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공중에 '둥둥', 투명 디스플레이 시대 활짝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흔히 보던 '만지지 마시오'이라는 경고문이 곧 사라질 지도 모른다. 멀리서 조용히 바라봐야만 했던 미술관, 박물관, 전시장이 움직이고, 만지고, 느끼는 형태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며 그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바로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화면의 뒤 배경이 비춰 보이는 형태의 표시장치다. 영상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소자를 필요에 따라 투명 유리창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산화물 박막트랜지스터(TFT- Thin Film Transistor)를 이용하여 구현되는 이 기술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불투명했던 기존 디스플레이 구동용 TFT와는 달리 실리콘을 대체하는 산화물 반도체를 이용해 투명한 TFT를 사용한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면 쇼케이스 안에 넣어둔 전시물과 유리창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동시에 관람자가 볼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인 정보전달이 가능하다.

또한 투명 디스플레이와 햅틱(촉감) 기술을 함께 사용하면 전시되어 있는 물건을 실제로 사용하는 듯한 쌍방향 체험을 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대전 지질박물관 등에서 실제로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고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고 지난 여수 엑스포에서도 투명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다.

투명 쇼케이스, 상업적 가능성 무궁무진

투명 디스플레이는 상업적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다. 제품의 홍보나 광고에 활용되는 쇼케이스에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상품 진열과 광고영상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의 확대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 리서치기업 유비산업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전망과 기술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은 4년 뒤인 2017년 10억 달러 시장을 형성한 뒤 2022년에는 10배로 늘어난 100억 달러(한화 약 10조75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 했다.

디스플레이 선도국 대한민국, 개발 박차

최근 개최된 세계 최대규모 가전 전시회 CES 2013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중국의 하이얼 등이 대형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신제품을 선보여 기술력을 뽐냈고 전세계 대표적인 가전 기업들도 앞다투어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LCD를 활용한 투명 디스플레이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투명 OLED 관련 특허는 전 세계적으로 약 232건 출원됐다. 이중 한국 국적 건수가 약 136건으로 전체의 58.6%를 차지하고 총 등록 건수(90건) 중에서도 약 70% 이상이 한국 기술이다.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의 확대와 제품 수요의 빠른 증가세를 방증하듯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 중소기업의 약진

국내 투명 디스플레이 기술은 중소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막대한 R&D 재원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대기업과는 달리 좀더 독창적인 기술개발에 앞장서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대전 지질박물관 내 3D 체험관을 구축한 3D전문기업 케이디씨(대표 채종원)는 기존 전시용 디지털 쇼케이스를 대체할 다중 레이어 방식의 투명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22인치, 46인치 두 가지 모델의 투명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레이어(Layer, 여러 개의 화상을 겹쳐서 표시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층)를 여러 장 겹쳐 만든 '다중 레이어' 방식을 적용해 증강 현실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보다 실감 나게 제공할 수 있다. 케이디씨는 다중 레이어 구현에 대한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공중에 떠있는 효과를 구현하는 '플로팅 디스플레이'나 시설 안내를 위한 '디지털 사이니지', 입체 영상을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는 '3D 미디어 테이블' 등에 다양하게 응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상업용 투명 디지털 디스플레이 쇼케이스 제품, '트랜스룩' 역시 중소기업 바이널아이(대표 조홍래)가 만들었다. 이 제품은 투명LCD를 활용한 디스플레이로 주로 명품 전시, 제품 프로모션 등에 쓰이는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이다. 투명디스플레이 제품에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단순 영상 플레이에만 의존한 타 제품보다 제품 홍보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 제품은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세계일류상품 차세대 일류상품'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시공테크(대표 박기석) 역시 투명 디스플레이 패널에 실제 사물 위치를 고려한 가상 이미지를 투영하는 시스템 및 그 방법에 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주력사업인 전시관, 과학관, 홍보관, 체험관 및 신규사업 아이템으로 투명 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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