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번역기의 비트박스, 한번 들어 보실래요?

혹시 구글(Google) 번역기의 비트박스를 알고 있는가? 구글 번역기 사이트(http://translate.google.com/)에서 'zk pv zk bschk pv zk pv bschk zk bschk'같은 의미 없는 단어들을 번역 창에 넣으면 ‘듣기’ 버튼이 'Beatbox'로 바뀐다. 이 버튼을 누르면 '품칫 품치키'하는 재미있는 비트박스 소리가 들린다.

이처럼 개발자들이 자신의 창작물에 숨겨 놓은 것을 '이스터에그(Easter Egg)'라고 한다. 이스터에그는 구글 같은 서비스부터 PC프로그램, 게임, 영화, 책, DVD타이틀 등 다양한 창작물에 숨겨져 있다.

이스터에그 = 부활절 달걀

이스터에그는 예쁘게 꾸며 부활절에 나눠주는 달걀을 말한다. 부활절에 상대방을 축복하는 의미로 삶은 달걀을 다른 사람의 머리에 부딪쳐 껍질을 벗겨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삶은 달걀 사이에 날달걀을 넣어 장난을 치곤 했다.

지금은 이스터에그가 장난 치는 것의 뜻보다는 '기능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몰래 숨겨 놓은 것'이나 '개발자들이 남긴 자신만의 표시'라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구글의 '비트박스'처럼 주로 익살스러운 내용이 많다.

개발자는 보는 사람이 자신이 남긴 표식을 찾아주길 바라고, 사용자는 그것을 찾음으로써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낀다. '나는 찾았다'는 묘한 '매니아적인 우월 의식'도 느낄 수 있다.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의 재미있는 놀이 같은 것이다.

대표적인 이스터에그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이스터에그도 찾아야 제맛이다. 이번 기사는 이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스타크래프트의 노래하는 시즈탱크

이스터에그가 특히 많은 분야는 게임이다. 대표적인 이스터에그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스타크래프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각 유닛을 연타하듯 클릭을 계속하면 캐릭터마다 숨겨진 대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시즈탱크(공성전차)'는 "따다라 따다~ 따따라 따다~"하는 '발키리의 여행' 노래를 부른다.

웹 브라우저로 장난치기

구글은 흥미로운 이스터에그를 많이 만든다. 이중 'zerg rush(저그 러시)'가 대표적이다. 구글 검색창에 'zerg rush'라고 치면 'Google'의 빨간색과 노란색 'o'자들이 나타나 검색 결과를 모두 먹어치워 버린다. 공격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이들을 마우스로 누르자. 그러면 'o'의 피가 닳으면서 없어진다. 이 이스터에그는 스타크래프트 출시 14주년을 기념하려고 만들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 검색창에 'askew' 또는 'tilt'라고 쳐보자. 화면이 오른쪽으로 살짝 기우뚱해진다(이래도 검색은 된다).

특정 웹 브라우저에서만 먹히는 이스터에그도 있다.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Chrome)에서 구글 시작 페이지 검색창에 'do a roll'이라고 친다. 문장을 다 치기도 전에 화면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아간다. 모질라 파이어폭스에도 이색적인 이스터에그가 있다. 파이어폭스 주소창에 'about:mozilla'를 입력하면 살짝 으스스한 빨간 화면이 나타난다. '모질라서(성경의 패러디)'의 한 구절이라는데 무슨 뜻인지는 아리송하다. 또한, 검색창에 'about:robots'이라고 치면 로봇이 인류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볼 수 있다.

곰플레이어의 총알 피하기 게임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곰플레이어'에도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다. 곰플레이어의 '프로그램 정보'에서 곰 발바닥 모양을 두 번 누르면 총알을 피하는 게임인 '닷지'가 나타난다. 간단한 게임 같아 보여도 총알이 무척 빠른 속도로 움직여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 미니 게임인데 서버에 기록도 등록할 수 있다. 3초도 버티기 힘든 게임의 최고 기록이 209.12초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젤리빈이 날아다녀요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를 사용 중이라면 이스터에그를 찾아보자. 설정메뉴에 있는 휴대전화 정보의 '소프트웨어 버전(모델에 따라서는 운영체제 버전)' 항목을 마구 누르면 귀여운 캐릭터 그림이 나타난다. 이 그림은 버전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진저브레드 버전은 '좀비와 안드로이드 캐릭터' 그림이 나온다. 젤리빈 버전은 귀여운 콩 젤리 모양의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떠다닌다. 여기서 다 말하면 재미없으니 자신의 스마트폰 등에서 직접 실행해보자. 참고로 안드로이드 이스터에그는 진저브레드 버전 이상부터 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에는 'A113'이?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는 자사의 애니메이션에 '깨알'같이 'A113'이란 단어를 숨겨놓고 있다. '토이스토리'의 차 번호판, '니모를 찾아서'의 잠수부 카메라, '라따뚜이'의 쥐 인식표, '업'에서 할아버지가 찾아간 법정의 방 번호 등. A113은 픽사의 수석 애니메이터나 감독들이 나온 칼아츠(CalArts)의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강의실 번호다. 이 단어는 영화 보는데 색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실제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관람객들이 영화 속 'A113'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

책 속에 남긴 편집자의 한마디 '참한애인구함'

북스피어 출판사는 꾸준히 책 속에 이스터에그를 넣고 있다. 그중 재미있는 이스터에그를 소개한다. '레벨7'이라는 책 속의 옮긴이 소개의 첫 줄을 세로로 읽으면 ‘참한애인구함’이 된다. 북스피어는 이스터에그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독자들과 이스터에그를 찾는 미션을 시행하기도 한다. 더 많은 북스피어의 이스터에그는 북스피어 블로그(http://booksfear.com/191)에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이스터에그는 무척 많으며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 두 눈에 불을 켜고 이스터에그를 찾아보자. 마치 숨겨둔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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