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스피커도 잘 만드네 - 블루투스 스피커 z600

이문규 munch@itdonga.com

PC 게임, 특히 FPS(1인칭 총쏘기 장르)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로지텍(Logitech)'은 익숙한 브랜드다. 마우스로 전세계에 걸쳐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에 걸맞게 로지텍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적합한 마우스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마우스와 함께 키보드와 헤드셋 등 게임과 관련된 주변기기가 그들의 주력상품이다.

여기에는 PC용 스피커도 포함되는데, 솔직히 말해 본 리뷰어는 키보드/마우스 제조사가 만드는 스피커라 그리 큰 관심은 두지 않았다. 키보드/마우스 분야에서는 고유의 기술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스피커는 그저 다른 일반적인 제품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로지텍이 최근 출시한 블루투스 스피커인 'z600'을 체험한 후에는 로지텍 스피커 담당부서에 구태여 본 리뷰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몰라봐서 송구하다고...

로지텍. 마우스만 잘 만드는 줄 알았는데 스피커도 이리 썩 괜찮게 만들어 내고 있었다.

로지텍 z600 스피커01
로지텍 z600 스피커01

귀보다 눈을 먼저 잡는 비범한 디자인

로지텍 z600은 일단 PC용 스피커다. 블루투스를 지원하기에 다른 기기와도 연결하여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지만 기본은 PC용이다. PC용 스피커가 실상 단편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데 반해 z600은 왠지 모를 심적 안정감을 주는 예술적 디자인이다. 얼핏 봐서는 스피커인지 인테리어 조형물인지 헛갈린다. 그러다 보니 난잡한 데스크탑 PC 책상보다는 간소한 노트북 사용 환경에 더 적합할 듯하다.

로지텍 z600 스피커02
로지텍 z600 스피커02

전반적으로 흰색 계통이라 깔끔하고 정갈해 보이지만, 그런 만큼 사용하면서 관리를 잘해야 지저분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전원 버튼, 블루투스 버튼 부위 외에 대부분이 아이보리 컬러의 패브릭(직물) 소재의 구멍송송 디자인이라, 스피커로서 디자인 자체는 대단히 수려하지만 장기간 사용 시 먼지나 오물 등이 끼일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인터넷 최저가 19만 원대 프리미엄 스피커에 걸맞은 디자인임은 확실해 보인다.

케이블 역시 일반 스피커와는 달리 납작한 형태의 플랫 케이블을 적용해 독특함을 강조했다. 이동형(포터블) 제품은 아니라서 전원 케이블이 필요한데, 전원은 스피커 쪽이 아닌 양 스피커의 중간 연결 부분에 함께 연결되니 케이블 처리가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로지텍 z600 스피커03
로지텍 z600 스피커03

양 스피커의 바닥에는 좌우 위치 표시가 있으며(고급 스피커는 좌우 구분이 기본이다), 우측 스피커 상단 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하여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시계 반대 방향이면 음량 줄임, 시계 방향이면 음량 높임이다. PC와 연결 시 이 볼륨 조절이 운영체제(MS 윈도)의 볼륨 조절로 대체된다(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는 제외).

로지텍 z600 스피커04
로지텍 z600 스피커04

전원부에는 전원 버튼, 블루투스 버튼, 외부 입력(AUX 잭) 단자, 마이크로USB 단자 등이 있는데, 외부 입력 및 USB 입력 단자는 바늘이나 핀 등을 사용해야 열 수 있도록 해뒀다. 마이크로USB 포트야 펌웨어 업데이트 등에만 사용되니 그럴 만하더라도, 외부 입력 단자까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나 싶다(그럴 거면 바늘이나 핀을 제품과 함께 넣어주든가).

로지텍 z600 스피커05
로지텍 z600 스피커05

결론적으로, PC용 스피커로 이만한 외형과 디자인이라면 귀보다 앞서 눈을 잡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또한 남과 다른 스피커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편견을 완전히 깨버린 풍부한 사운드에 화들짝

로지텍 z600은 블루투스 연결 스피커다.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모든 기기를 연결해 사운드를 출력할 수 있으며, 블루투스 미지원 기기는 USB동글(기본 포함, 주로 데스크탑 PC)을 통해 연결할 수 있다. 혹은 스테레오 연결 케이블(기본 포함)로 AUX 잭에 연결해 출력할 수도 있다. 특이한 것은 블루투스 연결 시 최대 3대의 기기를 동시에 연결하여 선택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동시 출력은 불가). 예를 들어, 노트북, 스마트폰, 데스크탑(USB 동글 사용)을 연결해 두고, 필요에 따라 해당 기기에서 출력하면 된다.

로지텍 z600 스피커06
로지텍 z600 스피커06

로지텍 z600 스피커07
로지텍 z600 스피커07

USB동글을 데스크탑에 꽂아 음악재생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까지는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사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려한 디자인 하나만으로 PC 스피커로서 인정하려 했다. 이윽고 기대와 달리 z600이 뿜어내는 묵직하면서도 풍부한 사운드가 적잖은 충격으로 들렸다.

'오호~ 요것 봐라…'

우선 작은 크기임에도 양쪽 스피커에서 퍼져 나오는 공간적 사운드에 흠칫 놀랐다. 리뷰어의 왼쪽 오른쪽에서 흘러 나온다기 보다 앞쪽 위에서 퍼져 내려 오는 듯한 느낌으로 들린다. 특히 여러 악기가 각각 연주되는 재즈 음악의 경우 각 악기음이 일절의 뭉침 없이 제 각각 흩어져 나오는 듯하다. 드럼 연타의 울림과 심벌의 카랑카랑한 금속성 소리가 정말 일품이다(재즈연주곡 'Take Five'를 들어보라). PC 스피커로 이 정도면 정말 수준급이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긴 하지만 그 가격에 어울리는 사운드라 평가한다.

책상 바닥이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힘있게 내려 앉은 베이스 음(중저음)도 인상적이다. 특히 영화 감상 시 더욱 도드라진다. 웅장한 배경음이 들어간 영화라면 더욱 좋다.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최근작 '맨오브스틸(Man of Steel)'이나 명품 뮤지컬 영화 '물랑 루즈(Moulin Rouge)'가 그러하다. 영화 내 엄청난 폭발음 속에서도 인물의 대사와 효과음은 명확하게 들린다. '영화감상의 7할은 사운드'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하는 스피커다. 영상 크기가 27인치든 13인치든 5인치든 상관 없다. z600처럼 사운드만 충실히 받쳐 주면 그만이다.

로지텍 z600 스피커08
로지텍 z600 스피커08

게임 실행 시도 마찬가지. 양쪽 스피커의 폭을 좁혀 양 귀로 가까이 하면 마치 헤드폰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웅장한 배경음이 깔리는 RPG류의 게임은 두 스피커 폭을 최대한 넓혀 즐기면 좋다.

고급 오디오 브랜드 제품 못지 않은 로지텍 z600

물론 본 리뷰어는 오디도 매니아나 전문가가 아니기에, 고가(高價)의 오디오 브랜드 제품과의 차이점을 기술적으로 짚어내기 어렵다. 설령 짚어낸다 해도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스피커와 100만 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스피커는 애당초 똑같은 수준일 수 없다. 그럼에도 감히 로지텍 z600을 그 제품들에 비유하는 까닭은 리뷰 서두에 언급한 대로, 오디오 전문 제조사가 아닌 키보드/마우스 제조사에서 만든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로지텍 브랜드 떼고 유명 오디오 브랜드를 슬쩍 달아도 우리 같은 일반 리스너(listener)들은 홀딱 속을 만하다. 마우스 분야에서 얻은 기술력과 명성을 스피커로도 유감 없이 주입한 덕에, 리뷰를 마친 후에도 한동안 로지텍의 다른 스피커 제품 정보도 훑어 보게 됐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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