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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인간처럼 학습하는 프로세서 '제로스' 공개

강일용

컴퓨터(스마트폰 포함)가 인간의 뇌를 모방해 제작됐다는 것은 모르는 이가 없다. 뇌가 하는 역할을 프로세서(명령 처리), 메모리(기억 대기), 저장장치(기억 보관)로 나눠둔 것뿐이다. 사실 컴퓨터가 뇌의 '성능'을 뛰어넘은 지도 꽤 됐다. 몇 가지 암산을 해보자. 숫자가 5단위만 넘어가도 뇌의 처리속도는 급격히 느려진다. 펜과 종이라는 기억 대기 도구의 힘을 빌어도 숫자가 10단위를 넘어가면 일반적인 인간은 결코 컴퓨터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럼에도 뇌에 비하면 컴퓨터는 한참이나 저급한 장치다. 뇌는 주변 환경을 인식(recognition)하고 학습(Learning)해 스스로를 개선해 나갈 수 있지만, 컴퓨터는 스스로 개선하지 못한다.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인식), 더 나은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학습) 등을 인간이 직접 입력해줘야 한다. 인간이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면 컴퓨터는 단순히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

컴퓨터는 정녕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학습할 수 없는 걸까. 많은 컴퓨터 공학자들이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고, 그 답은 결국 뇌 속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뇌의 신경세포 '뉴런'과 신경세포를 연결해주는 '시냅스'를 흉내 낸 '인공 뉴럴 네트워크(Artificial neural network)'를 고안해낸 순간이다.

학습하는 컴퓨터는 프로세서 제작사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 8월에는 IBM이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와 함께 뉴로시냅스칩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고, 인텔 역시 뉴럴칩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 제작사 퀄컴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10일(현지시각), 퀄컴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뇌처럼 학습하는 프로세서(Neural Processing Unit, NPU) '제로스(Zeroth)'를 공개했다.

퀄컴 제로스

제로스는 인공 뉴럴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해 퀄컴 R&D팀이 제시한 새로운 프로세서 아키텍처로, 3가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설계됐다. 첫째, 생물체처럼 학습하는 능력(Biologically Inspired Learning). 둘째, 인간처럼 주변환경을 인식하는 능력(Enable Devices To See and Perceive the World as Humans Do). 셋째, NPU 개념 정립(Creation and definition of an Neural Processing Unit).

생물체처럼 학습하는 능력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판단한다'로 정의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컴퓨터는 인간이 내린 명령에 대한 결과값만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제로스를 탑재하면 조금 얘기가 다르다.

퀄컴은 동영상을 통해 스스로 판단한다는 개념을 설명했다. 먼저 제로스를 탑재한 한 로봇에 색깔이 칠해진 타일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로봇은 기존 타일과 색상이 다른 6가지 타일을 찾아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컴퓨터와 같다. 그 다음 하얀색 타일을 찾은 로봇에게 '칭찬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로봇은 칭찬한다는 명령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서 '스스로' 또 다른 하얀 타일을 찾아냈다. 이 것이 스스로 판단한다의 핵심이다.

인간처럼 주변환경을 인식하는 능력이란 '뇌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퀄컴은 뇌의 신경세포를 연구해 뇌 동작 특성에 관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일단 뇌 신경 세포의 세포막에 특정 전압(인식)이 가해지면 두뇌신호(스파이크)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뇌는 이 스파이크 신경망 네트워크를 통해 감각을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구조를 제로스에 적용했다는 것이 퀄컴의 설명이다.

퀄컴 제로스

NPU란 인공 뉴럴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한 프로세서 유닛이다. 원래 프로세서는 코어 프로세서 유닛(CPU), 그래픽 프로세서 유닛(GPU),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 종류가 다양하다. 퀄컴의 최종 목적은 NPU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스마트폰 AP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퀄컴 제로스

CPU, GPU, DSP, 센서, 통신칩셋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폰 AP에 NPU가 포함되면 스마트폰은 또 한차례 큰 도약을 이뤄낼 전망이다. 터치스크린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명령을 내려야만 임무를 수행하던 스마트폰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 이를 사용자에게 알려준다는 것. 또, 인간의 결정보다 더 나은 판단을 찾아내 이를 대신 보여줄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로 구현해야 했던 예전과 달리 스마트폰이 하드웨어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작아진 컴퓨터가 아니라 진정 스마트한 전화기다.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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