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참여 늘어난 CVC, 전체 투자 시장에서 31% 차지

[IT동아 권명관 기자]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발간한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리포트에 다르면, 2022년 기준 국내 기업형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 투자 규모는 전체 벤처캐피탈(이하 VC) 투자 규모의 31%에 달했다.

금융업이 아닌 산업 분야의 기업은 자신들의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찾고, 투자하는 전문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로 조성한 펀드 또는 기업을 CVC라고 한다. 대기업일 경우 법적인 제약 등으로 인해 CVC를 설립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난 2021년 12월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를 허용한 이후 대기업이 독립법인 CVC를 설립하는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CVC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CVC는 일반 기업이 투자하는 전략적인 측면을 포함한다. 기본적으로 VC 바탕의 펀드 유지 기간은 대부분 7~8년 수준으로, 초기 4년 정도 공격적으로 투자한 뒤, 남은 기간 동안 보수적으로 운영하며 투자 수익 실현에 집중한다. 반면, 대기업의 CVC는 정해진 기간 없이 보다 전략적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번 리포트에서 국내 CVC 를 ‘비금융업 일반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금융자본’으로 정의하며, 자본 운용주체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GS벤처스’, ‘롯데벤처스’처럼 기업이 투자 전문 자회사를 설립해 자본을 운용하는 '독립법인 CVC', ‘네이버D2SF’, ‘현대자동차 제로원’처럼 사내에 투자 전담부서를 만들거나 전담 인력을 할당해 자본을 운영하는 '사내부서 CVC', 외부 벤처캐피탈 펀드에 출자하는 '펀드출자 CVC(외부 벤처캐피탈의 펀드에 출자하는 경우)’로 구분했다.

왼쪽부터 독립법인 CVC, 사내부서 CVC, 펀드출자 CVC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왼쪽부터 독립법인 CVC, 사내부서 CVC, 펀드출자 CVC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17.2조 원 규모였던 전체 VC 투자 규모는 2022년 경기침체로 인해 14.3조 원으로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CVC 투자 규모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4.5조 원 규모를 유지하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늘었다. 또한, 투자데이터의 한계를 범부처 벤처투자실적과 비교해 보정하면 5조 원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CVC 투자 규모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국내 CVC 투자 규모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CVC 유형별 운영현황에 따르면, 독립법인 CVC는 201개(19%), 사내부서 CVC는 863개(81%)로 총 1064개의 CVC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기업 CVC를 제외하면, 국내 독립법인 CVC는 176개(19%), 사내부서 CVC는 773개(81%)로 총 949개다. 또한, 전체 CVC 가운데 국내 대기업이 보유한 CVC는 199개로 전체 CVC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독립법인 CVC는 33개, 사내부서 CVC는 166개로 나타났다.

CVC 유형별 운영현황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CVC 유형별 운영현황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CVC 유형별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투자건수와 총 투자금액을 분석한 결과, 전체 약 7,000건의 투자건수 가운데 운영주체별로는 독립법인 CVC의 투자(68%)가, 기업구분별로는 非대기업의 투자(64%)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립법인 CVC의 개수가 사내부서 CVC 개수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적지만, 투자건수는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독립법인 CVC의 투자가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CVC 유형별 총 투자건수 및 총 투자금액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CVC 유형별 총 투자건수 및 총 투자금액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기업이 참여하는 CVC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해당하는 대기업집단 82개 그룹 가운데 CVC 투자활동 이력을 확인한 곳은 52개(63%)에 달했다. 이중 독립법인 CVC 운영 이력은 30개 그룹(37%), 사내부서 CVC 운영 이력은 46개 그룹(56%), 둘 다 운영은 24개 그룹(29%)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를 허용한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대기업의 독립법인 CVC 설립은 크게 늘어났다. 대기업 독립법인 CVC 36개 중 2022년 이후 설립한 곳은 7개로 19%에 해당한다.

대기업 CVC 설립 현황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기업 CVC 설립 현황 / 출처=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와함께 대기업의 사내부서 CVC 투자건수 및 투자금액도 빠르게 늘어났다. 대기업 사내부서 CVC는 2016년 사내부서 CVC 투자 전체 147건 중 29%를 차지했지만, 2022년 사내부서 CVC 투자 전체 590건 중 42%를 차지했다. 또한, 대기업 사내부서 CVC의 총 투자금액 연평균 증가율은 56%로, 2022년 전체 사내부서 CVC 투자금액의 51%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큰 금액인 1조 3555억 원 규모다.

중견기업 투자 참여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필요

2022년 CVC 투자금액 중 60%는 사내부서 CVC에 의한 것이고, 사내부서 CVC 투자금액 중 절반은 대기업 투자에 해당한다. 2022년 CVC 총 투자금액의 40%를 대기업이 차지했는데, 독립법인 CVC 투자금액의 23%, 사내부서 CVC 투자금액의 51%가 대기업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非대기업은 사내부서 CVC보다 독립법인 CVC 위주로 투자하며 사내부서 CVC 투자가 저조했다. 2022년 非대기업은 CVC 투자금액의 44%를 차지했는데 이를 운영주체에 따라 나누어 살펴보면, 독립법인 CVC 투자금액의 69%, 사내부서 CVC 투자금액의 33%를 非대기업이 차지했다.

즉, 대기업은 사내부서 형태로, 非대기업은 독립법인 형태로, 각각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CVC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지속 확대와 더불어 자금력 있는 중견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은 중견기업의 전략적 본계정 투자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CVC를 계열사로서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20조는 일반지주회사의 제한적 CVC 보유를 허용하고 있는데, 조사 결과 2022년 기준 이 법령을 적용받는 일반지주회사 158개 중 대기업은 47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11개 기업은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을 제한하고자 도입한 규제가 실제 중견기업 CVC의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라며, “중견기업 CVC 설립을 촉진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분리해서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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