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스티브 잡스가 여기 있네, 고교생이 만든 앱 '눈길'

안수영 syahn@itdonga.com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울 버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고교생이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최근 IT 분야에는 깜짝 놀랄 만큼의 기량을 발휘하는 어린 학생들이 많다.

GAP 동아리 작품 발표회 단체사진
GAP 동아리 작품 발표회 단체사진

과천중앙고등학교 프로그래밍 동아리 'GAP'에도 차세대 IT 산업을 선도할 인재들이 모였다. GAP은 앱 인벤터(App Inventor)라는 앱 개발 도구를 이용해 만든 프로그래밍 작품들을 14일 발표했다. 과천중앙고등학교는 소프트웨어 교육봉사단(이하 SW 교육봉사단)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들 중 하나다. 참고로 SW 교육봉사단은 토요일 오후나 방과 후에 초중고교에서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주는 자원봉사단체로, 대학 교수 및 IT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재능 기부 형태로 참여한다. SW 교육봉사단의 목적은 소프트웨어 전문 인재를 양성해 국내 IT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과천중앙고등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이지만, 학생들이 선보인 작품들의 수준은 아마추어 정도가 아닌 수준급이었다. 입학한 지 4달밖에 안 된 1학년 학생들도 앞다퉈 작품을 내놓았는데, 학생들의 창의력과 잠재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한 작품 모습
전시한 작품 모습

전시한 작품 모습
전시한 작품 모습

일상 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나 깨알 같은 재미를 담은 앱들이 많았다. 음식을 만들 때 조리가 완료되면 자동으로 알람을 울려주는 앱(MyLove, Food), QR 코드를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한 앱(simple QRcode scan&builder), 하나의 앱에 다양한 유틸리티 기능을 담은 앱(All in one Utilities), 야구 퀴즈 앱(Quiz me), 두더지 게임 앱(MoleMash) 등이 있었다. 학교 소개, 전화번호, 식단, 학생증 등을 담아 학교 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앱(중앙앱)도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 발표 장면
학생들 발표 장면

학생들의 작품 발표도 이어졌다. 'I Know'라는 앱은 지도와 웹뷰어를 결합해, 웹을 이용하듯이 원하는 장소를 검색하고 지도를 이용하듯이 원하는 위치도 즉시 찾을 수 있는 앱이다. 앱을 만든 이준호 학생은 "평소 원하는 장소를 찾아갈 때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고, 다시 지도 앱을 켜서 위치를 검색하는 것을 반복하기가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위치를 목적지로 지정하면 내비게이션처럼 길 안내까지 해 준다"고 설명했다. 발표도 똑 소리가 났다.

학생들 발표 장면
학생들 발표 장면

이날 행사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뿐만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융합실 강성주 융합정책관, 앱센터 김진형 이사장, 경기도교육청 과학직업교육과 김영일 과장, SW 교육봉사단에 참여하는 대학 교수들 등 각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융합실 강성주 융합정책관은 "정부도 IT 인재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겠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성장 가능성에 박수를 보낸다. 학생들이 선보인 작품들이 참 실용적이다. 학교 학생증을 앱에 넣은 것을 보니, 저 역시 공무증을 앱에 넣고 다니고 싶다"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강성주 융합정책관
미래창조과학부 강성주 융합정책관

GAP 동아리에 SW 교육봉사단의 소프트웨어 교육 수료증을 수여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수료증은 앱센터 김진형 이사장이 수여했다.

수료증 수여 장면
수료증 수여 장면

GAP 동아리 기장인 박상현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동아리를 통해 선생님과 친구들과 정보를 주고 받고 공부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부족한 점도 있지만 직접 만든 작품을 선보여 기쁘다. 장차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강성주 융합정책관이 남긴 응원
문구
미래창조과학부 강성주 융합정책관이 남긴 응원 문구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현재 국내 컴퓨터 교육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나친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컴퓨터 교육이 소외되고 있는데다, 컴퓨터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낮은 탓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컴퓨터 교육이란 실업계 학생들이 받는 직업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나,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를 배우는 정도로 협소하게 여긴다. 컴퓨터는 게임하고 노는 것에 불과하다고 오해하거나, 대학 입시와 관련이 없으니 공부하지 않아도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교육 부재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카이스트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4개 대학(카이스트, 포스텍, 서울대, 고려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공자 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입학 커트라인도 낮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내 IT 경쟁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향후 미래 산업은 ICT 분야가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면, 이러한 현상은 더더욱 우려된다.

SW 교육봉사단이 출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SW 교육봉사단은 방과 후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 IT 인재를 양성하고 IT 산업을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SW 교육봉사단은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알려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현재 컴퓨터 교육의 열악한 상황 때문에, 본 기자 역시 ‘한국은 더 이상 IT 강국이 아니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과천중앙고등학교에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다행스럽다. IT에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니 흐뭇하기도 하다. 이와 같은 인재들이 국내 IT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응원한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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