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속 잠자리채, '우리동네 곤충친구' 이야기
한 마리 예쁜 나비가 날아든다. 풀잎 흔들리는 소리, 바람소리도 들린다. 귀여운 무당벌레가 나뭇잎에 앉아 이슬을 마신다. 어디 풀숲에서 있을 법한 장면이 아이패드에서 현실이 됐다. NCSOFT가 내놓은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우리동네 곤충친구' 이야기다.
우리동네 곤충 친구는 유아용 곤충 백과 앱이다. NCSOFT가 야심 차게 내놓은 곤충 백과 시리즈 중 두 번째 앱으로, 30가지 곤충을 생생하게 다룬다. 우리에게 친숙한 매미, 나비, 무당벌레 등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화려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다정한 목소리로 곤충의 습성, 생김새 등도 설명해줘 아이들이 동화책을 보듯 이야기에 쏙 빠져든다. 곤충 이야기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학문적으로 봐도 뛰어나다. 곤충마다 학술 명을 꼼꼼히 표기하고, 애벌레가 알 껍질을 먹는다든지 땅강아지가 자신의 아기를 잘 지킨다든지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앱 속에 녹여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래서일까? 출시한 지 2달밖에 안됐는데(2013년 1월 출시) 꽤 성과가 좋다. 애플 앱스토어의 ‘에디터가 선정한 앱’에도 뽑히고, '이번 주의 앱'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작인 '숲에서 만난 곤충'만큼 화려한 수상 경력은 없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 앱이다.
이에 IT동아는 NCSOFT 교육사업실 한기연 실장을 만나 NCSOFT의 교육 이야기를 들어봤다.
NCSOFT가 교육용 앱을 만든다고?
리니지, 아이온 등 대작 게임을 줄줄이 만든 NCSOFT가 교육용 콘텐츠에 공을 들여왔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무래도 몬스터를 '사냥'하고 캐릭터끼리 '싸우는' 게임을 만드는 곳이 갑자기 아기자기한 곤충들에 관심을 둔다니 신기할 수밖에.
재미있는 야구백서
NCSOFT가 교육용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큼 교육 시장에서 위상도 높다. NCSOFT가 교육용 콘텐츠를 만든 것은 2011년부터다. 그해 말, 아이패드용 '재미있는 야구백서' 앱을 무료로 출시했다. 프로야구 제9구단을 창단하면서, 야구를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에게 재미있게 야구를 설명해주고 싶다는 꿈을 품었기 때문. 허구연 해설위원도 앱 제작에 동참했다. 무료로 야구 해설에 참여한 것. 야구백서 앱을 실행하면 허 의원이 구수한 목소리로 야구 규칙을 설명한다. 반응도 무척 좋았다. 이 앱은 2011년 애플 앱스토어에서 선정한 최고의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도 야구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정말 공부하는 마음으로 많이 알아봤습니다. 만약 야구를 좀 알았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앱을 만들지 못했겠죠. 허구연 의원님도 좋은 일이니 흔쾌히 동참해주셨습니다."
그 후 NCSOFT는 창작 동화 전자책(eBook) 앱도 만들고, '타요의 우주 여행' 앱도 만들었다. 한 실장은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아이들이 뭘 좋아할지에 자연스럽게 관심 갖게 됐다"고 전했다.
숲에서 만난 곤충, 우리동네 곤충친구
"아이들은 꼭 뭐 하나에 빠지곤 하잖아요. 그게 자동차일 수도 있고, 공룡일 수도 있고. 그러다 '곤충'에도 많이 빠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지금은 너무 도시화돼서 우리 때와 다르게 아이들이 곤충 볼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곤충을 공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 앱을 제작하게 된 거죠."
우리동네 곤충친구의 형뻘인 숲에서 만난 곤충'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이었다. '내용이 좋고 디자인도 예쁘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애플 앱스토어가 선정한 '2012년을 빛낸 최고의 앱'에도 선정됐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관심도 높았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최고 아동용 앱(Best Apps for Kids)'으로 선정했고, 아시아 스마트폰 앱 콘테스트 심사단은 은상을 수여했다.
잘하는 일을 열심히'까지' 하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
"NCSOFT의 비전은 '즐거움으로 연결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에요. 교육용 콘텐츠 제작도 NCSOFT의 비전을 이뤄가는 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멀티미디어를 다루는 일을 잘합니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교육용 앱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부족한 것도 너무 많았죠. '정말 진짜로' 열심히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했다'는 말을 하는 한 실장의 눈은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 정말 열심히 했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아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으리라. 한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주 적극적으로, 발로 뛰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한 실장은 열심히라는 말을 몇 번씩 강조했다).
"곤충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무작정 학계 전문가들을 찾아뵙고 하나부터 열까지 배웠습니다. 다행히 자기 일에 열정과 애착을 가진 분들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아마 앱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우등생이자 모범생이니 성과가 나올 수밖에. 시장의 긍정적 반응과 화려한 수상 경력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앞으로 NCSOFT가 어떤 교육용 콘텐츠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곤충 백과 시리즈 앱은 아직 아이패드용만 있다. NCSOFT는 현재 2편까지 내놨으며, (처음 계획했던) 3편을 선보인 후 안드로이드용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어린이 생활 과학 앱을 생각하고 있다. 알기 쉬운 생활 속 사례들로 과학에 접근하는 것이다. 세탁기로 원심력을 공부하는 식이다.
NCSOFT는 영어 학습 게임 '호두 잉글리시'의 모바일 버전도 다양한 것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PC버전은 학원과 연계한 커리큘럼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한 실장은 "아이들의 반응이 무척 좋다"며, "아이들은 영어를 '공부'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호두 잉글리시는 'Speaking'에 특히 무게를 뒀다. 자녀의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라면 솔깃할 만하다.
한 실장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역시나 확고한 목소리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른들이 봤을 때도 재미있는 교육용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저희가 잘하는 일을 아주 열심히 할거고요. 그렇게 한다면 쓰시는 분들도 분명 만족하실 거라 믿습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