주변 기자들도 모두 놀랐다. "D600으로 백구를 찍으면 달마시안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지금껏 D600을 취재나 제품 사진용으로 많이 써왔지만, 조리개 값을 f25로 설정해 흰 바탕을 찍을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거의 만 장 가까이 사진을 찍었음에도 검은 점을 발견하지 못한 듯하다. 글로만 접했던 갈갈이 현상이 내 이야기가 되니 다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D7000

D7000도 사정은 같았다. 다만 컷 수에 비해 먼지가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문뜩 '몇천 장 수준으로 컷 수가 늘면 이미 먼지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더 이상 개수가 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날 잡고 니콘 서비스센터를 한번 찾아야겠다.

방진복

혹시 촬영 과정에서 먼지가 들어간 것은 아닐까? 이를 궁금하게 여긴 SLR클럽 닉네임 'Felicis'가 클린룸에서 방진복을 입고 실험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니콘 서비스센터에서 이미지센서를 청소한 후 혹시 모를 먼지 유입을 막기 위해 랩으로 카메라를 칭칭 감쌌다. 그 후 방진복을 입고 30분간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컷 수가 늘어남에 따라 검은 점이 계속 생겨났다고 Felicis는 밝혔다. 그는 이 실험을 통해 먼지가 카메라 내부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신고에 불매 운동까지... 니콘 좌담회 개최

D600은 갈갈이 현상 때문에 출시 초기부터 잡음이 많았다. 2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카메라를 구매한 사람들은 당연히 화가 날 터. 구매자들은 이 문제를 니콘에 항의했지만 '불량이 아니니 무상으로 센서 클리닝을 해주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교환이나 환불은 당연히 안 될 소리였다.

D600

니콘은 'DSLR은 이러한 검은 먼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미지 센서 클리닝을 받으면 해결될 문제니 무상으로 이미지 센서 클리닝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가 "시간을 들여 서비스센터에서 클리닝을 받았음에도, 이내 다시 검은 점이 나타났다"고 성토했다.

D600

거기다 니콘이 D600을 개선한 'D610'을 내놓으며 사실상 D600을 단종하자 사용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다시는 니콘 카메라를 구매하지 않겠다'며 D600을 불에 태운 사람도 나왔다. 많은 사용자가 뜻을 모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집단 피해구제 진정을 냈고 불매 운동도 전개했다. 니콘의 행태를 비꼬는 패러디물도 인터넷상에서 퍼져 나갔다. (SLR클럽 게시물 참고) 이에 니콘은 지난 11월 30일, SLR클럽 니콘 포럼의 사용자 대표들과 간담회 열고 공식 입장을 대표단에게 전했다.

교환은 해주겠으나 불량은 아니다?

니콘의 최종 입장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SLR클럽 게시물 참고)

셔터막의 흠집은 먼지와 관련이 없다. 셔터막 마찰 흔적일 뿐이다. D600/D7000/D7100 셔터막의 표면 처리에 사용된 도료는 다소 마찰 흔적이 잘 보이는 소재다. 이들은 기존 DSLR 모델과 다른 셔터막 부품이 사용됐다. 이는 셔터막 제조사가 변경한 것으로 그 제조사의 특허와 관련되어 있어 니콘이 간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셔터막은 도료가 눌린 것이 빛을 반사해 흠집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먼지는 0.7미크론 정도로 매우 작아 센서에 붙어도 검출되지 않는다. 증거 자료를 보길 원하면 니콘 본사에 들러 '셔터막 마찰흔에 대한 증거 자료'를 확인하길 바란다.

D600의 검은 부스러기는 셔터막이 아니라 미러박스에서 발생했다. 미러박스 안에는 셔터나 미러 등을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는 가동부들이 있다. 사진 촬영 시 이 가동부들이 빠르게 연속해서 움직이면서 도료(페인트 등), 코팅제, 윤활제, 부품, 자체 등으로부터 미세한 먼지가 발생한다. 이러한 먼지가 로우패스필터(low-pass filter, 이미지센서 바로 앞에 붙는 필터)에 달라붙는다.

먼지 발생을 막는 것은 기술적으로 무척 어렵다. 사실상 DSLR 바디 구동부에서 먼지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찍은 컷 수에 비해 먼지가 과다하게 생기면 관련 부품을 교체해주겠다. 하지만 먼지 개수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니콘이 결정하도록 해달라. D7100으로 2,500장 정도 찍었을 때 먼지가 7개 정도 나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DSLR 바디 자체에 이미지센서 클리닝 기능이 있다. 제품 설명서에도 송풍기를 이용한 청소 방법과 서비스센터를 찾아 클리닝하는 것에 대해 안내해 왔다.

니콘은 대표단의 의견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 앞으로 D600에서 검은 점 문제가 또 발생한다면

1차 점검(클리닝) -> 2차 관련 부품 교체 -> 3차 관련 바디 교체(부품 교체 후에도 재발생 시, 무상 보증 기간 이후에도 가능).

D7000/D7100은

1차 점검(클리닝) -> 2차 품질 보증 기간 이내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처리/품질 보증 기간 이후면 무상 분해 수리(6개월 이내 재발생 시 관련 부품 교체)로 처리하겠다.

만약 원인이 오일스팟(촬영 시 구동부 부품의 오일이 튀어 이미지센서에 붙는 것) 문제로 밝혀진다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무상 보증 기간을 막론하고 관련 부품을 교체하겠다. 초동 대처가 미흡했던 점과 이러한 사태가 생긴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검은 점 문제는 니콘 본사로 바로 연락달라. 본사에서 부품 교체 시 발생하는 운송료는 니콘이 전액 부담하겠다.

"진상은 바꿔주고 호갱은 당하라는 거 아닌가요"

니콘의 이같은 입장 표명이 모든 사용자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많은 사용자는 '결국 제대로된 사과나 잘못 인정도 없었고, 지쳐 떨어질 때까지 A/S나 받다가 환불은 꿈도 못 꾸는 것 아니냐'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SLR클럽 닉네임 '상민상우아빠'는 '니콘의 과대 광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고, 불매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그를 포함한 여러 사용자가 니콘의 결론에 대해 문제점으로 꼽은 것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비공식적인 입장 발표라는 것. 니콘은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도 이번 사태에 대한 보상 절차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홈페이지에 건 공지문에는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면 점검 후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는 말만 적혀 있다. 소비자 대표단은 좌담회에서 이번 문제를 설명서에 표기하거나 홈페이지에 명시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니콘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번 사건에 관심이 있고 평소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는 소수 사용자만이 해결 절차와 문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 이에 대해 SLR클럽 닉네임 '조신한비글'은 '호갱은 넘어가고 깐깐한 사람은 A/S해주겠다는 거 아니냐'며 비판했다.

둘째, 교환 과정이 번거롭다. D600 바디를 교체하려면 클리닝과 부품 교체를 거쳐야 한다. 니콘 본사는 서울 남대문에 있다. 서비스 지정점은 전국에 총 24개 있는데 이 중 11개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심지어 충청남도, 충청북도, 경상북도, 전라남도에는 서비스 지정점이 없다. 클리닝과 부품 교체를 위해 서비스 지정점에 들르는 시간과 금전적 손해도 무시하지 못한다. DSLR을 본사에 택배로 몇 번씩 발송하는 것도 민감한 기계의 특성상 사용자가 많은 부담을 떠안는다.

셋째, 무엇보다 니콘이 제품의 불량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제 좌담회 참석자 'Felicis'는 니콘이 좌담회 내내 '문제'나 '하자'라는 단어는 절대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발생 원인도 미러박스 안에서 발생했다고 했지, 특정 부품의 무엇이 먼지를 일으켰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많은 사용자가 좌담회 후에도 '셔터막 갈림', '구동부 오일' 등 그 원인을 추측하고 있다. 니콘의 결함 불인정은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DSLR의 구조상 어쩔 수 없다'고 표현한 것이 그 근거다. 니콘의 새 DSLR 모델로 촬영한 사진에 검은 점이 나타나도 그저 'DSLR이라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그러면 구매자들은 소비자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또다시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사건 일단락? 말도 안 되는 소리"

D600

니콘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광고로 신고한 '상민상우아빠'의 의견을 들어봤다. 그는 "D600이 '15만 회가 넘는 릴리즈 테스트'를 통과해 내구성이 좋다'고 광고했지만, 이는 니콘 측 실험 결과일 뿐"이라며 "그 광고를 믿고 산 소비자들이 지금 이렇게 셔터막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제품의 불량 판단 기준도 결국 제조사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을'일 수밖에 없다. 제조사가 허위 광고를 내보내도 문제가 되면 '자사 기준'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또한 그는 "그나마 캐논은 자사 카메라의 불량을 인정하고 전량 환불 조치를 했지만, 니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소비자를 무시하는 게 전통"이라며 "A/S센터 문 닫는 것은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띄우면서 이번 합의문에 관한 내용은 그 어디에도 적어놓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소비자들이 니콘과 씨름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카메라 성능을 인증하는 기관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기술 표준원 등이 카메라 제조사의 광고나 A/S 기준 등을 판단해줘야 한다는 것. 실제 일본에는 일본 카메라 공업회(CIPA)가 이 같은 일을 담당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 그는 "여기저기서 갈갈이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이는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종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니콘이 제대로 된 공식 사과를 하고 불량을 인정할 때까지 저는 소비자 권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 니콘과 싸울 것입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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