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안 노하우 - 제안서 디자인 (1)
제안 성공 노하우 17. 제안서 디자인
그래픽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그래픽은 텍스트와 달리 효과적인 설득의 두 가지 중요한 측면인 감성과 사실을 동시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평가의 역설'을 기억해야 한다. 제안서를 자세히 보는 실무자(공공 발주 시 발주처 간사)들은 평가의 영향력이 적고, 제안서를 자세히 볼 시간이 없는 의사결정자(공공 발주 시 평가위원)는 실무자들과 달리 그래픽, 그래픽 캡션, 제목, 강조 문구, 제안 요약(Executive Summary) 정도만을 보고 의사결정을 한다.
제안서 평가자가 되면 제안요청서 상의 질문과 요청을 제안서에서 확인하면서 "OOO 분야(본인의 관심 주제)는 어느 섹션에서 다루나요?", "어떤 업체의 제안에 가장 좋은 점수를 주어야 하나요?" 라는 두 질문을 함께 던져본다.
효과적인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인상을 주며, 평가자들이 이러한 질문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아래 그림과 같이, 기억력에 관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문자보다 그래픽을 2배 더 많이 기억했다. 또한 그래픽과 문자를 함께 봤을 때는 6배나 더 많이 기억했다. 기억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는 반복(Repetition)과 정보 습득의 다중성(Dual modes of acquisition, 문자와 이미지 등)이기 때문이다.
왜 제안서에서 기억력 유지가 중요할까?
제안서를 보면서 동시에 제안서 평가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제안서에서 다루는 정보 하나하나를 확인하면서 평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안서의 인상적인 정보만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기억에 남아 있는 정보가 얼마나 많고, 또한 얼마나 핵심적인 내용인지가 중요하다. 효과적인 제안서는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고 왜 자신들이 선정되어야 하는지 정확히 설명한다.
상당수의 제안 작성자들은 그래픽의 중요성을 모르고, 오히려 평가자들이 그래픽 때문에 제안서에 흥미를 잃는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평가자들은 과학자, 엔지니어, 회계부서 직원들로 사실만을 원한다" 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그래픽이 부족한 것을 정당화한다.
잘 된 그래픽은 사실을 말한다. 형편없고 부적절한 그래픽은 평가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평가자들은 비즈니스 문서, 잡지, 신문, TV, 영화 등을 통해 일상에서 화려한 그래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제안서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그래픽을 보길 원한다.
전문적인 그래픽은 고객의 눈길을 끌게 하고, 제안서 내용을 잘 설명한다. 효과적인 제안 조직은 비슷한 그래픽을 재사용해 시간을 절약한다. 만들기는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세일즈 프레젠테이션, 백서, Executive Summary, 제안서, 최종 브리핑에 계속 재사용할 수 있다. 상황과 매체에 따라 적절하게 옮기기만 하면 된다.
< 쉬플리 TIP>
제안서의 그래픽은 핵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무차별적인 개념도(Conceptual Diagram) 사용을 지양하라. 개념도가 페이지마다 나오면 고객은 더 이상 읽지 않는다. 그래픽으로 50% 이상을 채우지는 말라.
-장식용 그래픽, 꾸밈을 위한 컬러 사용을 금지하라. 그래픽과 컬러는 강조 효과가 있으므로 핵심 메시지의 전달을 방해한다.
그래픽 사용의 세부 원칙들
1. 고객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전략을 강조하고, 핵심 차별화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어떤 그래픽을 사용할지 결정하고 만들어라
1) 고객사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사의 솔루션이 선택되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 솔루션이 복잡할수록 자세한 문장보다는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항공기 엔진, 군납 비행기 등)
2) 차별화 요소를 시각화하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같이 비교하는 것이다.
- 현재 프로세스 / 제안된 프로세스
- 복잡한 프로세스 / 단순한 프로세스
- 과거 제품 / 신제품
- 나란히 비교되는 그래프, 바 차트, 파이 차트
2. 그래픽을 먼저, 텍스트를 나중에 작성하라
1) 작문하기 전에 어떤 그래픽을 사용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라. 그래픽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또한 이 순서대로 작성하면 텍스트 작성 시간의 1/3을 절약할 수 있다.
2)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일수록 문장으로 작성될 때 읽기가 어렵다.
3) 한 번 잘 만들어 놓은 그래프는 복잡한 텍스트 대신 언제든지 재사용될 수 있다.
< 쉬플리 TIP>
무절제한 그래픽 사용이 제안서를 망친다.
한국 제안서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필자(쉬플리코리아 김용기)는 그래픽의 무절제한 사용을 말하겠다. 국내 제안서 대부분은 장문의 헤드라인과 하나의 개념도로 채워져 있다. 특히, 내용과 무관하거나 내용과 일치하지 않은 개념도를 남발하는 것은 제안서 평가자가 하여금 제안서를 관심있게 읽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픽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래픽을 통한 전달 방법이 아무리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분량이 전체 제안서의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픽의 양이 너무 많으면 그 순간부터 그림은 핵심 메시지를 보여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잡다한 정보를 보여줘 평가를 방해하게 된다.
< 쉬플리 TIP>
이런 현상의 원인은 짧은 제안 기간과 짧은 평가기간, 제안서 개발 프로세스의 부재에 있다. 한국의 조달청을 중심으로 한 공공 부분의 발주는 대체로 그 제안 기간이 짧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불황을 염려한 정부는 그 발주 기간을 더 짧게 했다. 통상적으로 시스템 통합(SI) 관련 프로젝트들의 제안서 작성 기간은 2주에서 3주 정도다. 이런 조달 시스템에 훈련된 업체들은 제안서의 내용이 개념도 형태로 들어간 템플릿(템플릿에 내용이 전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음)을 짜깁기 하는 형태로 제안서를 완성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지 않는다.
또한, 평가 시간이 짧다. 업체들은 평가 시간이 짧을수록 제안서의 내용보다는 인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멋지고 화려한 그래픽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이 타당한 측면은 있다. 짧은 시간 평가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압도적으로 그림이 유리하다. 그러나 문제는 ‘핵심 메시지’가 아닌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핵심 메시지가 방해를 받아서 전달이 안 된다는 점이다.
대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래픽은 많아도 50%를 넘지 않도록 하라. 평가위원들이 제안서를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어떤 그래픽을 선택할 것인지 사전에 결정하라. 이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고, 이것이 어떻게 그래픽으로 표현되는지를 '기획'하게 한다. 셋째, 개념도는 최소화하고, 다양한 그래픽(차트, 사진, 삽화, 도표) 기법을 사용해 메시지 전달의 효율성을 높여라. 넷째, 그림을 설명하는 설명문(캡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메시지 전달의 완성도를 높여라.
글 / 쉬플리코리아 김용기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쉬플리코리아
쉬플리코리아(대표 김용기, http://www.shipleywins.co.kr)는 제안 및 입찰 전문 컨설팅 기업인 '쉬플리'의 한국 지사이며, 국내 유수의 방위 산업체에 제안과 관련된 각종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쉬플리코리아 김용기 대표
김용기 대표는 7년 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쉬플리 아시아 퍼시픽과 함께 2008년 4월 쉬플리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 국내 유수 방위 산업체 및 7개 기업에 20여 개 제안 프로젝트를 시행했으며, 80% 이상의 높은 사업 수주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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