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4 아이패드 프로 공개... '생성형 AI' 업고 회심의 반격 나선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7일, 애플이 M2 칩을 탑재한 아이패드 에어 11 및 13과 M4 칩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를 각각 공개했다. 아이패드 에어는 기존 11인치에 13인치가 추가됐고, 아이패드 프로는 새로운 M4 칩 탑재와 함께 화면 크기가 11인치 및 13인치로 각각 출시된다. 특히 매킨토시에 먼저 탑재되던 새로운 애플 실리콘이 이번에는 아이패드 프로로 먼저 소개돼 화제다.
애플 M4 칩은 2세대 3나노미터 공정의 시스템온칩(SoC)으로, 기존 뉴럴엔진을 다듬어 생성형 AI에 대응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늦게나마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를 지원하는 점에 주목하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생성형 AI 시장이 애플 생태계에 힘입어 다시 랠리를 시작할지를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애플 M4 칩이 AI 반도체 업계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짚어본다.
생성형 AI 등에 업은 ‘아이패드 프로’
애플 아이패드 프로는 실버, 스페이스 블랙 두 색상으로 출시되며, 11인치와 13인치 두 가지 사이즈로 제공된다. 이중 13인치는 크기는 유지하면서 화면은 0.1인치 더 커졌고, 두께는 5.1mm로 역대 애플 제품 중 가장 얇다. 무게도 전작은 13인치가 684g이었는데, 582g으로 크게 줄었다. 11인치도 두께 5.3mm에 무게 446g으로 얇고 가볍다. 얇아진 만큼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있겠으나, 휴대성은 확실히 좋아졌다.
화면은 두 장의 OLED 패널을 겹쳐 휘도와 균일성을 끌어올린 울트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 밝기는 SDR 및 XDR 기준 최대 1000니트, 고명암 대비(HDR)에서 최대 1600니트까지 상승한다. 이중 1TB 및 2TB 모델은 주변 반사광을 극적으로 줄이는 나노 텍스처 디스플레이 글래스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작동 화면에 따라 주사율이 가변 하는 프로모션 기능은 전 모델에 적용됐다.
프로세서는 프로모델 모두 M4 칩을 탑재하지만 256GB 및 512GB 모델이 9코어 CPU 및 10코어 GPU, 1TB 및 2TB 모델이 10코어 CPU 및 10코어 GPU로 등급이 나뉜다. 메모리는 9코어 CPU가 8GB 메모리, 10코어 CPU 모델이 16GB를 탑재한다.
또한 2017년 애플 바이오닉 A11 칩부터 탑재된 뉴럴엔진에 차세대 머신러닝 가속 기능을 더해 최대 38TOPS(1TOPS당 초당 1조 회 연산 처리)의 AI 처리 성능을 제공한다. 또한 공정 심화를 통해 M2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해도 최대 1.5배 빠른 CPU 성능을 제공한다. 애플 측은 아이패드OS가 코어 ML같은 첨단 프레임 워크를 갖춰 개발자가 손쉽게 인공지능 모델을 구성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카메라 및 주변 하드웨어는 큰 변화가 없다. 전작과 동일하게 12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를 탑재하며, 전면 트루뎁스 카메라가 노트북 형태일 때 더 쓰기 좋도록 가로로 위치가 바뀌었다. 오히려 광각 카메라는 하나가 빠졌다. 커넥터는 40Gbps 전송 속도의 썬더볼트 3 / USB 4 단자가 배치됐고, 4개의 스피커 오디오와 4개의 스튜디오급 마이크를 각각 갖춘다. 이외에도 새로운 매직 키보드 및 스마트 폴리오, 호버링까지 지원하는 새로운 애플팬슬 프로가 함께 공개됐다.
가격은 아이패드 에어 11이 89만 원대, 13이 119만 원대고, 선택 가능한 저장공간은 128GB에서 1TB 사이다. 아이패드 프로는 11이 149만 원대, 13이 199만 원부터 시작하고, 256GB부터 2TB 용량을 선택할 수 있다. 출시일은 추후 공개된다.
아이패드 프로, 왜 M3 아닌 M4 탑재했나?
이번 발표의 쟁점은 예상보다 빠르게 등장한 생성형 AI 지원 칩이다. 애플은 2020년 11월에 처음 첫 애플 실리콘을 발표했다. M1 칩은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13에 먼저 탑재됐고, 이어서 21년 4월에도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 M1이 탑재됐다. 이후 애플은 22년 3월 아이패드 에어 5세대 모델에도 M1 칩을 적용했고, 22년 10월에 M2 아이패드 프로를 공개했다. 이후 2년 간 신규 태블릿 라인업이 없었고, 2023년 10월에 애플 M3 칩이 공개됐으니 원래라면 M3 아이패드 라인업이 등장해야 했다. 그런데 애플은 M3를 건너뛰고 M4 칩을 선보였다.
그 배경에는 애플이 계속해서 시장의 증명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엔비디아, AMD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생성형 AI로 주가를 높이는 와중에 애플은 침묵했다. 애플 역시 2017년 A11 바이오닉 이후 AI 기능을 계속 다뤄왔지만, 생성형 AI처럼 사용자가 다루는 게 아닌 고정된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학습 기반의 폐쇄형 AI였다. 즉 생성형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AI 전략을 수정해야 해 결정이 늦었다.
하지만 생성형 AI에 대한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자, 지난 2월 팀 쿡 최고 경영자도 ‘생성형 AI’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꺼내며 시장 진입을 시작했다. 당시 팀 쿡은 “우리는 계속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올해 말에 진행 중인 작업의 세부 내역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몇 개월 만에 바로 생성형 AI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애플이 본격적으로 생성형 AI 시장에 진입한 만큼, 다음 달 개최되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도 많은 AI 관련 소식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데이터센터용 AI 칩을 위한 ‘프로젝트 ACDC(Apple Chip for Data Center)’를 준비하며, 이를 통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WWDC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한 애플 아이폰 16의 공개, 시리 2.0 혹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도입을 통해 새로운 AI 모델을 선보인다는 소문도 있다. 무엇을 예상하든 M4만큼 파격적일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애플은 애플 실리콘에서 AI 모델을 구축하는 프레임워크 MLX와 딥러닝 모델 라이브러리 MLX 데이터를 선보여 생태계 확보에 나섰고, 이번 M4를 계기로 생성형 AI 생태계 확보의 진정성을 확보했다. 물론 아이패드 자체는 생성형 AI 개발에 적합하진 않으나, 존재만으로도 AI 생태계 전반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언제나 신중했던 애플이 생성형 AI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만큼, 앞으로 AI 시장의 윤곽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