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어려워지는 콘솔 게임 최적화, 40프레임 모드가 대안될까?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최근 콘솔 게이머들 사이 화두 중 하나는 ‘최적화’다. 기대에 못 미치는 최적화 수준으로 실망을 안기는 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다.

일례로 지난 12일 예약판매를 시작한 기대작 ‘스타필드’가 엑스박스 콘솔에서 초당 30프레임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만을 샀다. 지난 22일 출시된 ‘파이널 판타지16’도 성능 모드에서 해상도가 최저 720P까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초당 60프레임을 완벽히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널 판타지16. 출처=스퀘어에닉스
파이널 판타지16. 출처=스퀘어에닉스

초당 프레임 수치(Frames Per Second)는 1초에 몇 장의 화상(프레임)이 표시되느냐를 나타내는 수치다. 높을수록 화면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과거만 해도 콘솔 게임에서는 30프레임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시리즈 X 등 이른바 9세대 콘솔 게임기 등장 이후 60프레임 이상을 지원하는 게임들이 부쩍 늘었다.

60프레임 이상 높은 프레임 수치에 이미 익숙해진 게이머들은 다시 30프레임 게임이 등장하는 걸 상황을 퇴보로 받아들인다. 지난해에도 ‘고담 나이트’, ‘플래그 테일: 레퀴엠’이 출시 당시 30프레임 모드만 지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플래그 테일: 레퀴엠’은 이후 비판을 수용해 60프레임 모드를 패치로 추가 제공하기도 했다.

출시 당시 30프레임 모드만 지원해 실망을 안겼던 '플래그 테일: 레퀴엠'. 출처=포커스 엔터테인먼트
출시 당시 30프레임 모드만 지원해 실망을 안겼던 '플래그 테일: 레퀴엠'. 출처=포커스 엔터테인먼트

이러한 현상을 게임 성능을 최적화하는 실력과 노력의 부족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필연적인 흐름으로 본다. 게임 기술 분석 매체 디지털 파운드리는 “파이날판타지16은 현세대 60프레임 게임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면서 “그래픽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밀어부치려면 콘솔 자원을 최대한 끌어써야 한다. 이는 60프레임이 항상 달성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파운드리의 리처드 레드베터는 지난해 이미 “현세대 전용 타이틀이 늘어날수록 60프레임 지원 게임이 점차 줄어들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전 세대 콘솔 호환까지 고려해서 게임을 개발했던 이전과 달리, 점차 현세대 콘솔에 맞춰 그래픽 품질을 끌어올리려는 게임들이 늘어날수록 60프레임 달성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게 40프레임 모드다. 40프레임 모드는 인섬니악게임즈가 ‘라쳇 앤 클랭크:리프트 어파트’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게임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마블 스파이더맨 리마스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등이 모두 40프레임 모드를 지원한다.

40프레임 모드를 첫 도입한 ‘라쳇 앤 클랭크:리프트 어파트’. 출처=인섬니악게임즈
40프레임 모드를 첫 도입한 ‘라쳇 앤 클랭크:리프트 어파트’. 출처=인섬니악게임즈

40프레임 모드는 높은 해상도와 그래픽을 원하지만 30프레임에는 아쉬움을 느끼는 이용자들을 위한 절충안을 제시한다. 단순히 프레임 수치만 보면 30프레임과 비교해 10프레임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체감 효과는 훨씬 크다.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간격을 나타내는 프레임 시간이 60프레임의 16.6밀리초(ms)와 30프레임의 33.3밀리초의 중간값인 25밀리초기 때문이다.

다만 40프레임 모드가 보편화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바로 120Hz 디스플레이의 보급률이다. 40프레임 모드는 120Hz 디스플레이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40프레임 모드는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고급 TV나 게이밍 모니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LG전자의 OLED TV. 출처=LG전자
아쉽게도 40프레임 모드는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고급 TV나 게이밍 모니터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LG전자의 OLED TV. 출처=LG전자

그간 콘솔 게임들이 30프레임과 60프레임이라는 수치에 맞춰 게임을 최적화한 건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의 주사율이 60Hz였기 때문이다. 주사율이 60Hz라는 건 1초에 화면이 60번 번 깜빡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초당 60프레임을 60Hz 디스플레이에서 표시하고자 하면 화면이 한 번 깜빡일 때에 맞춰 프레임을 갱신하면 된다. 30프레임은 화면이 두 번 깜빡일 때마다 한 번 프레임을 갱신하면 된다.

하지만 40프레임은 이처럼 정수로 깔끔하게 나뉘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프레임마다 간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프레임 사이 간격이 일정하지 않으면 화면이 부자연스럽게 끊기거나 떨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반면 120Hz 디스플레이라면 40프레임을 일정한 간격으로 갱신할 수 있다. 화면이 세 번 깜빡일 때 한 번 프레임을 갱신하면 되기 때문이다. 120Hz 디스플레이가 등장하기 전까지 40프레임 모드가 존재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40프레임 모드가 120Hz 디스플레이에서만 이용 가능하다는 사실은 40프레임 모드가 일부 고급 TV나 고주사율 모니터를 소유한 게이머들만 누릴 수 있는 기능이라는 걸 의미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지난해 120Hz 이상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TV 패널 출하량을 2500만 대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2억 325만 대로 집계된 전 세계 TV 출하량의 12%에 불과한 수치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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