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의실] 고속·대용량 디카 메모리를 저장 장치로?

[IT동아 차주경 기자] 최근 디지털 카메라용 메모리 카드(이하 메모리 카드)의 성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사진을 수만에서 수십만 장, 4K 고해상도 동영상을 수십 시간 담을 만큼 용량이 늘었습니다. 고해상도 사진의 연속 촬영과 동영상을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찍을 정도로 전송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메모리 카드는 일종의 데이터 저장 장치입니다. 그래서 일부 소비자는 메모리 카드를 USB 메모리, PC나 노트북의 외부 저장 장치처럼 쓰려 합니다. 가능할까요? 가능하지만,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가격대비 효용이 낮은 탓입니다.

메모리 카드의 성능은 용량과 전송 속도가 좌우한다. 출처 = 샌디스크
메모리 카드의 성능은 용량과 전송 속도가 좌우한다. 출처 = 샌디스크

먼저 메모리 카드의 성능을 보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용량’입니다. 용량이 많아야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합니다. 메모리 카드의 용량은 ‘GB(GigaByte, 기가바이트)’ 혹은 ‘TB(TeraByte, 테라바이트)’로 표시합니다. 1GB는 1,024MB(MegaByte, 메가바이트), 1TB는 1,024GB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의 용량은 화소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MB~3MB 남짓입니다. 1분 분량의 4K 해상도 동영상의 용량도 대개 1GB 남짓입니다. 그러니 64GB 용량 메모리 카드를 산다고 가정하면 사진은 약 2만 장 이상(64GB = 6만 5,636MB, 3MB X 20,000 = 6만MB), 4K 해상도 동영상은 약 1시간 가량(1GB X 60분 = 60GB) 촬영 가능한 셈입니다.

용량만큼 중요한 것이 ‘전송 속도’입니다. 데이터를 옮기는 속도입니다. 대개 ‘00(숫자)MB/s’로 표시합니다. 전송 속도가 30MB/s라면, 1초에 30MB 분량의 데이터를 읽고 쓴다는 의미입니다. 전송 속도는 R(Read, 읽기)과 W(Write, 쓰기) 두 가지인데, 대부분 읽기 속도가 쓰기 속도보다 빠릅니다.

전송 속도가 왜 중요할까요? 전송 속도가 느린 메모리 카드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원활히 읽고 쓰지 못합니다. 앞서 1분 분량의 4K 해상도 동영상의 크기가 1GB 남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분은 60초입니다. 4K 해상도 동영상을 온전히 저장하려면 1GB = 1,024MB 용량을 60초 안에 다뤄야 합니다. 즉, 전송 속도가 20MB/s는 돼야 합니다. 20MB X 60초 = 1,200MB니까요.

메모리 카드의 주요 성능, 용량과 전송 속도는 대부분 제품 겉면에 쓰였다. 출처 = 넥스토리지
메모리 카드의 주요 성능, 용량과 전송 속도는 대부분 제품 겉면에 쓰였다. 출처 = 넥스토리지

반면, 전송 속도가 10MB/s인 메모리 카드는 1분(60초)에 다루는 용량이 10MB X 60초 = 600MB에 불과합니다. 이런 메모리 카드를 써서 1초에 1GB를 저장하는 4K 해상도 동영상을 찍으면, 저장 중 용량이 과도해져 도중에 저장을 중단합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고급 디지털 카메라로 연속 촬영하면 사진을 1초에 10장~15장 찍습니다. 용량이 3MB인 사진을 1초에 10장 찍으려면, 메모리 카드의 전송 속도가 3MB X 10 = 30MB/s는 돼야 합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전송 속도가 빠른 메모리 카드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메모리 카드의 종류와 특징, 장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은 ‘SD 메모리 카드’입니다. 이 제품의 특징은 규격이 다양하고 형태가 일반·마이크로 두 가지인 점, 그리고 활용 범위가 넓다는 점입니다. SD 메모리 카드의 규격은 ‘SD’와 ‘SDHC’, ‘SDXC’로 나뉩니다. 데이터 전송 방식과 속도, 용량에 따라 나뉘는데, 지금은 대부분 최신 규격인 SDXC가 대부분이니 SDXC만 기억하면 됩니다.

SD 메모리 카드의 형태는 ‘일반 SD 메모리’와 ‘마이크로 SD 메모리’ 두 가지입니다. 일반 SD 메모리 카드는 디지털 카메라에,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는 스마트폰과 블랙박스에 주로 씁니다.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사면 대개 어댑터가 함께 들어있는데, 이것을 쓰면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SD 메모리 카드처럼 활용 가능합니다. 물론, 그 반대는 불가능하니 주의하세요. SD 메모리 카드의 장점은 용량에 비해 가격이 싼 점, 편의점이나 휴대전화 매장 등 어디서든 구하기 쉬운 점입니다. 반면, 부서지기 쉽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1TB 용량에 1,400MB/s 전송 속도를 가진 CFExpress. 출처 = 프로그레이드
1TB 용량에 1,400MB/s 전송 속도를 가진 CFExpress. 출처 = 프로그레이드

차세대 메모리 카드로 주목 받는 것이 ‘CFExpress’와 ‘XQD’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실제로는 거의 같은 규격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지금은 대부분 CFExpress만 판매되며, 거의 디지털 카메라 전용으로만 씁니다. 특징은 전송 속도가 SD 메모리의 10배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빠르고 용량이 많은 점, 내구성이 높아 잘 부서지지 않는 점입니다. 단점은 가격이 아주 비싼 점, 활용 범위가 매우 좁은 점입니다.

그렇다면 SD 메모리 카드나 CFExpress를 저장 장치로 쓸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만, USB 메모리처럼 단순 저장용으로만 쓰는 것이 좋습니다. PC나 노트북용 저장 장치인 외장 하드 디스크나 SSD(Solid State Drive)처럼 쓰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메모리 카드의 성능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PC나 노트북용 외부 저장 장치와 비교하면 전송 속도와 용량 모두 뒤쳐집니다. 가격도 비쌉니다. 최신 SD 메모리 카드를 예로 들면, 1TB 용량에 120MB/s 전송 속도를 가진 제품의 가격이 10만 원 남짓입니다. 반면, 1TB 외장 하드 디스크나 SSD의 전송 속도는 5GBPS(Giga Bit Per Second, 초당 기가비트, 1기가비트는 약 125MB), 600MB/s를 넘습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10만 원 혹은 그 이하입니다. 1TB USB 메모리도 성능 면에서 동급 메모리 카드를 압도하지만, 가격은 더 쌉니다.

고급 CFExpress의 전송 속도는 1,000MB/s을 넘는 수준으로 외장 하드 디스크, SSD보다 빠릅니다. 하지만, 가격이 1TB 기준 70만 ~ 80만 원입니다. 1TB 외장 하드 디스크나 SSD보다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메모리 카드의 부피가 외장 하드 디스크나 SSD보다 작다는 장점도 있습니다만, 외부 저장 장치라면 휴대성보다는 용량, 전송 속도와 안정성을 우선해야 할 것입니다.

외장 SSD. 출처 = 삼성전자
외장 SSD. 출처 = 삼성전자

게다가, 메모리 카드를 외부 저장 장치처럼 쓰려면 메모리 리더처럼 다른 기기와 연결하는 액세서리가 있어야 합니다. 액세서리 구입 비용이 더 듭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전송 속도가 느려지고 발열이 생기는 문제를 낳기도 합니다. 노트북에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 슬롯이 있는 경우, 여기에 메모리 카드를 넣어 보조 저장 장치처럼 쓰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단, 이 경우 주의할 점은, 노트북에서 데이터 저장용으로 쓴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를 디지털 카메라나 블랙박스에 장착하는 것, 혹은 그 반대의 경우를 피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나 블랙박스의 데이터 저장 구조와 노트북의 데이터 저장 구조는 다릅니다. 따라서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를 여러 기기에 넣어 데이터를 저장하면, 경우에 따라 기기가 메모리 카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오동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카메라에서 쓰던 CFExpress에 메모리 리더를 장착, PC나 노트북의 데이터 저장용으로 쓰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메모리 카드를 외부 저장 장치로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단점이 장점보다 큽니다. 따라서 메모리 카드를 사서 외장 하드 디스크나 SSD처럼 중요한 용도의 외부 저장 장치로 쓰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가격대비 성능이 낮아서입니다. 적재적소, 오늘의 결론입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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